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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2일 일요일

존 메이너드 케인스-경제학자, 철학자, 정치가

첫번째는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가 쓴 서평기사다. 스키델스키가 쓰고 고세훈이 옮긴 <존 메이너드 케인스>라는 책.

원문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220174228&section=04

 

두번째는 한겨레신문의 한승동 선임기자가 쓴 서평기사다. 이 기사에는 번역자인 고세훈 교수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원문은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401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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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다(Now, we are all keynesian!)." (리처드 닉슨)

1971년 당시 미국의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이 말은 케인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닉슨이 이 말을 한 시점부터 케인스의 영향력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 초부터 약 20년간 케인스는 낡은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수식어로 쓰일 정도로 '죽은 개' 취급을 당했다.

이렇게 케인스가 세상으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서른한 살의 역사학자 로버트 스키델스키가 이 경제학자의 삶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한 2년 정도면 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이때 그는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이 작업이 2년을 예상했던 자신의 짐작과 달리 30년이나 걸리는 대장정이 되리라는 것을….

결국 스키델스키는 이 과업을 완수했다. 덕분에 우리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의 명성에 걸 맞는 "20세기 최고의 전기"를 읽을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전2권, 고세훈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는 바로 이 스키델스키의 역작을 약 4년에 걸쳐 1600쪽 분량으로 옮긴 책이다.

애초 스키델스키는 1983년부터 2000년까지 케인스의 전기 3권을 펴냈다. 그는 "세 권 분량을 읽을 엄두를 낼 수 없었던" 독자를 위해서 이 세 권 분량을 40% 가량 줄인 "하나의 일관된 통일성을 갖춘 별개의 새로 쓴" 케인스의 전기를 펴냈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된 책이 바로 이것이다.

케인스의 死後 경고 "이명박, 난 당신에게 반대요"

"케인스의 사상은, 세상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한, 살아 있을 것이다."

2003년 스키델스키는 이 책을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그는 불과 5년도 못 돼 케인스가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로 호출되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미 그 때부터 위기의 징후는 또렷했다. 그리고 그 징후야말로 케인스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였다.

"일본, 독일의 장기 침체, 1997~1998년의 금융 붕괴, 그리고 2001년의 월가 폭락은 무자비한 탈규제 전략이 안고 있던 문제를 드러냈다. 이런 현상을 '자본주의 일반적 위기'의 징후로 볼 수는 없지만, 그것은 많은 분야에서 자본주의가 잠재력을 밑도는 실적과 불안정을 드러내주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으며, 그런 문제야말로 케인스가 관심을 기울인 주제였다."

스키델스키는 "케인스가, 사후 63년 만에, 마침내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 같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케인스가 제시했던 세 가지 원리가 특히 부각된다"고 소개한다. 우선 케인스는 이른바 전 세계적 경제 통합에 "신중한 절제"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스키델스키는 이를 놓고 "한국의 조급한 세계화 추진에 대한 아주 적절한 경고"라고 강조한다.

둘째, 불확실성의 문제다. 케인스는 국민 경제는 물론이고 기업 경영을 놓고도 항상 이렇게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계산 가능한 확률을 만들어 낼 만한 과학적 근거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키델스키는 "금융 불안정이 시장 안에 근본적으로 내재돼 있으며, 금융 혁신 기법 역시 새로운 규제 조치로 제어해야 한다는 경고"라고 설명했다.

셋째, 환율 문제다. 케인스는 국가 간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고정 환율을 선호했다. 또 앞에서 잠시 언급한 대로 그는 자유무역 맹신을 경계하며 자급자족 경제를 선호했다. 스키델스키는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두고 "아마 케인스가 살아 있었다면 저평가된 통화를 수단으로 수출 주도 성장을 촉진하려는 정책에 적대적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케인스가 스키델스키의 입을 빌려 내놓은 세 가지 경고는 의미심장하다. 케인스가 살아 있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경제 정책의 핵심을 모두 다 부정했으리라. 어쩌면 케인스는 FTA, 금융화, 고환율 등을 외치는 이 대통령에게 이 위기를 계기로 수출보다는 내수에 기반을 둔 자급자족형 경제로의 체질 전환을 주문했을지 모른다.

케인스가 남긴 세 가지 교훈

이 책은 경제학자 케인스뿐만 아니라 철학자, 정치가로서의 그의 면모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케인스의 삶을 통해서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스키델스키의 안내를 받으면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세 가지 교훈을 찾을 수 있다.
'불확실성을 기억하라', '선한 삶을 지향하라', '지금 여기서 행동하라.'

첫째, 불확실성을 기억하라. 이 책을 옮긴 고세훈이 잘 요약했듯이 케인스 경제학은 "화폐와 시간이 개입되는 한, 경제 주체로서 인간 행위는 무지와 불확실성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런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경제학이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인식 때문에 케인스는 경제학에 과도한 수학 기법을 차용하는 데 적대적이었다. 그는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명확하고 계산 가능한 미래"를 찾는 "수학 모델"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계량경제학은) 마치 사과가 땅 위에 떨어지는 것이 (…) 사과 쪽의 계산 실수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같은 맥락에서 케인스는 정부 경제 정책 역시 늘 불확실성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런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면 어느 시대, 어떤 국가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경제 정책은 있을 수 없다. 1960~70년대 케인스를 추종했던 경제학자들이 실패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 불확실성을 외면한 오만과 무관하지 않다. "인간의 오만의 결과는 바로 신의 복수이다."

둘째, 선한 삶을 지향하라. 케인스는 평생 '선한 삶'을 이루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케인스는 "수단보다 목적이 높이 평가되고, 유용성보다는 선이 선호되는" 그런 선한 삶이야말로 경제학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여겼다. 스키델스키는 "오늘날, 문화와 정신적 가치가 '돈에 대한 사랑'에 제물로 바쳐지는 무분별한 상업주의는, 그를 말할 수 없이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셋째, 지금 여기서 행동하라. 케인스는 이 선한 삶을 향한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도전은 늘 '지금 여기'서 시작되었다. 그의 일차적 관심사는 자신이 발 딛고 선 땅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었다. 스키델스키가 지적한 대로 "(케인스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자신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언제라도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었다."

케인스를 넘어서라!

이런 세 가지 교훈을 염두에 두면 최근의 좌우를 막론한 케인스의 재조명은 나태하기 짝이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케인스가 20세기 초반 영국과 세계를 염두에 두고 내렸던 처방을 추종하는 게 아니다. 지금 여기의 맥락과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 치열한 고민, 궁극적으로 선한 삶을 지향할 해법, 이것이야말로 케인스가 지금 우리에게 주문하는 것이리라.

스키델스키는 책의 말미에서 케인스의 삶을 호머의 영웅 오디세우스에 빗댄다. "그는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들었지만 난파의 가능성을 경계했고, 그의 재능과 세계의 상황이 운명 지워 준 경로를 충실히 따라갔다. 능숙하게도 그는, 삶과 일에서 가능한 최상의 세계를 위해 분투했으며, 기적적으로 거기에 가깝게 다가갔다."

호머의 <오디세우스>가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듯이 20세기 오디세우스의 삶을 기록한 이 책 역시 단순한 찬양을 위한 영웅담이 아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경제학자는 케인스의 삶을 통해서 세상의 필요에 화답하는 '21세기의 경제학'을 내놓을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반 시민은 그런 경제학을 구별할 감식안을 갖는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케인스주의자가 되는 일이 아니다. 케인스를 넘어서는 일이다.

 

■ 케인스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것들

1. 케인스는 국가의 경제정책을 통해 경제를 성공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흔히들 케인스가 정부의 재정 정책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해서 그가 정부의 역할을 전지전능한 것으로 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케인스가 시장 체제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자율적 메커니즘 대신 권력과 명령의 경제학을 들여놓았다는 비난은 크게 과장된 것이다. 불확실성이 자유방임된 시장경제의 성과를 위축시킨다면, 그것은 정부 정책의 효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는 개인과 국가 행위의 적정한 영역을 설정하는 문제는 추상적으로 결정될 수 없으며 각 시대에 맞는 선택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케인스 경제학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 개입이 있어야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국가 개입이냐의 문제였다.

하지만 케인스의 제자들, 특히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정책 입안자들이 행동하기 시작했을 때, 실제로 그들은 경제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권한이 사실상 무제한적이라는 신념에 차 있었다. 그들은 케인스의 도구는 상속받았지만, 그 도구의 범위와 효율성의 한계에 대한 그의 철학은 물려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의 오만이 인과응보의 재앙을 만나는 것은 불가피했다.

2. 케인스는 경제학자가 경제의 작동을 정밀하게 과학적으로 수량적으로 관찰하고 예측 및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케인스는 계량경제학의 방정식들에 실수(實數)를 채워 넣는 일의 위험성에 대해 신랄한 경고를 남겼다. "그것은 마치 사과가 땅 위에 떨어지는 것이 사과의 동기, 땅에 떨어지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지의 여부, 그리고 땅이 사과가 떨어지기를 원하는지의 여부, 자신이 지구의 중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에 대한 사과 쪽의 계산 실수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스키델스키는 1936년 9월 옥스퍼드에서 열린 계량경제학대회를 기점으로 <일반이론>은 "명확하고 계산 가능한 미래"를 가정하는 "수학적 모델"로 환원되기 시작했고, 케인스 경제학이 고전주의의 주류적 인식과 방법론에 포획되는 현상이 비롯됐다고 암시한다. 방법(론)이 내용을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일반이론>의 태동 과정에 누구보다도 깊이 개입했으며 케인스가 가장 총애했던 두 제자 리처드 칸과 조앤 로빈슨은 옥스퍼드 대회 이후 케인스 혁명의 발전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었다. 훗날 칸은 <일반이론>이 "도식과 하찮은 대수"로 환원된 것은 커다란 비극이라고 간주하기에 이르지만, 그 점에 대해 가장 통탄해 마지않았던 사람은 케인스 자신이었다.

3. 케인스는 좌파 경제학자다?

케인스는 마르크스가 죽던 해인 1883년에 태어났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케인스와 마르크스를 상징적으로 연결시키곤 한다. 하지만 그는 마르크스주의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1930년대 케임브리지는 히틀러의 집권이 준 충격으로 마르크스주의자들로 들끓고 있었다. 마르크스주의는 "가장 총명하고 뛰어난 사람들"에 의해 전쟁·파시즘·실업의 치유책으로 환영받았다. 하지만 모든 도그마를 거부했던 블룸즈버리 구성원들과 마찬가지로 케인스 역시 마르크스주의를 거부했으며 그것이 자기 세대가 파멸시킨 기독교가 떠난 빈 공간에 침입해 들어온 영혼의 질병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에 감염된 젊은 세대에게 이렇게 반문하곤 했다. "모든 것 중에 최악이며, 늙은 리카도가 저지른, 그리고 내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바로잡았을, 어리석은 오류 위에 세워진 것이지. 결국 더 이상 경제적 시련이 없을 것이라고? 그러면 그 다음에는?"

