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4일 금요일

맹탕으로 끝난 '독서의 해', 다시 시작하라

맹탕으로 끝난 '독서의 해', 다시 시작하라


올해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독서의 해’ 라는 걸 아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정부가 책 읽는 사회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지하철엔 책 읽는 승객보다 스마트폰을 들고 정보를 검색하거나 게임과 드라마만을 보는 풍경 일색이다.

우리 국민이 연간 읽는 책의 양은 고작 0.8권. 성인 10명 중 4명은 아예 책을 읽지 않는다. 미국 6.6권, 일본 6.1권과는 비교하기조차 민망하다. 신간 서적 발행부수는 전년 1억200만 부에서 지난해엔 1억 부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발행 종류수는 전년 동기대비 1.7% 감소했고 부수는 17.9%나 각각 줄었다. 서적 출판업 매출액은 2007년부터 매년 평균 2.4%씩 감소하고 있고, 관련 종사자 수도 줄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출판 산업은 사양 산업이 될 것이다.

정부차원에서 거창하게 무슨 무슨 해라고 별칭한 것은 이번 ‘독서의 해’가 처음이다. ‘한국방문의 해’라고 부른 적은 있지만 관광공사 차원서 이뤄진 것이었다.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독서의 해’ 를 제정해 독서율 제고와 출판업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그만큼 정부의 의지가 강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독서의 해’ 는 한낱 구호에 끝나가는 셈이다. 국민들이 책을 읽을 만한 환경 조성도, 이렇다할 출판 정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책읽는 국민이 선진 국민이요, 출판이 문화 컨텐츠 산업의 근간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지원은 다른 분야에 비해 초라하다. 독서 캠페인 예산은 달랑 5억원이 전부고, 문화부소속 독서추진위원회는 문용린 위원장의 서울시교육감 보선 출마로 유명무실해졌다.

이러니 국민들의 독서에 대한 인식은 2001년말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가 조성한 독서 열풍때 보다 못하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전국에 책 읽기문화를 확산시켰으며 프로그램에 소개된 ‘괭이부리말 아이들’ 등 수십권의 책들은 단숨에 200만권을 넘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책시장에 큰 활력소가 됐었다. 올해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출범하고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도 발표했지만 출판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때 마침 내년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정부는 올해로 ‘독서의 해’ 를 마감할 것이 아니라 올해를 원년으로 내년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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