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7일 월요일

협동조합, 대안 경제모델을 향하여


협동조합, 대안 경제모델을 향하여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학원 교수

협동조합은 개인 소유의 기업과 달리 1인1표의 의결권을 바탕으로 한 공동소유와 민주적 관리를 통해 공동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요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자율적이고 자발적 연대조직이다. 잘 발달된 협동조합 사례는 일본의 농업협동조합, 미국의 선키스트연합회, AP통신 및 오션스프레이, 스페인의 몬드라곤과 FC바르셀로나, 뉴질랜드의 제스프리, 프랑스의 크레디아그리콜, 네덜란드의 라보뱅크 등에서 발견된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일상화된 경기침체, 양극화, 글로벌화에 따른 경제 변동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경제모델의 탐색이 본격화되면서 협동조합이 새로운 경제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협동조합은 일반회사와 달리 단기적인 이윤추구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에 초점을 두므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둘째, 조합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므로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양극화와 빈부격차 등 사회갈등 요인을 치유하는 포용적인 시장경제 발전 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 즉 협동조합은 신뢰나 사회적 규범과 같은 사회적 자본에 기반해 사회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안정적이면서 사회통합적인 경제모델이다.

협동조합이 가지는 이러한 장점 때문에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심화에 따른 선진국과 개도국의 경제적 격차와 각국 내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협동조합 활성화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2월1일을 기점으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1957년의 농업협동조합법을 시작으로 한 협동조합 개별법 시대를 마감하고 협동조합기본법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농업협동조합법, 신용협동조합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등 8개의 개별법에 근거해 설립되고 운영돼 왔다. 따라서 주로 농·임·수산 등 1차산업과 금융, 소비영역에서 운영돼 왔고 자율성과 자발성보다는 국가의 지원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5인 이상만 모이면 출자금의 제한 없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은 기존의 협동조합법에 의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한 분야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영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 출현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기존의 협동조합 영역에서는 농업협동조합이 아닌 다양한 과일 또는 채소 생산자 조합 등이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협동조합을 활용하지 못했던 노동, 의료, 실업, 복지, 교육, 주택, 상조 등 영역에서는 자활단체, 돌봄노동, 대안기업, 청소, 공동육아, 주택, 구매, 생산 등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보편적인 사업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캐디, 학습지 교사 등 4대 보험 적용에서 제외되는 근로자들, 임시고용과 일용고용, 개인택시, 화물차 지입제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자영업 형태의 업체나 사람들도 협동조합을 활용해 조직화할 수 있다. 협동조합을 통한 이러한 조직화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소규모 창업을 쉽게 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서비스를 활성화함으로써 복지사회를 앞당기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기존 정책과 제도 및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부작용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고, 건전한 성장을 위한 감독과 진흥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협동조합 운동과 정체성 유지를 위해 운동가를 교육하고 양성할 수 있는 체계와 협동조합 간 협력을 확산할 수 있는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협동조합과의 관계 정립 및 유사 협동조합의 전환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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