기본적으로 그는 자본주의 자체를 파괴하기보다는 수정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타당성이 입증되지 못한 사회주의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본주의의 병리현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러시아 혁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그는 자유방임주의자들이나 사회주의자들 모두 자본주의와 자유시장 체제를 동일시하고 자본주의의 변화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에게 혁명은 불황의 치유책이 아니라, 그것이 몰고 올, 피해야 하고 또 피할 수 있는, 가능한 결과일 뿐이었다.
그는 에드먼드 버크의 논거를 빌려 세 가지 구체적인 이유를 들며 혁명에 반대했다. 첫째, 기존의 질서는 개혁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량한 것이 아니며, 둘째, 혁명이 가져다 줄 훗날의 체제가 현 체제보다 낫다는 확신이 없고, 셋째, 설사 새로운 체제가 전복된 그것에 비해 낫다는 것이 증명됐다 할지라도, 과연 그것이 혁명 과정에서 치르게 될 희생을 보상할 만한 것인지 누구도 확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분명 케인스는 급진주의자였지만, 결코 변혁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에게 자본주의는 폐절의 대상이 아니라 구원해야 할 대상이었다.

또한 그는 러시아 볼셰비즘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혹평했다: 러시아는 "행정적으로 무능하고 인생을 살 만하게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례없는 최악의 사례를 보여 준다…." 그것은 "광적이고 불필요한 조급증을 지닌 악폐들의 가공할 만한 전형"이었다. "스탈린으로 하여금, 실험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포의 화신이 되도록 하라."

그는 소련 경제학자들 앞에서 집단주의적 기조를 따라 개조된 자유주의만이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적 공산주의 모두에 대한 진정한 대안이라는 내용의 연설문 "나는 자유주의자인가?"를 낭독하기도 했다.

하지만 케인스의 초기 히트작 <평화의 경제적 귀결>은 그를 "그가 결코 속한 적이 없던" 좌파의 영웅으로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는 좌파와 우파를 '넘어선'('절충'이 아닌) 중도의 입장에서 노동당과 보수당 모두에게 말을 건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는 케인스 혁명을 일구어 내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한편으로 그는 노동당에게는 실행 가능한 통치 철학이 없다고 비판했지만 한때는 자유당의 진정한 회복과 노동당과의 연립정부를 염원했으며, 이런 연대를 위한 행동 강령을 마련하는 데 엄청난 지적 에너지를 쏟아붓기도 했다.

그는 좌파/우파로 정의하기보다는 현실주의자로 보는 편이 옳은 인물이었다.

4. 천재 경제학자 케인스는 주식 투자에 성공했을까?

블룸즈버리 친구들과 달리 케인스에게는 상속받은 자산이 없었으며, 교류 범위가 넓어진 생활 방식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했다. 케인스의 소득 가운데 3분의 1은 저술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나, 그 외에 오스월드 포크와 주식 중계 회사를 차려 돈을 벌기도 했다. 또 그는 환투기를 하기도 했는데, 스키델스키는 "투기는 그의 경제학을 발전시켰고, 경제학은 그의 투기를 부추겼다"고 농담 반 진담 반 말한다. 사실 1930년대 그의 투자 철학은 경제 이론에 맞춰 변화했다. 그는 부란 쌓아 놓는 것이 아니라 문명화된 생활을 위해 소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그대로 실천했는데 환투기로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그림 구입을 위해 따로 책정해 두기도 했다.

또 그 역시 투기 열풍에 가담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확실성에 도박을 건다고 느꼈다. 그는 따든 잃든 고수익이 걸린 도박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한때 파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이때 그가 진 부채는 2만 파운드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케임브리지 재무관으로서 그 재산을 열 배나 불려 주기도 했으며, 많은 유산을 남기는 등 결국은 성공한 투자가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5. 케인스는 동성애자였다?

케인스는 '활발한' 동성애자였다. 그가 속했던 블룸즈버리 그룹이 오히려 이성애를 기이한 것으로, 이성과의 결혼을 배반으로 간주할 정도였으니, 그의 동성애적 편력을 특별한 기행으로 볼 필요는 없다. 스키델스키는 이러한 동성애의 만연을 당시 많은 젊은 남성들이 여성이 배제된 환경에서 청년기와 성인기 대부분을 보낸 데서 찾고 있다. 어쨌거나 당시 케인스를 비롯한 케임브리지 남성들은 젊은 남성에 대한 사랑이 여성에 대한 사랑보다 윤리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간주했다.

하지만 훗날 시장 자유주의자들은 그의 성적 취향을 그의 이론적 성취를 폄하하거나 그의 이론적 '탈선'을 조롱하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슘페터는 케인스가 '단기'에 치중한 것은 자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래서 한때 케인스 경제학의 숭배자들은 일종의 방어 행위로 그의 사상을 삶에서 분리시키기도 했다.

물론 스키델스키는 이 책에서 그의 동성애 편력과 이후 리디아와의 결혼 생활을 균형감 있게 다루고 있다. 그는 케인스의 생애를 지배했던 두 연인인 덩컨과 리디아가 모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었다는 데서 공통점을 찾는다. 스키델스키는, 이들이 신선하고 의외의 생각을 가진 인물들이었으며 케인스가 찾던 대상은 자신보다 열등한 모델이 아니라, 자신의 지성을 보완하거나 균형을 잡아 줄 사람이었다고 말하면서 이를 인습을 벗어난 케인스의 사고와 상상력과 연결 짓고 있다. 스키델스키는 리디아와의 결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도박꾼이었고, 리디아는 그에게 가장 큰 도박이었다."

(출처 : <존 메이너드 케인스>, 제공 : 후마니타스)

/강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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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메이너드 케인스- 경제학자, 철학자, 정치가〉
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고세훈 옮김/후마니타스·1권 3만5000원, 2권 3만원

경제학자 스키델스키 30년간 쓴 전기
“미·유럽도 케인스 제대로 취급안해
정부의 시장개입·보호주의 문제
한국경제에도 적용될 개혁주의 소개”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이젠 우리 모두 케인스주의자”라고 했다. 하지만 달러 태환정지를 선언한 그의 시대 때 케인스가 쌓아올린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너졌고 케인스는 급속히 잊혀졌다. 영국 경제평론가 윌 허튼은 심지어 “케인스 혁명은 결코 일어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곳곳에서 케인스의 부활을 알리는 소리들이 요란하다. 케인스주의를 대체한 신자유주의가 미국발 금융공황과 함께 무너지고 있는 지금 다시 그 신자유주의를 케인스주의로 대체하겠다는 얘기인가?

» 케인스의 동성애 상대였던 미술학도 덩컨 그랜트가 그린 25살 때의 케인스(1908년). 후마니타스 제공

일반인들에겐 ‘뉴딜’정책과 함께 기억되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 하지만 사람들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라는 이 유명한 영국인이 정작 어떤 사람인지, 그의 경제학이론이 뭔지 잘 모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영국 워릭대에서 역사학과 정치경제학을 가르친 로버트 스키델스키는 영어권 사람들조차 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량실업을 동반하는 경제불황을 정부가 나서서 예방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1천명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이러한 사상이 케인스한테서 나온 것임을 알지 못한다. 정부가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케인스의 생각을 그런대로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10만명 중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가 누구이고 어떤 시대를 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가 만든 이론이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여주는 케인스 전기가 번역 출간됐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맥밀런, 2003). 스키델스키가 썼다. 그가 맥밀런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것은 케인스의 시대가 기울어가던 1970년 초. 1983년에야 제1권이 나왔고 제3권을 끝으로 3부작이 완성된 것은 2000년. 무려 30년이 걸린 노작이다. 공인이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범죄가 된다는 나라 영국에선 전기나 자서전·회고록·일기·편지의 출판이 산업화돼 있지만, 이 책은 그 양과 주제의 방대함, 지적 깊이에서 통상적인 전기류들과는 다르다. 번역된 것은 이 3부작 분량을 40%나 줄이고 고쳐 쓴 단행본. 그럼에도 1, 2권 합해 1600쪽이 넘는다. 케인스의 이론이나 삶의 편린들은 이따금 소개됐지만 이런 묵직한 케인스 종합판이 국내에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지은이는 “케인스가 사후 63년 만에 마침내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고 했다.

 



» 케인스와 아내 리디아. 후마니타스 제공
가문 역사부터 케인스가 63살에 타계하기까지의 모든 과정, 그리고 동반자였던 러시아 발레리나 출신 리디아 로포코바의 그 뒤 말년까지 자세히 다뤘다. 영국에서 태동한 경제학, 케임브리지학파, 케인스 경제학의 역사와 그의 이론작업이 어떻게 공적 활동과 연결되는지가 유기적으로 기술돼 있고, 영국에서 가장 유력한 문화동인 모임 블룸즈버리 그룹을 중심으로 한 중상류계급의 생활, 제대로 밝혀진 적 없는 케인스의 동성애까지 다뤘다. 이는 지은이가 품었던, “사상가의 삶은 그의 사상과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가?”라는 의문에 맞닿아 있다. 번역자 고세훈 교수는 “빅토리아조의 번영이 어떻게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다시 대공황, 파시즘, 스탈린 체제의 발흥과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반세기의 냉전으로 연결됐는지, 그리고 20세기 전반기 영국 지식·문화계가 어떠했는지 그 분방한 실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경제학 비전공자들에게 경제학적 사유에 눈을 뜨게 할 만큼 충분히 경제학적이며, 경제학자들에겐 자신들의 학문적 지식·가정·방법론뿐만 아니라 나아가 인생관과 역사를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할 계기를 줄 정도로 충분히 교양적이다.”


» 케인스와 밥 브랜드 영국 재무부 대표(1946년). 후마니타스 제공

‘케임브리지 문명: 시즈윅과 마셜’ 편을 읽어가노라면 입시용 단답식의 지식조각으로만 남아 있는 요령부득의 직관주의와 공리주의가 어떤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며 어떤 맥락에서 등장한 이론체계인지가 비로소 자명해진다.

 

2차대전 때 영국 재무부에서 일했던 케인스는 경제계의 윈스턴 처칠이었다. 그는 독일이 1944년 말에 항복하고 일본이 1945년 말까지 버텨주기를 바랐다. 그래야 종전 뒤 미국 원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조처를 취할 시간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빚더미 위에서는 영국이 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히틀러는 해를 넘기며 버텼다. 미국이 핵폭탄을 개발했다는 낌새도 채지 못했던 케인스는 “일본이 너무 일찍 항복해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고대했다. 결국 희망은 깨졌고 그것은 영국이 굽실거리며 워싱턴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무렵 케인스는 채권을 소유한 불로소득 생활자를 고리대금업자나 샤일록과 다름없는 존재로 혐오했다. 그때 영국은 미국에 무이자 대출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케인스 자신은 환투기와 증권거래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상속받은 재산이 없었던 그는 수입의 상당부분을 글쓰기와 저술, 강의, 연설, 펠로십 등으로 충당했으나 환투기로 번 돈으로 쇠라와 시냑, 피카소, 마티스, 드랭, 르누아르, 세잔의 작품들을 샀다. 그의 블룸즈버리 친구들 중에는 이따금 그를 찾아와 점심이나 저녁을 들며 논쟁과 한담에 참여한 버지니아 울프도 있었다.

