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서울도서관 개관과 관련하여 주요 보도 내용6

서울도서관(경향신문 2012년 10월 17일 신동호 논설위원의 칼럼)

어제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아서 우리 형편에 좀 과분한 상상을 해봤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어서 사람이 만든 물감으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천연의 파란색이었다. 온도와 습도는 나의 생체 감각체계가 받아들이기에 가장 쾌적한 느낌이었다. 이런 날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야 할 정도로 절박하지 않아서 수십년 미뤄왔던 책 한 권을 자연이 만들어준 최적의 환경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읽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을까. 이런 터무니없는 꿈을 꿔보았다.

26일 개관하는 서울도서관은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후보 공간이다. 옛 서울시 청사에 설치될 서울시 대표도서관은 모든 도서관이 추구하는 이런 로망을 실현할 기막힌 여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광장이 보유한 압도적 자산 가치와 상징성, 활용성 등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곳에 이보다 더 좋은 의미를 가진 공간을 창출할 아이디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제같이 날씨 좋은 날 서울 시민이 서울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서울광장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그림을 상상해보라. 그리고 조금 무리를 해서 그 속에 내가 있는 꿈속에 몰래 들어가보라. 물론 직장 상사에게는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 대표도서관은 서울시에 있는 여러 형태의 도서관을 지원·조정하고 서로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을 띤다고 한다. 여기서 ‘여러 형태’라고 한 것은 공공도서관의 행정체계가 일원화하지 않은 점을 반영한 표현으로 보인다. 서울에는 구립도서관을 빼고도 국립도서관·국회도서관·시립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도서관이 존재한다. 서울시립도서관은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행정체계는 법령 관계나 소관, 운영 주체가 복잡하게 돼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의 우리 공공도서관은 입시생이나 고시생 열람실, 어린이 학습장, 읽을거리 대여소 정도의 기능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전문도서관이자 문화 허브의 역할을 하는 미국 뉴욕 공공도서관 같은 위상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수도 서울의 심장부에 겨울 스케이트장이나 관제 행사장, 시민단체 집회장, K팝 공연장, 월드컵 응원장 같은 것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어제처럼 날씨 좋은 날 시민들이 서울광장 잔디밭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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