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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2일 목요일

종이신문의 몰락과 미디어악법

오늘 아침 성우제와 통화했다. 태평양을 건너 들려오는 목소리, 반갑고 고마웠다. 우제 보고 싶다. 술 한잔 하고 싶다. 우제. 그런데 너의 글이 실릴 예정이라는 잡지가 월간미술이었나 미술세계였나. 두 군데 다 뒤져 보아야 할 모양이다. 아무튼 너의 글맛을 하루 빨리 볼 수 있기를.

 

김주완 김훤주 기자의 블로그에서 글 한 꼭지(포스트)를 옮겨놓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출처:
www.artsjournal.com/bookdaddy/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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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2kim.idomin.com/

 

 

미국의 100년 신문 <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가 4월부터 인쇄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종이신문을 찍지 않겠다는 말이다. 대신 인터넷으로만 뉴스를 서비스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한 잡지인 < PC매거진 >은 물론 지역신문의 인쇄·배포 중단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반면 < 허핑턴포스트 >라는 정치 팀블로그는 < 뉴욕타임스 >나 < USA투데이 >, 구글뉴스 등 유수한 기존 언론과 포털뉴스를 제치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미국내 주요언론으로 떠올랐다. < 테크크런치 >라는 블로그의 RSS 정기구독자도 100만 명이 넘은 지 오래다.

 

  종이신문만으론 더 이상 생존 어렵다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지난해 촛불집회 후 소비자들의 광고주 불매운동에 열받은 나머지 한국 2위의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뉴스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미디어다음' 뉴스페이지의 방문자 수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그보다 더 놀랄 일이 있다. '미디어다음'에는 일반인들도 블로그를 통해 기사를 송고할 수 있는 '블로거뉴스'라는 페이지가 있는데, 여기에 송고하는 블로거 중 직업기자 못지 않은 '베스트 뉴스블로거'는 300명이 채 안된다.

 

하지만 '뉴스' 페이지에는 종합일간지와 방송사, 스포츠신문, 경제신문, 인터넷신문, 각종 전문매체와 잡지 등 50개가 넘는 매체에 소속된 프로기자 수천 명이 그야말로 '뉴스'를 송고한다.

 

직업기자들 생산하는 '뉴스'와 아마추어들이 만드는 '블로거뉴스'  페이지의 방문자 수는 각각 얼마나 될까? 엄청난 차이가 날 것 같지만 대략 '뉴스'는 평일 하루 200만 명, '블로거뉴스'는 100만 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뉴스의 소비패턴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블로거뉴스'의 영향력이 커지자 청와대와 국방부, 문화관광체육부, 경찰청 등 거의 모든 정부부처도 각각 블로그를 개설했다. 이들 정부부처는 블로그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대학생 기자단이나 주부기자단을 꾸리는 등 전문적인 블로깅에 나서고 있다.기업체는 물론 정부부처의 광고도 이젠 인쇄매체를 넘어 인터넷으로 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신문·방송 광고에 이어 개인블로그에 배너광고를 다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경남도 람사르총회 광고가 이미 수많은 블로그에 집행됐으며, 최근에는 경남FC의 축구경기 광고도 블로그에 붙었다. 공식 통계로도 신문 광고 집행액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온라인광고는 급상승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 광고시장이 신문 광고시장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당장 서울지역 일간지의 2월 광고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30~40% 정도 줄었다고도 한다.

 

이런 가운데 전국 대부분의 지역일간지는 토요일자 신문발행을 중단했고, 심지어 잘나간다는 조선·중앙·동아일보도 4~5개면을 감면했다. 어떤 신문은 독자도 모르게 신문용지 급수를 한급 낮췄다고도 한다. < 경향신문 >의 기자와 사원들 월급은 반토막이 났고, < 한겨레 >도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올해 안에 서울지역 일간지 한 두 개는 문을 닫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경제위기가 아니더라도, 이미 종이신문이라는 상품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유럽의 일부 나라처럼 '활자매체 지원'을 위한 각종 정책과 예산 투입으로 몇 년을 더 견딜 수 있을 수도 있지만,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문은 죽어도 조중동이 영원히 사는 법

 

영악한 조중동은 이런 종이신문의 몰락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조중동은 재벌과 손잡고 방송을 삼키는 방향으로 생존방향을 정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신문·방송 겸영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 악법'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재벌과 조중동의 방송 장악이 1단계라면, 다음 단계는 그걸 발판으로 한 뉴미디어 시장 장악이다.