케인스는 1929년 대공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월가 주가폭락 직후의 사태 전개도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다.

브레턴우즈 체제를 출범시키기 위해 미국과 밀고 당기는 장기간 협상을 벌이면서 누적된 피로가 그의 심장근육을 망가뜨렸고, 일요일 아침 침대에서 심장발작을 일으켜 몇 분 만에 운명했다. 그가 만든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지금도 남아 있지만 그가 주장했던 고정환율과 자본통제 체제는 1970년대에 해체됐다. 완전고용을 유지하고 불황을 피하기 위한 관리경제의 논리와 실천인 ‘케인스 혁명’은 그가 창안한 그대로 현실에서 수용됐던 적은 없다. 윌 허튼이 케인스 혁명은 일어난 적 없다고 한 것도 그 얘기다. 비록 우리는 ‘워싱턴 컨센서스’로 너무 성급하게 달려가버렸지만, 케인스 사상의 가치와 적실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그 점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케인스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불황기 케인스는 못가진 계층 재분배 중시”

■ 옮긴이와 함께 | 고세훈 교수

» 고세훈 교수

“한 천재의 이론적, 정책적 활동과 치열하고 엄정한 책무의식, 그리고 그것들을 둘러싼 온갖 논쟁과 사건들을 들여다 보면서 나 자신을 포함한 한국 지식사회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역겨움에 가까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경제학, 복지국가론 등을 가르치고 있는 고세훈(54)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읽은 것은 2004년. 안식년을 맞아, 영국 노동당 정치에 관한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모교 오하이오 주립대에 가 있을 때였다. 3부작 중 가장 많이 팔린 제3권은 미국은 물론이고 출판사(맥밀런)에 연락해도 구할 수 없어서 오스트레일리아에 주문해서 읽었다. 그 사이 다른 책 2권을 따로 냈지만, 그때부터 줄곧 번역일에 매달렸다. “단행본 번역에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애초 3부작을 번역해 보겠다고 나섰던 내 성급한 제안을 극구 말렸던 스키델스키가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공적인 일에 대한 치열한 정신이 우리에겐 결여돼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그는 했다. “아마 케인스는 이른바 애국주의라는 것이 진지하고 또 숙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전형적인 학자일 것이다. 미안하지만, 우리를 추동하는 것은 엄숙한 공적 책무가 아니라 거의 언제나 사적 동기가 아닌가. 나아가 경제학자들이 방법론적 정밀성에 경도되거나 주류 경제학의 틀 속에서 사고하다 보니 거시적 차원에서 정부와 기업의 문제를 사유하려는 의지, 성향, 도구가 원천적으로 없는 실정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케인스를 하나의 국면전환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짚어 보려는 시도가 아닌가 한다. 예컨대 재분배 체계, 안전망 체계, 노동시장 문제, 기업지배구조 조정 등 제도적 인프라를 형성하기 위한 근본적 성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할까. 도무지 자신할 수 없다. 암담하다.”

맹목적 성장론자들이 그를 오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문제는 성장 자체가 아니라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투자를 기업 쪽과 가진 자들에 혜택을 주는 방식(규제완화, 노동유연화, 감세 등)으로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재분배 체제와 정부지출을 통해 못 가진 계층의 구매력을 끌어올리면서 추진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케인스는 오늘날과 같은 불황 때 전자의 방식을 택하면 유동성은 더욱 퇴장하여 투자와 고용, 성장은 어려워진다고 봤다. 토목건설 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과연 구매력 확보를 우선순위에 둔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지금 정부의 정책 동기와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비판은 혹독했다. “이명박 정권의 문제는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예컨대 신자유주의를 밀고 나간다 하더라도 그게 신자유주의를 역사적 맥락에서 상대화시킨 뒤에 신자유주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사고 외의 태도나 입장은 아예 처음부터 배제한 채, 즉 역사에서 탈각된 신자유주의를 무작정 받아들인 상태로 진행하고 있다. 사실 신자유주의조차 자유주의, 사민주의, 복지국가 등 방대한 역사적 경험의 축적 위에 조성된 이념적 태도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과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적 실험이나 정책적 축적 없이 교조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밀고 나갈 때 한국은 훨씬 급박하고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엔 현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은 ‘몽롱한 신자유주의자들’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2008년 10월 1일 수요일

Cho, Soon

신자유주의 ‘거품’이 터졌다 / 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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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 투입 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됐다. 최악의 금융 위기가 크나큰 경제위기로 확대됐다. 경제는 이제 막 길고 캄캄한 터널로 진입했다. 언제 어떻게 그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 확실한 것은 터널 속의 세월은 길고 추울 것이며, 그 출구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거품에 있었다. 오랫동안 주식과 부동산에 조성된 거품이 지난 8월부터 계속 터지고 있다. 거품이 터짐으로써, 개인과 금융기관이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 개인소비가 줄고 기업의 수익이 격감했다. 약 일주일 동안 미국전역에서 회사채 발행이 한 건도 없는 상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어떤 미국 국회의원의 말을 빌린다면, 미국경제는 곧 심장의 고동이 멈춰질 지경이었다. 우선 심장마비는 막아야 하기 때문에, 7000억달러 구제금융 법안이 나온 것이다.

미국은 원래, 금융에 관해서는 보수적인 나라였다. 미국 사람들은 원래 흥청망청하는 국민이 아니다. 그런 미국에 왜 이런 거품이 생겼는가. 그 이유는 1980년대 말부터 경제정책의 중점이 ‘메인스트리트’로부터 ‘월스트리트’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월가출신 인물이 계속 중앙은행 총재 자리를 지켰다. 재무장관도 월가 출신이 많았다. 경제정책의 기조는 월가의 이익이 되도록, 가급적 유동성을 많이 공급하여 자산시장을 부추겼다. 종래 경제정책의 중점이었던 산업구조, 국제수지, 사회보장, 서민생활 등은 사각지대로 물러났다.

월가 사람들은 내가 보기에는 금융에 대한 기본을 망각했다. 원래 금융업이란 남의 돈을 가지고 차질없이 운영해야 하는 기업이다. 때문에 좋은 금융가는 보수적이어야 하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월가 사람들은 너무 자유롭게 자기 이익만 챙겼다. 그러다가 이번의 덜컥수에 걸렸다.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은 최근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금융에 작동해야 경제가 잘 된다는 말을 했다. 19년이나 중앙은행 총재직을 지킨 사람이 이런 글을 쓰다니,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였다. 아연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소련이 망한 후로 1990년대 미국에는 장밋빛 도취감이 감돌았다. 이제, 전쟁과 혼란의 역사는 끝났다, 자유방임을 하면 다 잘 된다,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 경상수지 적자 따위는 문제 없다, 기업은 주가를 올리면 된다, 이런 식이었다. 자유화, 개방화, 민영화, 작은 정부면 그만이라는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에 확산됐다. 남미, 아시아, 러시아 등의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월가의 금융꾼들은 많은 이익을 챙겼다.

아! 그러나, 인간의 시야는 짧은데 비해 세상은 빨리 변한다. 환락이 지나치면, 비애가 온다. 미국경제가 부메랑 효과를 맞았다. 개도국이나 맞아야 할 ‘국제통화기금(IMF) 폭탄’을 미국이 맞은 셈이다.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했다. 5대 투자은행이 거의 다 몰락했다.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 에이아이지(AIG)가 ‘구제’를 받았다.

문제는 장래이다.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아무도 아는 사람은 없다. ‘구’자유주의의 난맥을 처리한 1930년대 ‘뉴딜’식 정책이 나올 것인가. 그 가능성은 원래는 없었다고 나는 보았지만, 이제는 모종의 ‘뉴’ 뉴딜이 불가피해진 것도 같다. ‘신’자유주의는, 많은 자유주의자들의 뜻과는 달리 숨통이 막혀버렸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가지고는 경제의 실물부문의 문제들, 이를테면,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 0%의 개인 저축, 70년대 이후로 실질적인 증가 없는 근로자 소득, 의료혜택 없는 4700만 미국인, 깊어가는 양극화 등의 현실을 바로잡을 수 없다.

7000억달러는 미국 당국이 가지는 마지막 카드였다. 그것은 사실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미봉책으로 붕괴된 시스템을 살려낼 수는 없었다. 사실 7000억 달러를 가지고 충분할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의회도 모르고 있었다. 매케인도 오바마도 이 카드에 찬성했다. 앞으로의 경제에 대한 아무런 의견도 그들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미의 금융모델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세계를 위해 우선 미국이 바른 길을 찾기 바란다. 심리적인 공황을 벗어나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심기일전, 상상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각론은 아직 논할 단계가 아니다. 총론은 명백하다. 첫째, 신자유주의는 언제 어디서나 못 쓴다. 미국도 이 과정을 졸업했다. 둘째, 나라가 잘되자면,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이 잘돼 있어야 한다. 민간이 정부를 대행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셋째,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넷째, 금융가는 용감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이노베이션을 해서도 안 된다.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전 경제 부총리

 

출처: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globaleconomy/313264.html

2008년 9월 28일 일요일

Chang, Ha-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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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제728호(
2008년 9월 26일자)에 실린 장하준 교수의 인터뷰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았다.

(출처: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33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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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경제학)의 자택으로 전화를 건 9월19일 0시께. 미리 전자우편으로 전해받은 번호대로 전화기 버튼을 눌렀지만,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엉뚱한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세 번의 시도 끝에 장 교수의 목소리를 듣게 됐을 때, “아마 집 전화기에 혼선이 있었나 보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혼선. 장 교수에게 보낸 인터뷰 요청 전자우편에도 동원된 단어였다. 리먼브러더스나 AIG 같은 미 월스트리트 권력의 핵심을 강타한 금융위기가 한가위 연휴를 마친 한반도에 상륙한 이후의 상황을 돌아보자. 언론들은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알린 다음날 시장이 안정을 찾았다고 선언하고, 다시 그 다음날엔 파국의 묵시록을 전하는 ‘혼선’을 거듭해왔다. 시장만능을 외치는 신자유주의를 맹렬히 비판해온 장 교수는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그는 “기본적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의 파산”이라고 말문을 뗐다.

 

-한 달 전 한 일간지에 쓴 칼럼의 제목이 ‘금융자본주의의 실패를 지켜보며’였다. 월가의 몰락이 드라마처럼 전개되는 지금, 그 금융자본주의의 실패가 통제 가능한 실패라고 보는가, 아니면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파국이라고 보는가.

