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변신의 제왕, 2012 도서관 …도서관의 발랄한 생존기 사라지지 않는 책의 산

변신의 제왕, 2012 도서관 …도서관의 발랄한 생존기 사라지지 않는 책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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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팡이 국민게임이 될 때도 지하철엔 손에 책을 든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았고, 전자책 판매가 오프라인 판매를 뛰어넘을 때도 종이 책은 사라지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서울도서관과 국립장애인도서관도 개관했다. 터치스크린과 전자식 좌석배치, 산뜻한 디자인의 열람실 등으로 조금씩 타협을 한 채 여전히 사람들 곁에 ‘책의 집’으로 머물고 있는 도서관의 서바이벌을 조명한다.

21세기 도서관의 변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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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는 새끈하지만 책 더미에 푹 잠겨 쉴 수 있는 공간이 없고, 구글은 전 세계 수십억 권의 책을 눈 앞에 보여주지만 여러 권을 펼쳐 전체 맥락을 살펴볼 수 없다. 영화 <루퍼>에서 과거로 온 브루스 윌리스가 가장 처음 찾은 곳도 도서관이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 도서관의 생존은 녹록치 않다.

독서의 해를 맞아 지난 8월부터 ‘작은 도서관 진흥법’이 통과됐지만 아직 예산은 쥐꼬리(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자료 1곳당 연간 100만원 이하)만한 것이 사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각 지자체 별로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 7월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도서관과’를 설치한 경기도는 5년 안에 공공 도서관 수를 500개로 늘리고, 대출증 하나로 경기도의 모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에는 세계도서관주간을 맞아 책 읽기 플래시 몹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다.

17일 열린 전국도서관대회에서는 스마트폰의 사이버도서관으로 책을 검색하고, 12개월 미만의 영아를 둔 부모들이 집에서 책을 빌려보는 서비스가 소개됐다. 장애인들이 도서관에 있는 책을 신청해 택배로 받아보고 반납하는 ‘두루두루 서비스’는 또 어떤가. ‘길 위의 인문학’ 강좌와 함께 작가와 함께 하는 독서기행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은 SNS 세대를 위한 ‘도서관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현실세계의 정보를 3차원 가상 영상에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은 어느덧 도서관 관계자들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 휴대폰 카메라로 책을 촬영하면 콘텐츠와 대출 정보가 화면에 뜨고,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에 여유분이 있는지, 도서관 전화번호까지 표기된다. 주변 구글이 현재 전세계 대형 도서관의 모든 책을 싹쓸이 스캔하고 있는 것을 보라. 도서관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끊임없이 부활하고 있다.

시청사에 문을 연 시민의 도서관 서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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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도서관 사업에 열과 성을 다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100년 동안 행정청으로 이용되던 서울시청사가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지난 10월 26일에 개관한 서울도서관에는 20만권의 장서가 지상 1~4층에 진열되어 있다. 도서관을 들어서자마자 5m 높이 벽면서가가 눈길을 끈다. 타 도서관과는 달리 1층에는 장애인들이 점자나 촉각도서를 통해 책을 접할 수 있는 ‘장애인자료실’을 배치했다. 밤 9시(일부 자료실은 오후 6시까지, 주말 6시까지)까지 운영시간을 연장, 직장인들을 배려한 것도 돋보이는 부분. 구 시청사 시절의 시장실, 접견실 등을 복원해두었으며 리모델링 과정에서 나온 해체물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서울도서관’ 앱을 이용하면 책 검색과 함께 현재 내 위치에서 나에게 가장 가까운 도서관을 찾을 수 있으며, ‘디지털자료실’에선 4200여 종의 DVD나 오디오북 등의 영상자료를 이용할 수 있으며 업무공간을 구현한 스마트오피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2층 로비가 신청사 2층과도 연결돼 시청을 방문했다가 도서관을 들를 수 있다. 개관 기념 서울북페스티벌에서는 서울도서관 앞 잔디광장에서 책을 읽는 ‘달빛독서 한마당’ 행사가 함께 열렸다. 시민들이 가져온 것 읽고 싶은 책 한 권과 책을 비출 수 있는 북 라이트. 서울도서관은 시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회원증을 발급받은 후 무료 대출이 가능하다. 1인 최대 세 권을 14일동안, 전자책은 다섯 권 7일 대출이 가능하다. 월요일과 법정공휴일은 휴관한다. 문의 02-2133-0212

기하급수적인 정보를 정리하다

국립디지털도서관


이 없이 책을 읽는 도서관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이하 디브러리)에서는 전자책이나 원문보기 등 필요한 자료를 온라인(www.dibrary.net)으로 찾을 수 있다.

그것도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과는 달리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정보를. 문의사항이 생기면 사서 대신 ‘실시간 정보 도우미’를 채팅 창으로 불러내면 된다. 16세 이상 성인이면 미리 예약한 후 이용증을 발급받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디브러리 포털 다문화정보’. 다문화 소식과 다문화 정책, 교육정보, 생활정보를 중국어, 베트남어, 타갈로그어 등 7개 언어로 알려주고 있다.