 

뿐만 아니라 조중동은 현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허약하고 밑천 없는지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들불처럼 번지던 촛불도 간신히 끄는 데 성공했고, 조중동 광고주에 대한 언론소비자들의 불매운동도 '불법'으로 몰아붙여 차단하는데 성공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다. 정권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판결도 언제든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미 개인 소유가 된 방송사를 국가가 강제로 빼앗을 수는 없다.

 

따라서 그들이 살 길은 모처럼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꼬드겨 한시바삐 방송을 삼키고 뉴미디어 시장까지 선점하는 것뿐이다. 이건 정권과 한나라당의 이해도 딱 맞아떨어진다.

 

그들은 또한 제2의 촛불이 타오르게 되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온다는 것도 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먼저 자기들의 야욕을 채워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다급하다.

 

조중동은 여기에 밥그릇이 걸려 있다. 그래서 그들은 미디어법 개악에 목숨을 걸었다. 그들은 그러면 우리는 어디에 목숨을 걸 것인가? 단지 '저지'하는 데만 성공하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가? 이번 미디어 악법 저지투쟁을 하면서도 계속 우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9년 3월 2일 월요일

강유원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기자의 시리즈 기사 '김주완이 만난 사람'의 기사를 스크랩 해놓습니다. 강유원 박사를 만나 "책은 희망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과연 "책은 희망입니까?"

 

원문출처: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80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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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김주완이 만난 사람] 책 전문가 강유원 박사에게 듣는 '책은 희망인가?'

2009년 03월 02일(월) 김주완 기자

 

강유원은 헤겔의 사회역사철학을 전공한 철학박사다. 인터넷 교보문고나 알라딘에서 이름을 검색하면 무려 30여 권에 이르는 저술과 번역서들이 나온다. 철학과 관련된 인문학 서적이 많지만, '책'에 대한 책도 상당수에 이른다. <책과 세계>(살림, 2005), <몸으로 하는 공부>(여름언덕, 2005), <강유원 서평집 : 주제>(뿌리와이파리, 2005), <책>(야간비행, 2003) 등이 그것이다.

그는 <미디어오늘>과 <시네21> 등 많은 매체에 서평을 썼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독서클럽을 운영하기도 한다. 가히 '책'과 '서평'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 할만 하다.

그런 그가 <경남도민일보> 매주 금요일자 1면에 '책은 희망이다'라는 고정란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자진하여 서평을 보내왔다. 지난 27일자에 실렸던 <국경없는 조폭 맥파이아>에 대한 책소개 글이 그것이다.

아울러 그는 '책이 희망'인 것은 맞는데 성장률 0% 시대에 왜 책읽기가 희망인지, 희망인 건 알았는데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일종의 기획기사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해왔다.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인문학자이자 서평가이며, 책 전문가인 그를 인터뷰하면 곧 '기획기사'가 될테니 말이다. 과연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줬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책은 당연히 희망이며, 책을 읽음으로써 사람들의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률 0% 시대일수록 성장에 대한 환상을 확고하게 버려야 희망이 생긴다"며, 녹색평론에서 나온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는 또한 "지역신문이 지역의 도서관을 취재하여 도서관이 주민들의 삶의 질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보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제 위기일수록 성장 환상 확고하게 버려야 희망 생겨
여러번 읽는 게 가장 좋아…팀블로그 활용 유익한 방법


   
 
 

-철학자로서 서평 작업을 그렇게 많이 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리고 선생님에게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책읽고 서평쓰기는 모든 공부의 출발점입니다. 사실 이런 책이 좋다, 저런 책이 좋다는 말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곧바로 그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자해도 마땅한 안내가 없고 자신에게 적합한 책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여 무조건 베스트셀러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몇 만명의 사람들이 똑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좀 엽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홍성대의 <수학의 정석>으로 수학을 공부하듯이 한국 사람들은 책도 다른 사람이 안읽는 것을 읽고 있으면 불안해서 다 맞추나 봅니다. 어쨌든 책으로 가는 일종의 안내를 마련하는 것은 한 글자라도 좀 더 배웠다는 사람이 해야할 일인듯하여 서평을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책을 직접 쓰시거나 번역하시기도 했는데, 스스로 대표작(또는 만족스러운 책)을 꼽는다면 어떤 책이며, 그 이유는 뭡니까?

