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국방부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거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를 비판했다며 ‘우수문학도서’로 지정된 문학작품들의 군내 반입을 불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공개한 ‘한국도서관협회 2009년 제4분기 검토도서’ 목록을 보면, 국방부는 당시 시인 김정환의 산문집 <이 세상의 모든 시인과 화가>의 군내 반입을 불허하고 불허 이유로 “군 부정, 광주항쟁, 유신 등 정치색이 강한 내용이 다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책은 지은이가 다른 문인·화가들의 작품 등을 다루며 문화 전반에 대해 적은 글을 모은 것이다. 또 국방부는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안현미의 시집 <이별의 재구성>도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있으며 시가 어려워 장병정서에도 부적절하다”고 평가하고 반입을 불허했다. 표성배 시집 <기찬 날>에 대해서도 “특정내용(노동현장)을 다룬 글로 장병정서 순화에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또 국방부는 배수아의 소설 <북쪽 거실>에 대해서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비현실성으로 군 장병 가치관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등 자의적 잣대를 들어 반입을 불허했다.
반입 불허 도서목록에는 소설가 현기영의 2009년 신작 <누란>도 이름을 올렸다. 87년 6월항쟁에 가담했던 주인공의 ‘후일담’ 성격인 이 소설에 대해 국방부는 “과거 안기부를 비판한 내용으로 병영 내 반입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2008년 불온도서 목록에도 현기영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올렸는데, 10년 만에 나온 그의 신작소설에 대해서도 검열을 적용한 것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