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31일 화요일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 감소/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지난해 도서관 이용자 평균 27만명..5년새 20% 감소
"독서율 감소·도서관 관리 미흡이 이용자 감소 이유"
독서율 감소 국가경쟁력 손실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
정부·지자체, 도서관 문제 해결에 무신경한 모습 보여
도서 구매량 줄이고 관리하는 사서 수도 턱없이 부족
공공도서관을 찾는 이용자의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도서관 관리 소홀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오히려 도서관에 구입하는 책의 양을 줄이는 등 무신경한 모습이다. 도서관 관리를 책임지는 사서의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도서관 문제에 칼을 빼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 5년 새 20% 감소
지난 25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도서관대회’에서 “독서의 미래는 도서관에서 볼 수 있다”며 “도서관의 질적 양적 성장을 위해 정부와 전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장관이 이토록 호소한 배경에는 암담한 한국 도서관의 현실이 있다.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에 따르면 공공도서관 1곳당 평균 이용자 수는 2012년 34만명에서 지난해 27만명으로 20%가 줄었다. 독서 문화의 산실인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국가경쟁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 ‘독서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독서율과 국가경쟁력은 0.77(1에 가까워질수록 높은 상관관계)을 보였다. 독서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국가경쟁력도 높다는 말이다.
도서관 이용자 수가 줄어든 이유는 독서율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65.3%에 불과하다. 성인의 3분의 1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 다른 이유는 도서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데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원하는 책이 없다든지, 훼손된 책을 그대로 방치한다든지 도서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이런 도서관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용자는 당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신경한 정부…도서 구매량 줄어들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는 공공도서관 문제 개선에 뒷짐을 지고 있다. 2007년 도서관 문화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발족한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10년이 지나도록 대통령 대면보고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공공도서관 도서 구매량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공도서관 한 곳당 평균 도서 구매량은 6299권으로 2012년 8539권 대비 26% 감소했다. 인기 베스트셀러나 신간을 구비하지 않은 도서관도 많다. 백 대표는 “읽고 싶은 책이 없으니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도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도서관 관리를 책임지는 사서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는 것도 문제다. 한국도서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도서관에 필요한 법정 사서 인원은 2만3222명이지만 실제 배치된 사서는 4238명에 불과했다. 공공도서관 989개관 중 최소 배치 기준인 3명을 충족하지 못한 곳이 전체의 40.5%다. 사서가 아예 없는 공공도서관도 48개에 이른다. 이 같은 인력부족으로 현장 사서들의 1명당 평균 봉사대상인구는 2만3000여명에 달한다.
이상복 대진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사서 한두 명이 관리하는 공공도서관이 태반”이라며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년에 2400명의 사서가 배출되지만 그중 70%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돼 월급 170만원을 받고 일을 한다”며 “사서에 대한 대우가 낮으니 국민 대부분이 사서를 도서출납을 하는 사람쯤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문제는 산적해 있다. 도서관발전종합계획에 따라 2013년 1개였던 취약계층을 위한 도서관을 2018년 17개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이후로 단 한 곳도 늘지 않았다. 또 고령화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노인층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원책이라고는 돋보기를 비치하는 것뿐이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문을 연 별마당 도서관. 특설무대가 있어 명사의 강연과 음악 공연 등이 상시 열린다. 전문가들은 도서관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종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사진=신세계그룹).
◇“정부 지원 늘리고 도서관 질적 향상 해야”
전문가들은 도서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백 대표는 “우리나라는 공공도서관이 대부분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도서관 문제 개선의 핵심 주체”라며 “이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일차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도서관을 가고 싶은 장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종합 문화 공간으로 이용자들을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문을 연 별마당 도서관이다. 이곳에는 특설무대가 있어 명사의 강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도서관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주변 매장의 매출을 30% 끌어올리는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런 부가적인 서비스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 교수는 “부가적인 서비스 제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서의 수를 늘리고 사람들이 보고 싶은 책들이 가득한 도서관을 만들어 독서의 산실로서 도서관의 기능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상우 (doubleu@edaily.co.kr)

출처 https://goo.gl/2Mt7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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