 

=자본주의가 망할 거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 대공황처럼 될 거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다. 하나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형 금융자본주의가 파탄을 맞을 확률은 높다. 그러나 크게 망하더라도 그 체제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질질 끌고 갈 수 있다. 유럽에서 봉건제도가 망했다고 선언된 뒤에도 몇백 년씩 지속됐고, 19세기식 자본주의는 1차 대전이 끝나면서 실패가 증명됐음에도 대공황 때까지 버티고 버텼다.

-지금의 사태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해서는 파생상품·복합상품이 너무 많고 손실 보고가 안 되는 ‘오프 밸런스 시트’ 같은 것도 있어서 금융사 자신도 정확한 피해규모를 모른다. 금융거래의 본질이 또 원래 그렇다. 사과를 사면 그 자리에서 집어오는데 금융은 결과를 몇 달 뒤, 아니 주탁담보대출 같은 경우에는 20여 년 뒤에나 받게 된다. 서브프라임 사태도 처음 얘기가 나온 게 2006년 말인데, 1년 넘게 지나면서 핵심부 강타를 시작했다. 핵심부에서 다시 충격파가 퍼지면서 보험회사도 나가떨어진 것이고. 또 다른 금융 부문에 영향을 미치면 대량 해고가 빚어지고 돈 꾸기가 힘들어지고 일자리 창출이 안 되고 소비가 죽는 등 연쇄 과정이 빚어진다. 또 이게 다시 금융 부문의 충격으로 밀려오게 된다. 대공황 이후에 지금같이 큰 금융위기는 미국에선 없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세계가 곧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큰 역사의 변화는 예측이 힘들다.

-한국은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파생금융 상품을 만들 실력이 없었던 덕분에 서브프라임 사태로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금융위기는 한국 경제에 찻잔 속 태풍인가, 아니면 제2의 외환위기 같은 파국의 도화선인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금융위기가 호재라거나 증시의 외국인 의존도가 줄고 수출 의존도도 낮아진다고 떠드는 걸 보면, 1970년대 초등학교 때 잡지에서 읽은 얘기가 떠오른다. 동네에 불이 나 초가삼간이며 고래등 기와집이며 모두 탔다. 뒷동산에서 거지가 아들한테 ‘집 있으면 뭐하냐. 우리는 집 없으니까 불날 걱정 없다’ 이렇게 자랑한다. 지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정치적 아전인수 해석은 결국 거지 아버지와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어찌하면 이 난국을 막을까 생각해야 하는데 이게 기회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니, 참.


-연쇄 부도 사태를 막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미국 정부의 대응은 적절하다고 보는가.

 

=지금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하는 방식은 예컨대 한국이 외환위기 때 취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이런 게 바로 ‘사다리 걷어차기’다. 미국은 문제가 터지면 대부분 정부가 개입해왔으면서, 한국이나 제3세계에 대해선 그걸 못하게 막는다. 1980~9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저축대부조합 파산사태 때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공적자금을 은행과 금융기관에 부어넣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야당과 진보단체들은 일제히 “미국 금융 베끼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미국 금융’의 실체는 무엇인가.

=간단히 얘기하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는 ‘돈 놓고 돈 먹기’다. 실물경제와 관련 없이 금융이 돌아가는 것이다. 19세기 말 투자은행이 생겼을 때 이들은 일종의 벤처캐피털 회사였다. 100만달러를 투자할 테니 지분 30%를 달라 하고, 그 회사가 상장하면 지분을 팔아서 몇천만달러를 챙기는 게 주업무였다. 그런 기능을 하던 투자은행들이 인수·합병을 중개하는 것, 즉 장기적으로 기업을 키우는 게 아니라 단기적으로 비슷한 것들을 합치고 직원을 해고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그래서 이윤을 올리면 성과를 챙기고, 금융공학으로 투명성 없는 복합상품을 만들어 파는 존재로 바뀌었다. 또 보험은 원래 목적이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건데, AIG는 위험성 노출이 잘 안 되는 복잡한 금융거래를 보험해주다 당한 거다. 실물과 상호보완적인 금융이 아니라, 자기 증식 논리를 갖고 돌아가는 게 지금 미국·영국의 금융이다. 이건 틀렸다. 옛날처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금융허브론, 이명박 정부의 금융중심지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재검토돼야 한다. 금융자본의 중심지에서 그것의 꽃이라고 불리던 투자은행 모델이 붕괴됐는데, 그걸 계속 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국내에서 여전히 그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 하나는 상황 파악을 잘 못하는 거고, 또 하나는 나라는 망해도 자기는 이익을 보니까 그러는 거다. 산업은행 총재의 (리먼브러더스) 스톡옵션 보유 사례를 보자. 그게 꼭 의도해서 한 거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그런 식으로 항상 자기 이익이 관련된 사람이 있고 이들은 자기만 잘되는 일을 할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요즘 미국=신자유주의’라는 공식을 무조건 옳다고 철통같이 믿으니까 문제다. 자본시장통합법 같은 것도 한발 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 다가가고 싶다는 얘기 아니냐.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가, 또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은 없는가.

=내가 보기에 ‘투자자 보호 방안’ 운운하는 건 자동차 속도제한을 없애고 교통사고 처벌도 약화시키고는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이 걱정되니 정부에서 싼값에 헬맷을 나눠주는 것과 같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 규제도 잘 안 되는 파생상품을 만들고, 역외 조세 도피처를 만들어 투명성도 없고 규제도 안 되게 만들지 않는가. 과거 소버린이 SK 경영권을 위협할 때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뜯어고쳐야 한다고 떠들었으면서 자기들은 이사회 구성도 밝히지 않았다.

1980년대 이전에는 모든 나라가 금융 분야에 대한 규제를 강하게 했는데 경제는 더 잘됐다. 1945~70년에 개도국에서 발생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17건에 불과했는데, 70년대 중반부터 자유화되면서 이후 1997년까지 95건이나 터졌다. 확실히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실행해본 대안으로 가면 된다. 희한하고 새로운 시스템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자본에 고삐를 채우는 일을) 옛날에 다 해봤다. 물론 되돌리려면 굉장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가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근원적 반성을 불러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어떤 기득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항상 그게 참 예측이 힘들다. 대공황이 났을 때 미국은 이른바 뉴딜 자본주의를 했고, 스웨덴은 조합주의를 했고, 독일·이탈리아는 파시즘을 택하며 다른 식으로 반응했다. 이번 사태가 계기가 돼서 금융을 억제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약한 사람들, 서민들을 더 몰아붙이는 식으로 갈 수도 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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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에는 고성국 씨와 행한 인터뷰 기사가 있다. (출처: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938158)

 

▶ 진행 : 고성국 박사 (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
▶ 출연 : 영국 캠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

( 이하 인터뷰 내용 )

- 미국정부가 AIG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했지만 미국의 금융위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정부의 긴급 구제금융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면 아무리 시장주의를 좋아하는 정부라도 구제금융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던 것도 구제금융을 너무 늦게 하고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니까 지금 같은 상황이 오면 구제금융을 하는 게 맞죠.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해놓고 부담은 결국 납세자들이 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옳은 방법은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규제를 제대로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건데, 규제완화는 규제완화대로 해서 금융가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 돈 벌 건 다 벌고, 그 다음에 일 어려워지면 정부가 납세자 돈으로 메워주는 건 장기적으로 보면 옳지 않죠.

- 특히 리먼브라더스는 파산시키고 AIG는 구하는 식으로 원칙이 없다는 비판이 일면서 '정실자본주의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그럼요, 정실자본주의죠. 97, 98년에 한국과 아시아 외환위기가 났을 때 아시아만 그런 게 있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그런 건 다 자기들도 하는 거거든요. 우리는 순진하게 믿으면서 미국은 항상 올바르고 원칙에 맞는 일만 하는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아니죠.

- 미국의 금융위기가 수습단계로 들어섰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앞으로 더 확산될 거라고 보십니까?

아직 한참 남았죠. 지금 미국정부에서 너무 급하니까 악성부채들을 정부가 다 떠안겠다는 안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지금 문제는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형이지만 실물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 됐거든요. 이런 식으로 금융이 말려들기 시작하면 돈 빌리기 어려우니까 기업들이 투자를 못해서 일자리도 못 만들고, 금융기관이 망하면 거기서 해고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 금융기관과 거래해서 먹고살던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런 식으로 하면서 실물에서 소비가 위축되면 또 그게 다시 파급효과가 오는 거거든요. 그런 게 다 지나가고 해소되려면 2,3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헤지펀드 수백 개가 떼도산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얘기는 '누가 망할지는 모르지만 누구라도 망할 수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특히 지금 어려운 건 지난 20년 동안 금융자유화가 되면서 굉장히 복잡하고 투명하지 않은 파생상품과 복합상품이 많이 생기고, 조세도피처나 역외자본 같은 게 생겨서 사실 지금 아무도 어떤 회사의 부실이 어떤 규모인지 알 수 없거든요. 아마 본인들도 잘 모를 겁니다. 회사 입장에선 부실규모를 축소해서 발표하는 게 자기 이익에 맞겠지만요.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터진 건 2007년 여름이지만 2006년 말에 처음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가 제기됐을 때 미국 정부는 부실규모가 500~1000억 불이니까 금방 해결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지난 몇 달간 미국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만도 직접적으로 투입한 게 5000억, 간접적으로 시장에 유동성 푼다고 투입한 게 4000억 정도 돼서 총 9000억불 정도를 투입했어요. 처음엔 500~1000억 불을 얘기했는데, 그러니까 아무도 정확히 규모도 모르고 어디에 악성부채들이 숨어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루비니 교수 말이 맞을 수도 있고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누가 망할지는 모르지만 누구라도 망할 수 있다는 거죠.

- 미국정부가 구제금융을 해서 개입하면 이 사태를 수습할 능력은 가지고 있는 겁니까?

그건 모르죠. 문제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덜컥 모든 악성부채를 정부가 떠맡아서 해결해보겠다고 했는데 너무 규모가 커버리면 미국정부도 다른 정부보다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한계가 있는 건데, 문제의 규모가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 이런 위기의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기본적으로 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금융규제완화와 자유화에서 문제를 찾아야죠. 과거 50~70년대 중반까지는 금융과 실물이 동반하는 관계였는데, 금융이 고삐가 풀리면서 지금 금융기관이 하는 많은 부분의 일들이 실물경제와는 상관없이 금융자산 가지고 먹고사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다보니까 점점 실물과 금융이 괴리가 생기면서 자꾸 거품이 생기는 거죠. 이미 80,90년대 개도국을 시작으로 해서 거품이 생겼다가 꺼지면서 문제가 된 것이고, 미국도 90년대 후반에 닷컴 붐부터 시작해서 거품이 엄청나게 끼었는데 그게 처음에 주식시장 나스닥에 끼었다가 빠진다고 하니까 경기 살린다고 이자율 내려서 그게 주택시장으로 옮겨가면서, 말하자면 거품을 계속 돌려막기를 한 거거든요.

