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경운기에 책 실어 마을 돌던 그가 있었기에 오늘날 ‘작은 도서관’ 존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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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에 책 실어 마을 돌던 그가 있었기에
오늘날 ‘작은 도서관’ 존재할 수 있었다
‘마을문고’ 창시자 故 간송 엄대섭 선생 조명
60년대 마을문고 운동 30년간 펼쳐
전국 공공도서관 건립에 평생 바쳐
울주, 일대기 토크콘서트·유품 전시

마을문고 창시자이자, 한국 도서관계의 거목인 울주 출신 간송(澗松) 엄대섭 선생(사진)을 조명하는 자리가 울산서 처음으로 열린다. 2012 울주문예회관 테마기획전 ‘엄대섭-도서관에 바친 혼!’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엄 선생을 단독 테마로 마련되는 행사로는 전국에서도 처음이라 크게 주목된다.  울주군이 주최하고 울주군시설관리공단 산하 울주문예회관이 주관하며 (사)새마을문고중앙회가 후원하는 이번 기획전은 다음 달 9~18일 회관 1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엄대섭 선생은 울주 웅촌 출신으로 지금의 새마을문고와 작은 도서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마을문고운동’을 1960년 초반부터 30년 넘게 펼쳤을 뿐 아니라, 전국 공공도서관 건립 운동에도 평생을 바쳤다. 이에 앞서 1951년 개인 장서 3,000여 권으로 울산 최초 사립무료도서관을 개관했으며, 주민들이 읽을 수 있도록 폐탄환 상자를 이용해 책을 싣고 마을 곳곳에 다니는 ‘순회문고’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9년 작고했다. 엄 선생의 이 같은 일대기를 집중 조명하는 이번 행사는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9일 오후 3시부터 열리는 토크콘서트와, 선생의 업적을 알 수 있는 자료와 유품 등으로 구성되는 전시회다. ‘아름다운 도서관人 엄대섭’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토크콘서트에는 엄 선생과 함께 일했거나, 선생에 대해 집중 연구한 주요 인물들이 게스트로 초대된다.

이용남 전 마을문고진흥회 사무국장(현 한성대 명예교수)과 이용재 부산대 교수(문헌정보학)가 그 대표다. 또, 1960년대 마을문고운동에 동참했던 장석순 전 합천 묘산도서관장과 엄 선생이 설립했던 전 대한도서관연구회 간사로 일했던 정선애 관악문화관도서관 사서과장도 함께 한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의 사회로 2시간가량 진행되는 이 토크콘서트는 한 평생을 한국 도서관운동에 바친 엄 선생의 삶과 업적, 한국 도서관계에서 차지하는 의미 등의 내용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 어떤 책이나 자료에도 실리지 않은 생생한 현장 일화들을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8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선생이 책을 담아 경운기에 싣고 다녔던 폐탄환 상자와 60년 대 마을문고함, 각종 사진과 서류 등을 만날 수 있다.

오만석 울주문예회관 기획팀장은 “도서관 관계자로부터 우연히 엄 선생에 대해 얘기 들은 후 서울을 비롯한 다른 도시와 관련 학계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는데 반해, 울산 출신인 엄 선생에 대해 오히려 우리가 더 모르고 있구나는 반성이 됐다”며 “비록 도서관 관계자는 아니지만 기획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끝에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엄대섭 선생은 1921년 울산 울주 웅촌면에서 태어났으며, 가난한 환경 탓에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고, 다양한 분야 책읽기를 통한 독학으로 자립기반을 다져 나갔다. 1951년 울산에서 개인 책 3,000여권으로 사립무료도서관을 열었으며, 폐탄환 상자를 이용해 50여 개의 순회문고를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당시 그 운동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1961년 본격적으로 ‘마을문고’운동을 시작, 1962년 ‘사단법인 마을문고진흥회’를 설립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나갔다.

1961년에 26개였던 마을문고가 1968년 1만 개를 넘었으며, 1974년 말에는 3만5,000여개 마을문고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마을문고운동이 1978년 새마을사업의 하나로 추진됐으며, 이후 1981년 마을문고가 새마을운동중앙본부에 정식회원 단체로 가입, ‘새마을문고’로 명칭이 바뀌고 단체 이름도 현재의 ‘새마을문고중앙회’가 됐다.

1980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지역봉사 부문) 받아 그 상금으로 ‘간송 도서관문화상’을 제정했다. 또, 이 기금으로 1983년 대한도서관연구회를 설립해 전국 시·군·구 단위 도서관건립운동도 적극 펼쳐 나갔다. 

건강 악화로 1980년 대 후반부터는 한국에서의 활동을 정리하고 아들이 있는 미국으로 건거나 요양 생활을 했으며, 지난 2009년 2월 작고했다.현재 작은 도서관 활성화 사업에 전력하고 있는 울주군은 이 같은 선생의 삶과 업적을 재조명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을 적극 펼쳐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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