△<책과 세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책과 세계>는 200자 원고지 300매 분량의 얇은 문고판 책인데, 딱 그만큼의 분량 안에 압축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집어넣었다는 묘미가 있습니다. 책에 관한 제 생각을 적으면서 그 안에 제 세계관을 은근히 집어넣기도 했으며 제가 즐겨하는 수사법 등을 촘촘하게 시도해 보았기 때문에 가끔 들춰보면서 히죽거리기도 합니다. 또 이 책을 통해서 제가 가진 한계를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두꺼운 책을 못쓰겠구나'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두꺼운 책은 읽기는 하겠는데 쓰자면 제 능력을 넘어가는 것이기에 틀림없이 괴로울 것입니다. 이런 한계를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과욕을 부리지 않게 해주는 좋은 경계(警戒)이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평가와 관계없이 많이 팔린 책들은 뭔지 좀 여쭤봐도 될까요?

 

△<책과 세계>>가 많이 팔렸을 것입니다. '많이 팔렸다'고 하면 인세수입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들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3, 4년 동안 만 원짜리 책 4000권 팔리면 받게 되는 인세가 400만 원이니까요. 그래도 4000권이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집에 책이 그만큼 있으면 집이 꽉차지 않습니까.


 

 
 
   
 

-선생님에게 책을 쓴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학자들은 '학술서'를 씁니다. 저도 가끔은 학자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사실 아직은 그런 자각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학습서'를 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몽롱하고 현학적인 책보다는 보통 사람이 읽어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명쾌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쓰거나 번역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평집은 책에 대한 안내를 목적으로 하고, 번역본들은 필요한 책들인 듯하여 번역하고 있고, 서구 고전 안내서 역시 어려운 책들을 읽는데 도움이 될 듯하여 쓰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가 쓰거나 번역하는 책들을 '학습서'라 한다면 결국 이 책들은 독자들이 자신의 방향을 찾아 나아가기만 한다면 곧바로 사라져도 무방한 것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책은 희망이다'에 자진하여 원고료도 없이 서평을 써주셨는데, '프로'이신 선생님이 그래도 되나요?

△'프로'는 돈에 철저해야 합니다. 이는 악착같다는 뜻이 아니라 돈에 관한 한 맺고 끊는 게 분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프로입니다. 제 글 하나를 읽고 독자가 어떤 책이든 한 권 사서 읽으면 저는 만족합니다. 독자의 저변이 넓혀지는 것, 이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도 과연 책이 희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책은 당연히 희망입니다. 물론 책 한 권이 희망일 수는 없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빨리 빨리'를 통한 성과 위주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삶의 여유가 생기고 그것은 마음의 풍요를 가져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처럼 책을 읽는 일을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이 어려운 시기, 성장률 0%인 시대에 왜 책읽기가 희망일까요? 그리고 이런 시대에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성장률 0%의 시대는 우리 삶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와 있는 성장 이데올로기를 억지로라도 버려야 할 시대가 왔음을 알려줍니다. 만날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것이 사람살이의 본 모습은 아닙니다. 그냥 제자리에 서서, 또는 뒤돌아서 가보기도 하고 옆도 살펴보는 것이 참모습일 것입니다. 책을 읽어야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때 책을 읽어서 성장에 대한 환상을 확고하게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희망이 생깁니다. 녹색평론에서 나온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책을 권합니다.

-좋은 책읽기 방법은 뭘까요? 또한 독자의 처지에 따른 독서방법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대부분의 책은 한번 읽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좌절하지 않고 여러번 읽는 것이 가장 좋은 책읽기 방법입니다. 과학자 뉴턴은 책을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부딪히면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많이 읽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좋은 책을 여러번 읽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독자의 처지에 관계없이 중요합니다.

-독서의 성과는 어떻게 축적하고 나누는 게 좋을까요? 블로그를 활용한 온라인 독서클럽의 가능성은 어떻게 열어갈 수 있을까요?

△책을 읽고 자신의 블로그에 독후감이나 서평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유념할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낌'만을 적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느낌은 사실 '정보'가 아닙니다. 블로그를 일기장으로 이용한다면 무방하겠지만 책을 읽은 다음에 떠오르는 막연한 느낌만으로는 블로그를 알차게 만들 수 없습니다. 몇몇이 모여서 일종의 팀블로그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것이 온라인 독서클럽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일은 지역도서관을 근거지로 삼아서 진행되어도 좋을 것입니다.