- 그린스펀 의장이 있을 때 그런 상황이 벌어진 거죠?

네. 그러나 결국 한계가 온 거죠. 금융이 아무리 괴리가 돼도 어느 점엔가는 실물 부분과 연결이 되어있는 거니까 결국 무리하게 돈을 꿔서 집을 산 사람들이 못 갚고, 가계부채 때문에 파산하고, 기업들이 도산하기 시작하니까 결국 문제가 터진 거죠.

- 이런 상황을 신자유주의라는 정책기조의 실패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죠. 신자유주의가 가장 자랑했던 게 그런 식으로, 특히 금융 부분에서 규제를 완화해서 자본이 제일 수익성이 높은 데 왔다갔다하게 해야 경제가 잘된다고 주장했는데 그 시스템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거죠.

-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신자유주의가 파탄을 보인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신자유주의가 대세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 않습니까?

네. 원래 변두리에 있는 나라들은 중심국에서 한물 간 걸 받아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도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됩니다. 한 1년 전까지만 해도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난 1년 동안 국제금융시장을 비롯해서 세계경제가 신자유주의의 결과로 망가져가는 걸 보면서도 우리는 이걸 해야 한다고 우기는 분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갑니다.

-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는 "이번 위기로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수출은 어려워지더라도 내수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불확실성은 계속되는 거죠. 솔직히 저를 포함해서 2주일 전에 백 년 이상 대공황까지 살아남은 리먼브라더스나 메릴린치 같은 기업들이 망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그리고 루비니 교수의 말처럼 헤지펀드들도 불확실 상황이 계속되는 거죠. 그리고 수출이 안 돼서 내수가 상대적으로 좋아지면 그게 좋은 거라고 하는 건 완전히 억지소리라고 보는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걱정하면 '세계화 시대에 촌스러운 소리 하지 말라'고 하던 분들이 이제 와서 언제부터 자기들이 내수 걱정했다고, 그것도 절대적으로 내수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수출이 찌그러지니까 상대적으로 좋아지는 건데 그런 식으로 해서 내수 비중이 올라가는 게 좋은 거라고 말하는 건 상황이 변하는 데 따라서 말을 바꾸는 거죠.

- 산업은행이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했던 걸 두고 '그만큼 우리나라 국력이 커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저는 그것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웃음거리가 됐다고 보는데요. 사실 리먼브라더스는 파산선고 하기 전까지 영국의 유수 은행인 바클레이즈나 미국의 뱅크오브어메리카 같은 기업들이 인수하려고 했다가 인수했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니까 미국정부에 채권 최소한 일부라도 보증해달라고 나왔는데 미국정부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해서 다 발을 뺀 거거든요. 그런 몇백 년 역사를 가진 유수한 선진 금융기관들도 머리 내저으면서 도망간 금융기관을 우리나라 산업은행이 데려다가 무슨 수로 살립니까. 그리고 설사 운이 좋아서 살렸다 하더라도 왜 우리나라 납세자 돈 가지고 운영하는 산업은행이 가서 미국의 망한 은행을 도와줘야 합니까. 그건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 지금 시점에서 우리 정부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해서 금융허브니 금융중심지니 하면서 계속적으로 우리 정부가 금융자유화와 규제완화를 통한 금융산업의 발전이라는 노선을 추구해왔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 계기로 해서 그런 노선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그걸 지지하는 분들도 한번 재고는 해보셔야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왜냐면 그분들이 바라는 모델이 미국식의 금융자본주의이고, 그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것이 최근에 망한 리먼브라더스 같은 투자은행인데, 지금 1등부터 5등 하던 것 중에 3,4,5등은 없어지고 1,2등도 휘청휘청하잖아요. 모건스탠리는 중국에서 돈 받아서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지금 그렇게 엄청난 문제점이 드러난 모델을 왜 우리가 뒷북치면서 쫓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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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오마이뉴스>와도 9월 19일 인터뷰를 했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81164

 

"하루라도 늦기 전에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꿔야죠. 그렇게 맹종했던 미국식 경제가 하수도로 저렇게 빨려들어가고 있는데, 우리가 거기에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톤은 이미 올라가 있었다. 그동안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날선 비판을 해왔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 그와 지난 18일 밤 전화 인터뷰를 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9월 말까지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장 교수는 연일 터져 나오는 미국발 금융 위기 소식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1시간에 걸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심의 금융자본주의의 허상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최소한 2~3년간 금융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현 금융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또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 시도, 정부의 각종 금융관련 규제 완화 등에 대해 특유의 어조로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리만을 인수했을 경우 파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그는 한마디로 "희극"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장 교수는 "산은보다 덩치도 크고 경험도 많은 회사들이 손사래치면서 도망간 회사를 두고, 산은이 무슨 재주로 살리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면서 "왜 미국에서 잘못한 회사를 우리가 가서 구해야 하는지, 그것도 개인 돈이 아닌 납세자(국민)의 돈인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처럼 심각하지는 않지만, 거의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일본처럼 시기를 놓치지 말고,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무엇보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금융규제 완화 등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에 시작될 자본시장통합법을 비롯해, 금융시장 선진화, 산업은행 민영화 등 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금융정책들은 이미 실패로 끝나고 있는 미국식 금융모델"이라며 "국민들이 잘못된 정책의 피해를 받기 전에 심각하게 정책 추진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장하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 최근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져 있다. 예전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하셨던 것 같은데.

"(웃으면서) 정확히 이런 형태로 올줄 알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언젠가 문제가 크게 터질 것이라고는 생각해서인지,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지난 20년 동안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가 세계를 장악해 왔는데, 그동안 조금씩 불거지던 문제들이 쌓여서 한번에 드러난 것이다."

 

- 국내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더 충격을 받은 듯 하다.

"여기서 보니까, 한국이 굉장히 놀란 것 같은데, 아마 두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다. 하나는 미국은 절대 안 망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또 하나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국 금융부실 규모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었다."

 

- 과소평가했다는 것은.

"(곧바로) 지난 2006년 말에 처음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나왔을 때 미국정부는 부실 규모를 500억~1000억 달러로 보고, 다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에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무너졌을 때 부실규모가 2000억~3000억 달러로 됐고, 작년 크리스마스 때면 해결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에 미국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만 9000억 달러 정도나 된다. 공적자금을 무엇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더라도, AIG 등에 직접 들어간 것만 4000억~5000억 달러, 유동성 공급한 것까지 하면 9000억 달러 이상 보는 사람도 있다."

 

- 도대체 미국 정부나 세계 금융전문가들도 부실규모가 정확히 파악이 안되는 것 같다.

"미국이 1930년 대공황 이후 각종 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했지만, 레이건 시절 이후 규제를 대폭 풀었다. 이후 금융시장에선 각종 파생상품이 발달하면서, 금융업에 일하는 본인들 스스로 부실규모를 몰랐고, 또 장부상 (부실을) 숨기기 좋았다. 정부도 이들 회사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모르니까, 규제도 제대로 안됐던 것이고, 거의 유명무실했던 것이다."

 

- 리먼 파산 이후, 미 정부가 AIG에 대해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도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하다. 오히려 다음에 누가 쓰러지느냐에 관심이 더 큰 것 같은데. 누가 쓰러질지 예상할 수 있나.

"(웃으면서) 모른다. 무엇을 어디에, 얼마만큼 숨겨놨는지 모르니까. 자신들은 괜찮다고 하더라도, 남들이 안좋다고 생각하면 망할 수도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영국에서 가장 큰 주택담보대출 업체 HBOS라는 곳이 있는데, 영국 정부도 괜찮다고 했지만, 계속 주가가 떨어지니까 결국 로이즈뱅크라는 곳에 흡수합병되고 말았다. 이런 걸 보면, 누가 망할 것 같다고 말할 순 없어도, 누구든 망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 미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두고 말들이 많은 것 같다. 부실 금융과 기업은 시장논리에 의해 도태돼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미국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해 왔던 논리였는데.

"그동안 여러 차례 책에서도 썼지만, 힘있는 나라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을 때는 시장논리를 펴면서 간섭받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어려워지면 곧바로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고, 도움 받아 해결하려고 해왔다."

 

- 전형적인 이중잣대 아닌가.

"(목소리를 높이며) 그렇다. 이중잣대도 보통 이중잣대가 아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 나라처럼 당하는 사람들이 너무 순진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은 여전히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는 식으로…. 정부가 해야될 개입도 안하고 말이지…."

 

-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은가.

"(잠시후) 한참동안 가지 않을까 한다. 워낙 금융쪽이 복잡해서, 진짜 돈이 돌아봐야 부실 규모가 파악되지 않겠나. 또 미국, 영국 주택가격도 떨어지고, 기업들 망하면서 실업도 늘면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잘못된 것들 다 해소하려면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다."

 

- 금융불안의 끝이 보인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곧장) 끝이 보인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되고, 1년 전에 시작해서, 지금 점점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금융 핵심부까지 강타를 당하고 있으니까, 그것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금융이 실물을 끌어내렸으면, 이제는 실물이 금융을 끌어내리는 단계가 올것이고, 하루 아침에 끝날 일이 아니다."

 

- 국내 사정을 돌아보자. 산업은행은 최근까지 리먼을 인수하려고 했었다. 민유성 행장은 오늘(18일)도 국회에 나와 산은이 리먼을 인수했다면, 파산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웃으면서) 한마디로 희극이다. 산은이 인수해서 (리먼을)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쪽 이야기일뿐이다. 산은보다 훨씬 덩치도 크고, 경험도 많은 회사들이 손사래치면서 도망간 회사를 두고 무슨 재주로 산은이 살리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설령 살렸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나라가 봉 잡히는 것 아닌가? 왜 미국에서 잘못한 회사를 우리나라가 가서 구해야 하는지, 그것도 개인 돈도 아니고, 납세자(국민)의 돈을 가지고 말이지… 완전히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 정부 일부나 일부 언론에선 리먼 인수를 통해 우리나라가 월스트리트로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우리가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을 때 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그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데, (인수하면) 속된 말로, 완전히 바지사장꼴 아닌가. 돈만 대고 옆에 멍하니 앉아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어느 정도 기본 능력은 있어야, 이 사람들이 제대로 하는것인지, 속여먹는 것은 아닌지 알 것 아닌가."

 

- 정부에선 리먼쪽에 투자된 금액도 적고, 이번에 국내 시장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리먼에 들어간 돈만 생각하면 안된다. 미국, 영국 중심부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돈만 얼마인가? 미국이 침체에 들어가면 우리 수출도 곧바로 영향을 받고, 중국 수출쪽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으면서 2차, 3차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 한국에서도 미국같은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나. 물론 정부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고 있다.

