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아서 우리 형편에 좀 과분한 상상을 해봤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어서 사람이 만든 물감으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천연의 파란색이었다. 온도와 습도는 나의 생체 감각체계가 받아들이기에 가장 쾌적한 느낌이었다. 이런 날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야 할 정도로 절박하지 않아서 수십년 미뤄왔던 책 한 권을 자연이 만들어준 최적의 환경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읽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을까. 이런 터무니없는 꿈을 꿔보았다.
26일 개관하는 서울도서관은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후보 공간이다. 옛 서울시 청사에 설치될 서울시 대표도서관은 모든 도서관이 추구하는 이런 로망을 실현할 기막힌 여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광장이 보유한 압도적 자산 가치와 상징성, 활용성 등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곳에 이보다 더 좋은 의미를 가진 공간을 창출할 아이디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제같이 날씨 좋은 날 서울 시민이 서울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서울광장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그림을 상상해보라. 그리고 조금 무리를 해서 그 속에 내가 있는 꿈속에 몰래 들어가보라. 물론 직장 상사에게는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 대표도서관은 서울시에 있는 여러 형태의 도서관을 지원·조정하고 서로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을 띤다고 한다. 여기서 ‘여러 형태’라고 한 것은 공공도서관의 행정체계가 일원화하지 않은 점을 반영한 표현으로 보인다. 서울에는 구립도서관을 빼고도 국립도서관·국회도서관·시립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도서관이 존재한다. 서울시립도서관은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행정체계는 법령 관계나 소관, 운영 주체가 복잡하게 돼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의 우리 공공도서관은 입시생이나 고시생 열람실, 어린이 학습장, 읽을거리 대여소 정도의 기능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전문도서관이자 문화 허브의 역할을 하는 미국 뉴욕 공공도서관 같은 위상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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