지역신문은 지역의 도서관을 취재하여 도서관이 주민들의 삶의 질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방식으로 측면 지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방정부는 다리짓고 도로 넓히는 정부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 http://www.l4d.or.kr )을 하나의 모범 사례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그 도서관 때문에 그 동네로 이사오는 사람이 생겨날 수 있어야 합니다.

-allestelle.net이라는 인문학 사이트를 운영하고 계신데, 어떤 사이트인가요?

△좋은 책을 골라서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정보를, 인문학의 기초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지식을 주고자하는 일종의 학습사이트입니다. 제가 강의한 내용들을 들을 수 있는 녹음파일, 서평, 번역하거나 쓴 책의 초고 등이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와 같은 지역신문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지역신문 기자, 또는 그냥 기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좀 해주세요.

△지역신문은 말 그대로 지역의 현안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매체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지역신문이 없다면 특정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됩니다. 한국은 중앙집중의 전통이 높아서인지 지역신문에 관해서는 물론이고 지역 자체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좋은 의미에서의 지역감정과 자부심은 앞으로 더 고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역도서관 운동, 지역농축산물(로컬푸드)운동 등은 지역신문만이 다룰 수 있는 이슈들인데 이것들이 바로 우리의 삶의 질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역신문 기자들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2009년 2월 27일 금요일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황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출처: www.pbase.com/al309/image/27461520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황소'라는 말은 영어로 된 표현 'bull in a china shop'를 번역한 말이다. 무슨 뜻인가. 구글 검색을 통해 찾아보니 이런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어리석은 사람' 또는 '다른 사람의 계획을 뒤집어엎는 사람'. (참고 http://esl.about.com/library/glossary/bldef_95.htm, Definition: someone who is clumsy; someone who upsets other people's plans )

 

 

이 표현이 <창작과비평> 2009년 봄호에서 브루스 커밍스와 백낙청 선생의 대담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블로그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이 전하고 있다. 그 블로그 기사를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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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한국 전문가인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1934년생) 석좌교수가 이명박 정권에 대해 한마디 했네요. 오늘 배달돼온 창작과 비평 2009년 봄호에서 커밍스 교수는 백낙청 편집인과 대화를 통해 이명박 정권의 교과서 개정 시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튜브에서 짜낸 치약을 다시 튜브로 넣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이에 대해 백낙청 편집인은 이렇게 맞장구를 칩니다.

"진정한 실용주의자는 짜낸 치약을 다시 튜브에 넣으려고 하지 않지요."

 

이 정권의 대북강경노선에 대해서도 한심하다는 듯 이렇게 조롱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대통령이 어떤 종류의 조언을 받고 있는지가 때때로 궁금해지는데, 왜냐하면 그는 부시가 강경노선에서 선회하여 북한과의 관계를 재개하는 바로 그 시점에 강경노선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좀 더 적나라하게 풀어쓰면, "대체 어떤 멍청한 참모의 코치를 받고 있는지 참 한심하다"는 뜻입니다.

커밍스는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 데 대해서도 이렇게 비웃었습니다.

"이명박씨는 처음 취임했을 때 자신이 한 언사들에 대해 여기 한국보다 워싱턴에서 더 많은 지지를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그건 아주 단견입니다. 왜냐하면 워싱턴에 있는 그런 사람들 대다수는 이젠 나이가 꽤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할 테니까요. 그들이 오바마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이명박씨가 캠프 데이비드나 다른 곳에서도 어쩌면 그토록 부시한테 잘 보이려고 했는지 궁금했어요."

 

백낙청, "이명박은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황소"

 

백낙청 편집인은 웃으며 "그건 전혀 실용적이지 않았지요"라고 맞장구를 칩니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불도저'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CEO 이미지도 사실은 엉터리라고 평가합니다.