"미국처럼 심각하지는 않지만, 거의 유사한 상황이라고 본다. 주택시장 거품이 빠지고 있고, 가계부채 엄청 나게 쌓여있고, (미국보다) 정도가 좀 덜하긴 하겠지만 미국에 비해 시장 개방도가 높고, 특히 자본시장 해외의존도 역시 높다. 오히려 미국보다 구조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많다. 정부가 '우리는 아니다'고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식 일 뿐이다."

 

- 참여정부도 그랬지만, 현 정부에선 금융선진화 방안 등으로 각종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오히려 반대로 규제강화 쪽으로 돌아가는 양상인데. 정책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루라도 늦기 전에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자본시장통합법 등 금융시장 선진화,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 산업은행 민영화 등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것들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모델인데, 그 본산지가 지금 무너지고 있지 않은가."

 

- 한미FTA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 역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은가.

"당연하다. 미국과 FTA할 때부터 이야기를 해왔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장기적으로 기울어져가는 나라인데, 왜 (우리가) 그렇게 목을 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이제 미국 경제는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하수도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나라와 우리나라가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여전히 정부쪽 관료나 일부 언론 등을 보면 미국식을 쉽게 버리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알고 있다. 아직도 무너져가는 모델(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 미련이 남아서, 어떻게 하면 비슷해질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측은한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같은 엘리트들에 의해 위험한 방향의 정책이 추진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되는 점이다. 좀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가 정말 갈길이 미국과 같은 길인지 깊이있게 생각하고, 과감히 바꿔야 한다. 우리에겐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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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는 누구?

 

86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당시 대학 동기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갈 때, 그는 영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가 둥지를 튼 곳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이곳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난 90년 10월 만 27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의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됐다. 장 교수는 "영국 유학 당시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에 한국인 유학생은 한명 밖에 없었고, 케임브리지대 전체에도 한국인 유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80년대 후반 미국식 개발경제학에서 벗어나 영국에서 공부한 것도 남달랐지만, 그는 영국에서도 주류경제학이 아닌 '제도경제학'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전공했다. 주로 경제모델과 계량화에 치우친 미국식 방식과 달리, 제도의 변화를 중심으로 경제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하려는 새로운 경제학이다. 지난 2002년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꼬집으면서, 그들의 위선적인 세계화를 고발한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를 출간했다. 이어 2003년엔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어지는 '뮈르달상'을 한국인 처음으로 받았다. 이어 2005년에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학자에게 수여하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특히 중남미의 반미 성향 좌파 지도자인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을 때 장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장 교수의 <사다리...>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 교수는 '개혁의 덫', '쾌도난마 한국경제' , '국가의 역할',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등의 책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모색해왔다. 지난해 출간한 '나쁜 사마리아인' 은 최근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으로 지정하면서, 오히려 인문서적 가운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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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4일 수요일

Kim, Seong Gu

이정환(미디어오늘) 기자가 김성구(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미디어오늘>에는 언론 부분 외에 가끔 이런 기사가 올라온다.

 

이 글을 읽고 '새벽길'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어느 블로거는 이렇게 메모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분석에 있어서 김성구 교수는 다른 이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그는 미디어오늘의 이정환 기자와의 인터뷰와 참세상의 논설을 통해 이번 사태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 훌륭한 분석도구임을 보여주었다고 이야기한다. 국독자론, SMC론, 얼마만에 들어보는 말이냐. 하긴 세계 금융위기를 분석하는 여러 글들을 살펴봐도 - 물론 장문의 논문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고,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기사나 코멘트를 통한 것이다 - 명확하게 그 상이 잡히지 않았었다. 그런데 김성구 교수의 글을 읽으니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하다. 현재의 신자유주의 금융위기가 1970년대부터 시작된 3차 조절위기의 마지막 단계라고 한 것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렇게 명쾌한 것이 또한 타당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일말의 불안도 있다. 김성구 교수의 인터뷰 기사가 평소 김성구 교수의 글쓰기 스타일로 봤을 때 나름대로 이해하기 쉬운 것은 이정환 기자의 질의가 요령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성구 교수는 인터뷰에서 사회공공성 투쟁을 강조하는데, 이는 사회공공성 투쟁과 사회화를 대립시키던 과거의 입장에서 약간 변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또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http://gimche.tistory.com/214)


 

하지만, 밑에 붙여놓은 <참세상>의 논설문은 과도하게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것 또한 '론' 아닌가)의 현실 정합성을 주장하기 위한 글처럼 읽힌다. 나를 포함하여 대중은 이데올로기와 싸우는 게 아니라 생존의 조건을 두고 싸우는 것이다. 아니 몸부림치는 것이다. 나도 김성구 교수의 인터뷰의 내용이나 논설에 대해 새벽길님처럼 그 명쾌함과 타당함에 '불안'을 느끼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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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의 출처:

"신자유주의의 몰락, 자본주의 이후를 고민할 때"

[인터뷰] 김성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자본의 욕망, 사회적 통제 확보가 절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825 

 

  

A-B-C-D 다음에는 다시 A가 온다. 이게 이른바 경기순환론이다. 호황일 때는 생산이 늘고 수익도 늘어나지만 과잉생산으로 재고가 쌓이고 수익이 줄어들면 불황으로 접어들게 된다. 이윤이 무제한 늘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순환론에서는 불황이 계속되면 재고가 줄어들고 다시 생산이 늘어나면서 호황 국면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 A-B-C-D 다음에 A가 아니라 전혀 다른 E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

경기순환론을 비롯해 이른바 주류 경제학에서는 공황을 연구하지 않는다. 주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위기는 C와 D를 지나 다시 A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경기침체를 의미할 뿐 경기회복과 경기침체의 주기적인 반복을 벗어난 구조적으로 다른 어떤 상태를 예견하지도 설명하지도 못한다. 애초에 시장이 완벽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탓에 시장의 한계와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한 세계적인 금융시장의 몰락과 경기 둔화, 스태그플레이션의 확산은 세계 경제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는 주요 투자은행이 잇따라 무너지자 주먹구구식 대책을 남발하더니 급기야 19일 7천억 달러의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부실이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는데 있다.

미디어오늘은 국내 대표적인 좌파 경제학자로 꼽히는 김성구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만나 미국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 경제를 전망해 봤다. 김 교수는 최근 위기를 자본주의의 단계적 이행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바야흐로 국가독점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결합이 붕괴하는 시점에 왔다는 이야기다. 2008년 9월 이후 세계 경제는 어디로 가는가.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스템은 앞으로도 과연 지속가능한 것일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 최근 세계 경제의 위기를 어떻게 보나.

 

"자본주의는 주기적으로 위기에 직면한다. 근본적으로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때문이다. 이윤창출이 고도화될수록 추가 이윤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대한 자본의 저항은 기술 혁신과 노동에 대한 통제, 두 가지로 나타난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기술 혁신 역시 한계를 맞으면서 노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본주의는 발전해 왔다.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본질이고 한계다. 이 위기를 넘어설 해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 과거에는 없던 위기라는 말인가.

 

"지금 위기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3차 조절위기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다. 3차 조절위기가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애초에 위기의 해법으로 선택한 신자유주의가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스스로 붕괴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은 독점자본의 이윤증식 요구에 충실히 복무하면서 공공부문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하부구조를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국가의 존립기반까지 흔들고 있는 셈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 조절위기는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 만드는 주기적 공황과 달리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에 따른 구조적 한계를 의미한다. 흔히 주기적 공황은 과잉자본이 해소되면 끝나지만 조절위기는 주기적 공황이 반복되면서 과잉자본의 해소가 불가능하게 된 상황을 의미한다. 조절위기의 극복은 구조재편과 자본주의의 단계적 이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게 김 교수의 이론이다.)

 

- 독자들을 위해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 먼저 1차와 2차 조절위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1차 조절위기는 1873년에 시작해 1895년까지 20년 이상 이어진 장기불황이었다. 생산력이 고도로 발전하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윤율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이윤이 안 나는데 굳이 공장을 돌릴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결국 공장이 멈춰서고 실업이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으로 불황이 확산됐다. 이 최초의 위기는 거대 독점자본이 등장하고 이윤율이 회복하면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 그러나 거대 독점자본 역시 결국 이윤율 저하의 함정을 피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 2차 조절위기는 1930년대 들어 다시 찾아왔다. 거대 독점자본 역시 생산성이 늘어나면서 이윤율이 줄어들어드는 딜레마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 결과 사적독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국가독점이 시작됐다. 국가가 공공 서비스와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노동력의 재생산을 보장하는 한편, 국가재정으로 과잉자본을 해소하고 독점이윤을 보장해주는 케인즈주의적 방식이다. 이를 일컬어 이른바 국가독점자본주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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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히 다시 정리해 보자. 1차 조절위기의 해법은 자본의 집중과 독과점화였다. 2차 조절위기의 해법은 정부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케인즈주의의 도입이었다.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3차 조절위기의 해법이 바로 신자유주의였는데 이 역시 한계를 맞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기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이후 3차조절 위기를 넘어 그 다음 단계는 불가능한 것인가.

"최근의 위기는 이전의 조절위기와 애초에 해결방식이 다르다. 국가독점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결합은 독점자본의 이윤 창출에는 기여했지만 새로운 성장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은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그동안 시장의 실패를 보완해 왔던 국가 시스템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모순을 모순으로 극복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 국가의 해체는 과연 가능할까. 미국도 이번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을 쏟아붓지 않았나. 결국 이 시스템의 최종 책임은 국가가 지는 것 아닌가.

"그게 바로 딜레마다. 우리나라 1997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국가는 자본의 위기를 마냥 방치하지는 않는다. 공황의 극복은 과잉자본의 청산과 새로운 축적 조건의 확립으로 가능할 텐데 국가의 개입은 오히려 이런 모순을 보완하거나 그 해결을 지연시킨다. 그리고 그 비용은 물론 국민들 세금으로 조달한다. 손실을 사회화하고 또 외부화시켜 세계화한다. 만약 국가가 손을 놓고 있었다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을 것이다. 지금 세계 경제가 치명적인 공황으로 치닫지 않는 것은 국가가 여전히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국가를 해체하려는 동시에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모순된 상황인데, 이를 신자유주의의 구조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나.

"이 지점에서 좀 더 정확히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는 결코 국가를 축출하지 않았다. 나는 이를 이데올로기적 기만이라고 본다. 국가의 축출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고, 오히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더욱 적극적으로 경제 전반에 개입한다. 노동 유연화와 공공부문 민영화, 광범위한 규제 완화,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 등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케인즈주의가 독점자본의 이윤을 일정 부분 제한했다면 신자유주의는 자유화와 세계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철저하게 독점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한다. 문제는 이런 국가의 개입이 이윤율 저하를 더욱 가속화하고 결과적으로 독점자본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린다는데 있다."

-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금융산업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성장의 한계를 금융산업으로 넘어서는 것은 가능할까. 과연 최근 금융위기가 돌발적인 상황이고 다시 복원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한계이고 다음 단계로 이행이 불가피한 것인지가 궁금하다.

