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7일 월요일
[2012 문화계 결산](1) 문학
[2012 문화계 결산](1) 문학
경향신문 한윤정 기자
ㆍ올해 베스트셀러는 없어… 정치 참여는 활발
2012년은 총선에서 시작해 대선으로 마무리되는 ‘정치의 해’이다. 그러나 문화 열기도 정치 못지않았다. 비엔날레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렸고 대형 공연장엔 관객들이 몰렸다. 반면 사회의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문화의 양극화도 심해졌다는 평도 나온다. 올해 문화계를 문학·미술·학술·공연·종교로 나누어 결산해 본다.
올해 한국 문학은 베스트셀러가 없었다. 교보문고가 내놓은 올해 도서 판매량 통계에서 한국소설은 종합 100위 가운데 중하위권에 10권이 들어갔다. 그나마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정유정의 <7년의 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등 구간이었고 올해 신작은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 2종뿐이었다.
그러나 시와 소설 모두 신작이 풍성했다. 이시영 백무산 곽재구 김기택 등 중견부터 김승일 박성준 이우성 이은규 등 신인까지 주요 출판사에서 70여권의 시집이 쏟아져 ‘시의 귀환’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소설의 경우도 황석영 이승우 성석제 은희경 김영하 김연수 전경린 천명관 편혜영 백영옥 등이 장편을, 윤후명 이혜경 한강 박성원 김애란 김중혁 황정은 손홍규 등이 단편을 선보였다.무엇보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작가들의 사회 참여가 두드러졌고, 실험성이 강한 소설을 써온 정영문의 문학상 3관왕 등극이나 ‘얼굴 없는 작가’ 이정명의 등장 등 견고하게 유지됐던 문단의 틀을 깨는 새로운 움직임도 나타났다.
▲ 시·소설 모두 신작 발표는 풍성
황석영 등단 50주년 맞아 주목
▲ 정영문, 같은 작품으로 3관왕
문인들 ‘정권교체’ 요구 성명도
■ 작가들의 정치 참여
총선과 대선이 있는 올해는 작가들의 정치 참여가 활발했다. 도종환 시인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이 된 데 이어 문재인 선거캠프에 참여하면서 지난 7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중등 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 ‘담쟁이’를 삭제할 것을 권고하는 사건이 벌어져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낳았다.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안도현 시인을 필두로 염무웅 구중서 현기영 신경림 공지영 등 정권교체에 공감한 원로, 중견 문인들이 멘토단에 참여해 지지의사를 밝혔다. 황석영 정도상 등 단일화 촉구에 나섰던 작가들 역시 문재인 지지로 돌아섰다. 유신시대 민주화 투사였던 김지하 시인은 박근혜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혀 관심을 모았다. 수많은 트위터 팔로어를 거느린 작가 이외수씨는 끝까지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아 양쪽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한편 젊은 작가들은 ‘작가행동 1219’를 결성해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과 북콘서트를 열고 제주 강정마을에 평화도서관을 짓겠다고 선언하는 등 현실참여에 적극성을 보였다. 130여명의 문인들은 최근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 정영문 3관왕
등단 이후 16년간 실험성이 짙은 소설을 써온 작가 정영문이 <어떤 작위의 세계>(문학과지성사)로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이 작품은 1인칭 화자가 5년 전에 헤어졌던 애인과 그녀의 남자친구를 비롯해 몇몇 사람을 만나고 여행하고 밥 먹고 산책하고 공상하는 등의 내용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그렸다.
2004년 김영하가 동인문학상(수상작 ‘검은꽃’), 황순원문학상(수상작 ‘보물선’), 이산문학상(수상작 ‘오빠가 돌아왔다’)을 한 해에 받은 적이 있지만, 같은 작품으로 3관왕이 된 것은 정영문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12권의 장편과 소설집을 냈으나 총 판매부수가 2만부에 그칠 만큼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영문의 3관왕 등극은 고집스레 자신의 세계를 지켜온 작가에게 보내는 찬사인 동시에, 새로운 작품에 대한 요구를 반영한다.
■ 이정명의 등장
이정명은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 대형 베스트셀러를 내면서도 ‘얼굴 없는 작가’로 지내왔다. 그러나 올해 <별을 스치는 바람>(은행나무)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으로 독자와 만나기 시작했다. 신작은 시인 윤동주의 말년과 사라진 원고의 행방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린 팩션이다. 출간 이전의 시놉시스만으로 런던도서전에서 세계 5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황석영 등단 50년
1962년 <사상계>에 단편 ‘입석부근’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온 황석영이 50주년을 맞아 구한말 이야기꾼이자 동학혁명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신작 <여울물 소리>(자음과모음)를 발표했다. 신작은 곧바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고 문단 후배들은 이달 초 ‘황석영 등단 50주년 축하 모임’을 성대하게 열었다.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꾸준히 문단의 높은 평가와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는 특별하다.
■ 스크린셀러와 세계문학전집
신작이 맥을 못 추는 가운데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소설인 ‘스크린셀러’와 세계문학전집이 그나마 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정은궐의 <해를 품은 달>과 박범신의 <은교>가 한국소설 1, 2위(교보문고 집계)를 차지했다. 세계문학전집 열풍도 이어졌다. 민음사와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 목록이 각각 300종과 100종을 돌파한 데 이어, 창비도 세계문학전집 경쟁에 뛰어들어 1차분 11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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