"나는 이명박씨가 성공적인 CEO라는 또다른 이미지도 의심스럽다고 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현대그룹에서 정주영 회장 밑에 진짜 CEO는 존재하지 않았지요. 공식적인 직함이 뭐든 그들은 오직 한명의 슈퍼CEO 휘하에 있는 총괄운영자(COO)일뿐이었습니다. 이명박씨는 불도저(bulldozer)라는 자기 별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제가 보기에 그는 정주영씨가 운전하는 불도저였고, 그런 운전자가 없어진 지금 그는 영어 표현으로 bull in a china shop, 즉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황소' 같은 인물이지요.(웃음)"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황소'는 뭘까요? 휘젓고 다니면서 좌충우돌 접시나 깨는 고삐풀린 황소을 말하는 거겠죠?

이렇게 고삐풀린 황소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백낙청 편집인은 "개인적으로 이제 나는 이명박 정부가 자진해서 변할 거라는 희망을 아예 포기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커밍스 교수는 "그러니 그가 바뀔 수 있도록 외부에서 강제해야겠군요", "저는 그런 일이 어차피 일어날 거라고 봅니다"라는 말로 대화를 마칩니다.

2009년 1월 20일 화요일

김훤주와 김주완 기자

한국에서 블로거 노릇을 하는 이들 가운데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http://2kim.idomin.com/)은 꽤 알려져 있는 듯싶다.

 

<시사in>의 고재열 기자는 '독설탓컴' 2008년 12월 7일자 '기자블로거들을 위한 변명'(http://poisontongue.sisain.co.kr/460)에서 "기자 블로거는 기자가 매체의 한계 혹은 조직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 준다"고 말하면서 그 사례로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노태운 기자의 발가는대로' '고재열의 독설닷컴'을 그 사례로 들었다. 말하자면 블로그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을  한국블로그 중에서 기자블로그의 대표격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김훤주 기자를 만났다. 지난 주 '김해기적의도서관 부지 답사'를 위해 김해를 방문했을 때 경남도민일보의 대표전화를 통해 핸드폰 번호를 구하여 전화를 넣었더니 저녁 시간에 숙소로 찾아왔다. 집은 마산인데, 친구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와 주었다. 먼먼 소식으로 집에 우환이 있다고 들었는데, 밤길을 달려 와주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 친구를 만난 것이 언제인지, 되짚어보니 잘 가늠이 안 된다. 23년 전이거나 24년 전의 일이다.

 

도대체 세월이란 것, 시간이란 것, 그것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결코 물리적인 것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 속의 일들은 기억할수록 가까운 일인 것만 같다.

 

대학을 졸업도 하기 전이었던 때, 마산 창원 지역으로 '현장 이전'을 한 친구를 만나러 친구 따라 밤기차를 탔던 밤이 떠오른다. 그 이십수 년 전의 만남이 첫 만남이었고, 그리고 이번에 두번째 만남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어제 헤어진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만나 헤어졌다.

 

고재열 기자는 기자 블로그를 통한 매체의 한계나 조직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을 말했지만, 단지 기자가 블로그를 하는 것이 그런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서 불과 두 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마치 매일 만나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은 분명 착시현상이거나 환영일 수도 있겠지만, 블로그는 그런 착시 현상을 만들어낸다. 매일 즐겨찾기에 넣어두고 블로그를 방문하다 보면, 만나지 않아도 만난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동행이 있는 데다, 이야기 주제가 옆으로만 번져 나가는 자리여서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할 짬이 없었다. 그리고 친구는 집안의 우환 때문에 서둘러 다시 밤길을 달려 집으로 갔다. .

 

헤어지면서 나는 도서관 관련 일을 하면서, 또 각 지역의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는 우리 현실의 '벽'을 떠올리며 김주완 기자의 <토호세력의 뿌리>라는 책을 언뜻 이야기했다. 그런 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남도민일보와 같은 지역신문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지역에 뿌리박은 도서관과 여러 문화 활동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따위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오늘 친구가 사무실로 책을 붙여 보냈다. 마음속에 물컹 하는 것이 생겨나온다. 고맙다 친구야!

 

마산에 뿌리박고 있는 지역출판사 '도서출판 불휘'가 펴낸 <토호세력의 뿌리>(2006년 초판)라는 책이다.



 





 

김훤주 기자는 작년에 <습지와 인간>(2008년 초판, 산지니)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김훤주를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단체(?)가 주최한 이 책의 출판기념회 풍경은 또 다른 블로그(http://gomanaru.tistory.com/99)를 통해 잘 살펴볼 수 있다.

 


*그림출처: http://gomanaru.tistory.com/99, "그는 말이 별로 없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소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삐쩍 마른 몸매에다 키가 멀대 같이 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