"독점자본이 3차 조절위기의 탈출구로 선택한 것이 바로 금융투기였다. 성장의 한계를 규제완화와 금융 세계화로 넘으려는 발상인데 호황의 말기에는 과잉 유동성이 자산가격 거품을 불러오고 실제로 수익창출의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문제는 1980년대 이래 과잉 유동성이 계속 누적되면서 공황국면에서도 거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는다는데 있다. 실물경제가 이윤율의 한계를 맞는 상황에서 금융자본이 이윤을 증식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성장률은 둔화하고 실업은 늘어나고 있으며 정부의 재정적자와 채무는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실물경제의 뒷받침이 없다면 금융투기의 팽창은 결국 돈 놓고 돈 먹기의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 이런 머니게임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자본시장은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지 않았나.

"세계적으로 전체 금융거래 가운데 상품과 서비스 교역과 관련된 거래는 1~2% 수준이고 나머지는 모두 투기적 목적의 거래라고 한다. 과연 생산부문과 괴리된 이런 투기적 거래가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가뜩이나 미국 자본시장은 독점자본과 금융자본이 결탁해 만든 국제적 수탈의 결과다. 이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 세계화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나라들이 결국 세계화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이 '세계시장'에는 시장의 모순을 조절할 수 있는 '세계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미국 주도 초국적 금융자본의 몰락이 바로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절수단을 상실한 세계 경제의 위기 메카니즘은 결국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 신자유주의 좀 더 넓혀서 자본주의 이외의 다른 대안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민중적인 정치적, 정책적 대안을 대중 속에서 발전시키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 세계화와 자유화라는 큰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국제적인 수준에서 그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실현하고 또 그 전제로서 국민적인 수준에서 사회적 통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 흥미로운 이야기다. 결국 우리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와 맞서 싸우면서 동시에 국가를 지켜야 하는 상황인데.

"전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싸움은 공공부문의 영역을 누가 확보하느냐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다. 이 싸움은 애초에 국가독점자본을 부정하지 않는다. 국가를 부정하지 않고 당연히 새로운 사회를 꿈꾸지도 않는다. 독점자본의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론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싸움의 다른 한편에는 마르크스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싸움이 있다. 이들은 국가독점자본을 지키느냐 없애느냐를 놓고 싸운다. 사회적 연대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회민주주의는 결국 복지 시스템의 후퇴를 경험하고 있다."

- 결국 여전히 마르크스주의가 대안이라는 이야기인데.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의 이행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가 무너질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체제 전복을 위해 싸우는 것도 아니고. 자본주의 이후를 고민하면서 국가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은 모순 아닌가.

"그건 오해다. 좌파는 개혁 투쟁에는 개입하지 않고 자본주의의 이행을 위해서만 싸운다? 그래서 비현실적이고 몽상적이다? 상투적인 비판이다. 좌파는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 논쟁에 끼어들어서 국가의 역할을 케인즈주의보다 더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질서 아래서도 공공부문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고 동시에 자본주의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면서 케인즈주의의 한계를 넘어 좀 더 왼쪽으로 나간 싸움. 그 싸움에서만 자본주의의 이행을 준비할 수 있다. 좌파가 공공부문 수호 투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다시 정리해보자. 자본주의 내부에서 싸우면서 자본주의 이후를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대중은 이데올로기와 싸우는 게 아니라 생존의 조건들과 싸운다. 체제 전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개량주의라고 몰아붙이면 곤란하다. 삼성그룹을 국유화하자거나 사립대를 국립대화 하자는 등의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고 먹혀들지도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물질적 위기가 신자유주의와 결합하면서 대중의 이데올로기가 많이 오염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특히 최근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고 정치적 지형 역시 조금씩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사회 공공성 투쟁에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 과연 변화가 가능할 것인가.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고 여전히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에 대한 환상도 남아있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운동의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데.

"좌파인 척 하는 온건한 신자유주의자들이 더 문제라고 본다. 이들은 재벌개혁을 요구하고 정부 조세정책과 예산집행을 감시하고 비판하면서도 결국 자본주의 질서를 더욱 강화하는데 기꺼이 협력한다. 이 지점에서 온건한 신자유주의자들과 좌파들이 대립하는데, 물론 폭넓은 연대가 필요하고 실제로 연대도 해야겠지만 결국 지향점이 다르다. 이들 온건한 신자유주의자들은 좌파들이 말하는 자본주의의 이행을 몽상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수익성 높은 공기업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결국 모순을 드러낸다. 이들이 믿는 주류 경제학에는 공황도 없고 실업도 없다. 효율적인 시장과 완전 고용만 있을 뿐이다. 이들이 정부 관료부터 진보적 시민운동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의 위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당연히 설명하지도 못하고 아무런 대안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도 이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 지금 국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신자유주의가 패배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는 게 분명해지면 다른 길로 가야 한다. 사회적 조절의 확대와 민주적 통제의 강화, 나는 이를 민주적 구조개혁이라고 부르는데 당장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에 맞서 공공부문 수호 투쟁, 사유화 반대 투쟁이 당면 과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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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김성구 교수가 <참세상>에 기고한 글이다.

 

출처:신자유주의 금융위기에 직면한 국가의 딜레마

[논설] 미국 정부는 시장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나
 

김성구(참세상 편집위원장, 한신대)  / 2008년09월23일 14시43분

 

 

작년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양파껍질 벗기듯 새로운 부실과 위기가 연이어 드러나 끝 모르게 전개되면서 세계금융시장을 충격으로 몰아가고 있다. 가히 1930년대 대공황을 능가하는 자본주의 최대의 위기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베어 스턴스의 매각, 인디맥 파산,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의 국영화, 리먼 브라더스 파산, 메릴 린치 매각, AIG 구제금융 등 올해 들어 금융위기에 속절없이 쓰러진 대형 금융기관들만 거론해도 전율이 일어날 정도다. 대형 기관들의 위기가 드러날 때마다 금융시장은 폭락하였고, 미국 정부는 그때마다 공적자금 투입과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면서 위기를 진정시키고자 안간힘을 써 왔다. 시장의 위기와 국가의 개입이 마치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며, 그때마다 증권시장은 폭락과 폭등의 널뛰기를 보여 왔다.
 
신자유주의 모국이자 최고 선도국에서 벌어지는 최악의 금융위기로 인해 시장의 자유와 규제 철폐가 자본주의 최고의 성장과 복지를 가져다준다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교리는 이제 극도의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반면 국가의 개입을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던 신자유주의자들이 앞다투어 금융시장의 규제와 국가개입의 불가피성을 설파하며 공적자금 투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자산계급들도 자신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가치 유지를 위해 정부의 개입 조처에 목을 매고 있고, 보다 강력하고 전면적인 정부 지원책을 쌍수 들어 환영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30년간의 신자유주의적 규제 철폐와 금융화가 현재의 위기를 가져온 장본인이었으며, 신자유주의 교리는 대중들을 눈멀게 한 사악한 신앙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에 입각한 주택대출 채권의 증권화와 가공자본의 운동은 어떻게 자립화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주택경기와 실물경제에 제약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증권화와 재증권화의 금융혁신은 주택시장의 침체와 실물경제의 위기 시 오히려 금융상의 연쇄위기라는 부메랑으로 증폭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자본 분석에서 맑스주의 경제학의 기본명제에 속하는 것이며, 부르주아 경제학과 저널리즘은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규제 철폐라는 신자유주의 기치 하에, 특히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과 관리가 극히 미진한 상태에서 투기와 탐욕으로 몰아간 이 금융거래의 부실 규모가 도대체 얼마가 되는지 미국 정부는 가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투입되거나 약속한 공적자금과 유동성 공급의 규모는 다만 그 일부를 나타낼 뿐인데, 이것 또한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 미국 정부가 투입하기로 한 공적자금만도 9천억 달러에 이른 상태다. 즉 패니 매와 프레디 맥에 2천억 달러 구제금융, JP모건 체이스의 베어 스턴스 인수에 300억 달러 지원, AIG에 850억 달러 구제금융, 은행과 투자은행에 2400억 달러 대출, 주택압류 증가 방지를 위한 3000억 달러 지원, 심지어 MMF 보증을 위한 500억 달러 등등. 이와 같은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금융시장의 안정에 실패하였고, 급기야 모기지 관련 부실채권 전부를 떠안겠다며 새로 7000억 달러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 법안을 의회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FRB를 비롯한 6대 선진국 중앙은행은 이들 국가의 금융시장에 달러 유동성을 1천8백억 달러나 증대시키기로 합의하였다.

 
부시 미 대통령 말대로 그야말로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위기”에 대한 “전례 없는 대책”이 나온 것이다. 미 연방정부의 새해 예산 규모가 3조 달러임을 감안하면, 추가로 요청한 공적자금 7천억 달러는 예산의 1/4에 육박하는 규모인데, 대선을 두 달 남겨놓은 임기 말 대통령이 이런 중대한 사안에 대해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했던 것에서 현재 진행되는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자본주의 위기에 직면해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성립한 이후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케인스주의 시대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국가의 개입과 위기관리는 국가독점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주요한 일 요소이다. 주지하다시피 경제위기의 근저에는 과잉자본의 문제가 있고, 금융공황이든 실물공황이든 공황은 이 과잉자본을 청산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공황을 통한 과잉자본의 청산을 통해 비로소 새로운 축적의 조건이 형성된다. 부르주아 저널리즘에서 말하는 자본주의의 자생적 회복력이란 이 폭력적 파괴를 통한 축적의 재개를 왜곡, 미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19세기 자유경쟁자본주의 단계와 달리 20세기의 독점자본주의 단계에서는 점점 더 위기 시에 과잉자본의 청산을 시장의 자발성에 맡기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국가의 개입과 위기관리가 불가피하게 요구되었고, 이로써 자본주의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성장전화하였다.

 
현재의 금융위기에서 보는 바처럼, 거대 금융기업의 부실과 파산은 과잉자본 청산의 시장기제이지만, 시장의 청산과정은 그 파급 효과가 너무도 위험해서 시장기제에 맡겨둘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과잉자본 및 위기의 청산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의 청산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관념적인 부르주아 변론가들이 “도덕적 해이”라는 헛소리로 국가개입을 반대하고 시장의 순결성을 찬양한다 하더라도 진정한 자본주의 수호자들이 공적자금을 들고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함이다. JP모건 체이스의 베어 스턴스 인수에서처럼 사적 기업 간의 시장 거래조차 국가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개입과 공적자금의 투입도 위기를 진정으로 극복하는 길이 아니다. 국가개입은 과잉자본의 청산을 지체시키고 위기를 지연시켜 그만큼 경제회복의 동력을 약화시킨다.

