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해' 어른 10명 중 3명, 책 한 권 안 읽었다
공립도서관 확충 절실..도서구입비 세제감면도 논의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2012년은 정부가 지정한 '독서의 해'이다. 그러나 올해도 보름 남짓 남겨둔 이 시점에서 지난 1년간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꼽아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들의 독서량은 2007년부터 줄곧 하향세다. 10명 중 3명은 1년 내내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독서량이 줄어든 것은 개개인의 성향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책을 읽을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탓도 크다. 특히 정부에서 독서에 대해 캠페인성 정책을 남발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정책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들이 평일 독서에 할애한 시간은 25.9분으로 전체 여가시간 중 13.3%에 그친다. 이렇게 해서 1년간 읽은 책은 총 9.9권이다. 12권을 기록했던 2007년 이후 4년째 독서량이 줄었다. 한국출판연구소의 조사에서도 대학생 이상 성인들의 독서율은 1994년 86.8%에서 지난해 66.8%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독서와 관련한 법은 2007년 마련된 '독서문화진흥법'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매년 1회 이상 독서 관련 행사를 개최하거나 관련 기관 및 단체가 이를 개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고, 단지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예산도 부족하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정부와 문화부의 예산이 각각 23.8%, 15.1% 늘어나는 동안 출판 예산은 오히려 10% 줄었다.
백원근 한국출판문화연구소 소장은 "독서문화진흥법 등 제도적인 환경은 갖춰져 있지만 사문화돼 있는 부분이 많다. 정부가 즉흥적으로 아이템만 많이 내놓고, 정작 실행은 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 독서실을 설치하겠다고 하면 유치원 원아수와 규모 등에 따라 몇 권의 책을 비치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세부안들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책을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특정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도 독서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학습이나 대입을 위한 독서는 강제성이 가미돼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게 된다. 학교에서 내주는 독후감 숙제, 청소년·중고생들이 읽어야 하는 필독서 목록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은 "필독서나 학습적 독서 등은 아이들에게 압박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책읽기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강제로 책을 읽히면 아이들은 진짜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읽는 '척'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공도서관 확충도 시급한 문제다. 문화부 통계에서도 인근지역에 공공도서관이 있는 성인은 전체 51.1%가 월평균 3.2회 도서관을 이용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10.7%만이 월평균 0.4회 이용하는 것에 그쳤다. 독서율도 공공도서관이 있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5%나 높았다.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 수는 759개로, 주요국에 비해 극히 낮은 수준이다. 공공도서관 1관당 서비스 인구는 미국, 영국 등이 1만명대인데 비해 한국은 6만명대나 된다.
최근에는 독서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도서구입비 세제감면'도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박종수 고려대 조세법센터 교수는 지난 6일 정책토론회에서 "세액 공제 제도는 도서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제도"라며 "일본에서도 2012년 세법 개정안에서 도서구입비 등을 근무필요경비에 포함시켜 총 65만엔을 한도로 특정지출 공제로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세제지원을 통해 도서구매가 촉진되면 부수적으로 출판기업의 법인세도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세수감소를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군포시의 사례는 눈여겨볼만 하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 독서 정책을 으뜸 시책으로 삼은 게 만 2년째다. 2010년 전국 최초로 독서 전문부서인 정책비전실의 '책읽는 군포팀'을 만들었다. 시청 1층을 통틀어 대규모 북카페로 만들고, 각종 영수증에는 책의 글귀를 써넣었고, 민방위 대원들에게 인문학 교양 강의를 실시했다. 지자체의 의지만으로도 책읽는 환경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공 사례다. 유미선 '책읽는 군포' 팀장은 "전방위적으로 독서 환경을 만들다 보니 시민들도 점진적으로 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시에서도 1주일에 한 팀씩 벤치마킹하려고 온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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