‘다문화 책’ 코너에서는 외국 서적의 서지 정보를 한국어로 번역해 놓아 전국의 다문화 도서관에서 이주민의 언어로 된 도서를 구입할 때 참고할 수 있다. 전자책 검색이나 원문 보기 서비스뿐 아니라 세미나실과 영상스튜디오 등을 갖춰 도서관, 그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 디브러리의 가장 큰 특징. 52인치 LCD 모니터로 영화를 다운받은 후 안락한 의자에서 단체 영화 감상도 가능하니, 붐비는 멀티플렉스 대신 도서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지하 3층은 이용증 없이 디지털신문대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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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4개 이상 무료 도서관 앱을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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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듣는 <소나기> 국립장애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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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도서관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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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페이지 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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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장애인 인문학 기행 ‘귀로 듣는 소나기’
지난 9월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드디어 개관했다. 전국 250만 명 장애인의 ‘장벽 없는 도서관 문화’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 내 1층 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를 폐지하고 이를 확대, 개편해 설립했다.

외형적으로 독립된 도서관이 새로 생긴 것은 아니나, 장애인용 도서자료의 수집과 제작, 보급 및 표준을 제정하는 등의 주요사업을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 것. 도서관에서는 책 읽어주는 장애인도서관 서비스와 함께 디지털 음성 도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점자자료와 녹음자료, 수화자막 영상도서와 함께 PDF 시각원문도서, 촉각 전자 책까지 검색 가능하다. 실내에는 화면해설 영상물 시청실과 독서확대기, 페이지를 자동으로 넘겨주는 전동 페이지 터너 등의 전용기구가 설치돼 있다. 도서관 측은 지원센터 시절부터 해오던 ‘작가와 함께 하는 독서 문학기행’과 독서코칭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홈페이지에서 장애인 관련 e-러닝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고, 독후감과 독서를 위한 보조공학기기에 대한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국내외 장애인도서관 위치와 주소, 전화번호도 검색할 수 있는 곳.

문의 http://able.dibrary.net 1644-6044(장애인서비스 전용전화)

도서관 짓는 화장품 회사

메리케이 핑크 드림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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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의정부에 낙후지역 아동도서관인 ‘핑크드림도서관’을 기증했다. 19번째다.

메리케이의 ‘핑크 드림 도서관’이란 메리케이코리아가 5년째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사회공헌 캠페인 ‘아름다운 실천’의 일환으로, 낙후된 지역의 아동복지시설에 도서관을 짓고 도서 구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메리케이는 립스틱 및 립글로스 1개 판매 시마다 1000원을 핑크 드림 후원 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현재 국내 19곳에서 핑크 드림 도서관이 운영 중에 있으며, 연말까지 경기 남양주와 충청도 등의 세 지역에 추가 건립될 예정이다. 메리케이는 2012년 후원금 7000만원을 더하여 현재까지 총 4억4000여 만원을 핑크드림 도서관에 후원해왔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창립자 ‘메리 케이 애시’여사의 골든 룰(Golden Rule)이 도서관으로 부활하는 순간이다.

‘독서실’ 아닌 도서관으로 남기 위해서는 ‘관심’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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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사색에 잠기다’ 한인규_理判事判_162.2x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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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네이버문화재단이 지난 11일 제천 기적의 도서관에 기증한 움직이는 도서관 ‘책 읽는 버스’(아래)경희대학교 도서관 풍경 ©연합뉴스
<뉴스위크>가 내년부터 오프라인 책을 발간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미디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온라인 유료 독자들만 받겠다는 것이다. 중세에는 도서관의 책이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육중하고 권위적이던 도서관은 이제 활발하고 역동적인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서관이 ‘독서실’이 되지 않으려면 아이패드 세대와 율리시즈 세대가 호환되는 변신이 필요하다. 예산도 뒷받쳐 줘야 하고, 사서의 전문화도 서둘러야 한다.

“나는 공공도서관에서 만들어졌다.” 중퇴한 하버드대보다 빌 게이츠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 공공도서관. 도서관은 한 인간의 생애 동안 생각보다 많은 영향력을 개인에게 끼친다.

메리케이나 루이비통 등 글로벌 기업들이 도서관 짓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도서관’의 기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최경주 재단은 한국EMC와 함께 여주에 ‘꿈의 도서관’을 개관했다. 다문화 지역 등 도서관 이용이 어렵거나 도서구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아동센터를 골라 도서관을 기증할 생각이다.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이 그 모습일 것’이라고 했던 보르헤스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이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부식하지 않고, 비밀스런 모습으로. 도서관은 무한하며 끝없이 순환한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20세기 남미 대표 작가)

[글 박찬은 기자 자료제공 서울도서관 한국도서관협회 국립중앙도서관 메리케이코리아 롯데갤러리 매경DB 이미지부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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