 
또한 국가의 개입으로 과잉자본과 부실자본이 저절로 청산되는 건 아니다. 과잉자본과 부실자본은 청산되는 게 아니라 많은 부분 전가되는 것이며, 누군가가 그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공적자금, 국민의 세금이 바로 그것이다. 사적 자본의 부실을 자본가 계급 즉 주주와 채권자 그리고 경영자의 손실 하에 전액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공적자금의 투입을 통해 납세자에게 그 손실을 전가하는 것, 이른바 손실의 사회화가 구제금융의 핵심을 이룬다. 우리도 지난 외환위기 때 겪어본 바처럼, 공적자금의 투입을 통해 사기업과 금융기관을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자본주의적 사회화는 이처럼 자본투자자들을 구원하고 손실을 사회화하는 기본 메커니즘이다. 이를 통해 대중들에 불리한 방향으로 소득이 재분배되고 그것이 실물부문의 침체를 심화시킬 것임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공적자금 또한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설령 채권발행을 통해 공적자금을 조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국가재정에 의해 부담될 수밖에 없다. 이달 말로 끝나는 2007-2008 회계연도에 미국의 재정적자는 기록적인 4070억 달러로 추산되는 바, 내년 회계연도에는 438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적자 규모에 비추어 볼 때, 이미 투입하기로 약속한 9천억 달러와 추가 요청한 7천억 달러(전자의 일정 부분이 후자에 의해 충당되겠지만)가 미국 재정에 얼마나 감당하기 버거운 금액인가를 추측할 수 있다.

 
더욱이 공적자금 투입이 이것으로 충분한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구제금융과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로 파급되어 2001년 시작된 미국 경기 사이클은 조만간 주기적 공황으로 끝맺을 것으로 보인다. 전후 미국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정부와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주기적 공황을 예방한 적도, 또 주기적 공황을 피한 적도 없었기에 새로운 공황에 따른 추가적 재정압박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자의 심화 속에서 달러 가치의 하락 경향도 강화될 것이다. 헤게모니 통화로서의 지위도 그만큼 위협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편, 목하 진행되는 미국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주요 명제들은 확연히 빛을 발하고 있다. 독점과 금융자본을 위한 국가개입, 국가와 독점-금융자본의 결합, 공적자금 투입과 손실의 사회화, 위기를 통해 진전되는 자본주의적 사회화 등 위기 시의 이러한 국가개입의 현실, 특히 개별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적 지원까지 분석하는 이론은 맑스주의 이론 내에서도 국가독점자본주의론만이 독보적이다. 나아가 금융위기의 결과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들이 몰락하고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까지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하여 미국에서도 겸업은행의 지배가 확립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로써 미국형 투자은행이라는 특수한 모델을 20세기 자본주의의 이념적 모델로 둔갑시켜 레닌의 금융자본론을 비판, 폐기한 국내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론 청산파도 더욱 설 땅을 잃게 되었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 없이 현대자본주의의 위기 분석은 과학적일 수 없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 입각하지 않고 미국자본주의의 위기를 논하는 자가 있다면, 자신의 이론적 토대, 정체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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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의 '공공부문 연구팀' 세미나의 집단적 성과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사회화'라는 대안을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이행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사회화'에 대한 관심은 대우자동차를 처리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진행된 논쟁 속에서 부각되었다. 당시 김성구 교수등을 비롯한 논자들은 대우자동차에 이미 수십조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국가가 실질적인 소유권자이며, 그렇다면 공기업화하는 방향으로 처리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정부의 '해외매각' 방침에 대한 비판으로 주목 받았으며 또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논쟁의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혹은 불충분하게 인식된 사회화의 문제의식을 더욱 심화하고 구체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김성구 교수는 총론에서 '사회화' 전략이 사회주의 운동에서 어떠한 위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서술한다. 이 속에서 유럽에서 제기되었던 다양한 사회화 전략을 평가하면서, 진정으로 사회화를 위한 투쟁이 '이행의 경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관점이 필요한 지를 제시한다.

이 글에 이어지는 런던 사회주의경제학자 회의그룹의 글은 사회화 전략에 대한 논의가 유럽에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나온지 조금 오래된 글(1979년)이기는 하지만, 당시보다 더욱 심각한 규모로 공공영역의 사유화가 진행되는 지금 더 관심을 끄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필자들은 ASE(Alternative Economic Strategy)라고 불리는 영국판 사회화 전략이 노동자 계급의 생존권적 투쟁과 이행을 위한 전략을 매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장석준 씨는 이어지는 글에서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스웨덴 사민당의 이론가였던 마이드너안(案)을 검토하는 가운데, 올바른 사회화 전략이 무엇인지를 검토한다. 장석준 씨의 결론은 사회화 전략은 우리사주 취득과 같은 개별기업에 대한 개입으로는 가능하지 않으며, 전사회적인 수준에서 노동자 대중조직의 연기금 개입과 같은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우리사주사회주의론'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김성구 교수의 글과 사회진보연대의 송유나 씨의 글을 통해 이어진다. '우리사주 사회주의론'을 비판하는 이 글들은 노동자들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우리사주 확보의 방식으로 체제 이행이 가능하다고 보는 관점을 비판한다.

그 밖에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의 대응은 어떠한 것이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상준 씨의 글과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기된 노동운동의 대응전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글이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산발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사회화'와 관련한 쟁점에 대한 일관된 정리인 셈이다. '사회화' 전략에 대한 논의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많은 논란과 논쟁이 가능할 것인데, 이 책은 사회화 전략에 찬성하든 그렇지 않든 논점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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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래 전세계적으로 경제사상과 정책의 지배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은 신자유주의는 그 욕구를 극한으로 몰고간 주범이었다.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가공스런 위기와 비극적인 결과들에 대해 신자유주의 자체도 ‘제3의 길’을 모색하는 등 때늦은 비판과 성찰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부문 연구팀’은 이 책으로써 한국의 구조개혁대안을 둘러싼 진보진영 내부에서의 실용적 개량주의와 급진적 공상주의의 대립구도를 극복하고 또 시민운동의 자유주의적 개량주의에도 대항하고자 하였다.

 

1980년대 이래 전세계적으로 경제사상과 정책의 지배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은 신자유주의. 이 신자유주의는 그야말로 ‘지구화’와 ‘시장주의’로 요약되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에서 20여 년 이상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오늘날 세계경제에, 세계 민중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결코 안정과 성장 그리고 복지의 증진이 아니라, 불안정과 위기 그리고 불평등의 심화일 뿐이다.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발생한 두 번의 끔직한 전쟁 또한 그 근저에는 금융자본의 무절제한 세계지배의 욕구가 도사리고 있었고, 바로 신자유주의는 그 욕구를 극한으로 몰고간 주범이었다.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가공스런 위기와 비극적인 결과들에 대해 신자유주의 자체도 ‘제3의 길’을 모색하는 등 때늦은 비판과 성찰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가 선전하던 장밋빛 미래와 회색빛 현실 사이의 간격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들은 이런 결과를 이미 20여 년 전부터 비판적으로 전망하고 신자유주의에 대항하여 좌파적 대안을 모색해 왔던 국제적 토론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1970년대 전후자본주의의 위기와 케인즈주의의 파산을 배경으로 위기탈출을 위한 두 개의 대안이 역사적으로 경쟁하였는 바, 케인즈주의로부터 국가적 개입을 축출하여 시장경제를 강화시킨다는 “신자유주의적 대안”과, 사회적 통제와 개입을 오히려 강화하여 케인즈주의를 보다 급진화시킨다는 “사회화(socialization)의 대안”이 그것들이었다. 국제사민당의 좌파와 맑스주의 좌파들에 의해 모색된 사회화 프로그램은 단순한 아카데미의 토론을 넘어 영국 노동당의 대안경제전략(AES), 프랑스 사회당과 공산당의 공동선거강령과 공동정부, 스웨덴 사민당의 임노동자기금안, 독일 금속산업노조의 철강산업 사회화강령 등 사민당과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두 개의 대안을 둘러싼 계급투쟁 속에서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역사적으로 관철되었지만, 신자유주의의 지속되는 위기 속에서 사회화의 대안은 새롭게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회진보연대>의 ‘공공부문 연구팀’은 사회화의 관점에서 지난 몇 년간 외환위기와 경제위기 국면의 정치경제적 논쟁에 개입해 왔는 바, 이제 이 책으로써 사회화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좌파적 구조개혁 대안의 역사와 이론을 개관하고자 한다.

 

이 책은 단순히 당대의 사회화 프로그램에 대한 토론의 성과만이 아니라 지구화와 신자유주의 시대의 사회화 프로그램, 즉 사회화 프로그램의 업데이트 성과 또한 수록하고 있고 나아가 한국에서의 사회화와 구조개혁 문제 또한 고민하고 있다. 편저자의 글들과 함께 이 책에는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루돌프 히켈, 외르크 후프슈미트 등 독일의 ‘경제정책대안연구그룹’의 귀중한 글들과, 하인쯔 비어바움, 니콜라우스 슈미트 같은 독일 노동조합 이론가들의 글, 랄프 밀리반드 및 그레고리 앨보 같은 영미권에 널리 알려진 ‘사회주의연감’그룹의 글들 그리고 런던광역시에서의 좌파정책실험에 관여했던 로빈 머레이 같은 영국 노동당 이론가의 글 등이 수록되어 있다.

 

편저자를 비롯한 ‘공공부문 연구팀’은 이 책으로써 한국의 구조개혁대안을 둘러싼 진보진영 내부에서의 실용적 개량주의와 급진적 공상주의의 대립구도를 극복하고 또 시민운동의 자유주의적 개량주의에도 대항하고자 하였다. 보다 명시적으로 말하면 이 책이 진보진영의 통일적인 강령과 실천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제1부 지구화와 경제위기 그리고 사회화
1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초국적 금융자본 - 국가 독점자본주의론의 체제 / 김성구
2 윌러스틴의 세계체제론 - 맑스주의적 비평 / 김성구
3 새로운 기회로서의 세계시장 - 자본주의의 장애물과 좌파의 경제정책 / 그레고리 앨보
4 경제위기, 경제민주주의 그리고 사회화 / 하이너 헤젤러. 루돌프 히켈

제2부 사회화와 공공부문
5 국자소유와 민주적 국가 - 진보적인 사회화 구상의 전망을 위하여 / 외르크 후프슈미트
6 경제민주주의와 사회화 - 하인쯔 비어바움. 니콜라우스 슈미트
7 철강산업의 사회화 - '금속산업노조의 철강정책 강령'의 핵심요소
8 소유와 동제 그리고 시장 / 로빈 머레이
9 사회주의적 스타일의 혼합경제 / 랄프 밀리반드
10 무엇을 위한 국유화인가 – 프랑스 미태랑 정부 하 자본가적 권력과 공기업 / W.랜드 스미스
11‘사회화’ 의 관점에서 본 공공부문과 공공부문 투쟁 / 장석준
12 한국에서 사회화와 이행의 경제전략 / 김성구

후기 - 국가와 사회를 둘러싼 투쟁 현안에 대하여 / 송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