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7일 화요일

프랑스 몽트뢰유 도서전에서/최혜진/여성중앙 201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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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몽트뢰유 도서전에서

여성중앙 | 입력 2015.01.27 09:23
상상 교육 현장을 가다

프랑스 몽트뢰유 도서전에서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 프랑스식 양육법은 단연 화제다. 그곳의 아이들은 왠지 자유로운 영혼일 것 같고, 남다른 창의성을 갖고 있으면서 깊이 있는 사고도 뚝딱 해낼 것만 같다는 이미지. 프랑스는 정말 우리에게 없는 무언가를 가진 나라인 걸까.

프랑스의 몽트뢰유 도서전 현장.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아동도서전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아동도서전 'Le Salon du livre et de la presse Seine-Saint-Denis'(이하 몽트뢰유 도서전) 취재 3일째, 하루 평균 2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커다란 박람회장 한복판에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혼란에 빠졌다. '프랑스 아이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 되고 있다.

2013년 봄 한국에서 출간된 책 『프랑스 아이처럼』의 대유행과 그 뒤를 이어 줄줄이 나온 『프랑스 아이들은 왜 말대꾸를 하지 않을까』『프랑스 육아법』그리고『프랑스 엄마처럼』까지, 한국 엄마들 사이에 프랑스식 양육법은 단연 화제다. 선망과 동경의 시선이 프랑스 아이들을 향하고 있다. 여기 아이들은 왠지 자유로운 영혼일 것 같고, 남다른 창의성을 갖고 있으면서 깊이 있는 사고도 뚝딱 해낼 것만 같은 이미지.

매해 11월 말에서 12월 초, 겨울 초입에 열리는 몽트뢰유 도서전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특별히 성대하게 꾸려진 박람회장 안은 프랑스 전국 각 지역에서 학교 단위로 체험 학습을 나온 아이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나는 그들의 빛나는 지성과 프랑스식 그림책 교육법을 놓치지 않고 취재하겠다는 의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취재가 한창 진행되던 어느 정오 무렵, 작가이자 뮤지션이기도 한 다비드 레스코(David Lescot)와 '6eme'(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 학생 30여명이 질의응답을 나누는 자리에 동석해 아이들을 관찰했다.

다비드 레스코의 책 『정말 무서워요(J'ai trop peur)』는 '6eme' 진학을 두려워하는 아이의 심리를 묘사한 책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실제 그 시기를 거친 아이들이니 흥미로운 토론이 되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질문이 어딘지 이상했다.

분명 수업 시간에 미리 책을 읽고 왔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책 내용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고 "어떻게 유명해지게 됐어요?" "책 한 권 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책을 많이 내셨어요?" 같은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왜 작가가 되었어요?"라는 질문에 작가가 세세하게 답을 했건만, 그 뒤로도 여섯 명의 학생들이 똑같은 질문을 보란 듯이 반복했다는 점이다.

결국 작가가 한마디 했다. "여러분, 자기가 준비해온 질문을 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다른 친구들이 무슨 질문을 하는지 듣는 것도 중요해요." 이 아이들이 프랑스의 모든 아이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 예외적인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위해 4~13세 연령대별 그림책 학습 현장을 수차례 관찰하면서 반복해 느낀 건 '프랑스 애들이라고 그렇게 특별한 건 없잖아?'였다.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 같았다.

시답잖은 농담하며 낄낄거리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싫어하고, 사람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말할 땐 수줍어서 중언부언 하는. 나를 놀라게 한 건 사실 어른들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그들의 표정이었다.

고작 생후 한 달이나 됐을까 싶은 신생아를 안고 책을 읽는 엄마, 유모차에 기저귀 가방, 도시락 가방을 주렁주렁 매달고 전시장을 누비는 젊은 부부, 아이와 함께 땅에 철퍼덕 주저앉아 책을 읽어주는 엄마…

수천 명의 아이들이 일시에 떠들어대는 시장통 같은 전시장 안에서 책 읽는 프랑스 엄마 군단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문득 서울 교보문고 어린이 책 코너가 생각났다. 부담의 그림자가 어렴풋 드리워진, 책을 마주한 엄마들의 얼굴이 기억났다. 이 표정의 차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림책『Le chateau des pianos 피아노의 성』낭독회 시간. 여성 연극배우가 책을 읽으며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그림책 작가가 그 속도에 맞춰 책 속 장면을 빠르게 크로키로 구현한다. 귀로 텍스트를 들으면서 글이 이미지화되는 과정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

Part 1 아이의 마음속 '비밀 정원'을 존중하는 엄마들

6일간의 몽트뢰유 도서전 기간 동안 그림책 아틀리에, 저자와의 만남, 낭독회 등 체험 프로그램이 약 200회 진행되었다. 현재 프랑스에서 유행 중이거나 새로 선보이게 될 모든 종류의 그림책 놀이 교육 방식이 총망라된 자리.

체험 강사, 초등학교 선생님 등 현장에서 만난 교육자들은 이런 활동이 두뇌 신경망을 활성화시킨다거나 인지 발달을 자극한다는 말 대신 모두 "son petit jardin(아이의 작은 정원)"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은 프랑스 사회가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정확히 설명하는, 매우 프랑스다운 개념이다.

아주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마음속에 자기만의 비밀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 아이의 마음과 생각은 정원과 같아서 땅속에 심어진 씨앗이 얼마만큼 자랐는지, 어떤 속도로 자라는지 궁금하다고 부모가 땅을 파보아선 안 된다는 생각. '발견'과 '깨어나기'를 위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되 아이의 정원 안을 속속들이 알려 하지 말고, 무언가가 뿌리를 내리고 있겠거니 믿고 기다리는 게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믿음이다.

한국에서라면 '언어 발달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 놀이' '뇌 발달 영아 놀이' 이런 식의 홍보 문구를 붙였을 그림책 체험 활동들을 이곳에서도 하고는 있었지만, 누구 하나 비장한 목표 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았다. 내 아이가 활동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학습 현장을 서성대는 엄마들도 없었다. 프랑스 엄마들은 아이의 성장 과정 일분일초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인 것처럼 굴지 않았다.

아이를 아주 어릴 때부터 다양한 그림체, 색감,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림책에 노출시키는 이유를 설명할 때 프랑스 엄마들은 꼭 이 세 단어를 쓴다. 발견(decouvert), 깨어나기(eveil) 그리고 기쁨(plaisir). 유모차를 세워놓고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주부 셀리아는 한 살짜리 딸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집에서는 못 보던 다양한 책을 새로 발견할 수 있어서 아이가 기뻐하는 것 같네요. 그거면 됐죠."

9세 아들 파블로와 13세 딸 안나를 둔 학부모 발레리는 2년 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딸 안나를 위해 그림책 작가들의 친필 서명을 한 권의 노트에 모으고 있는 열성 엄마다.

"어린 시절에 보는 그림책은 자기 욕구를 발견하고 강화하는 도구예요. 많은 책들 사이에 둘러싸여 나는 이런 책을 좋아하고 이런 책은 싫어한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해요.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호기심을 이어가며 더 넓은 세상을 발견하고 그걸 즐긴다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

한국 엄마들도 발견과 깨어나기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인지 발달에 좋다는 각종 교구와 놀잇감을 그토록 사들이는 것 아닌가. 차이는 마지막 단어에 있었다. 프랑스 엄마들에게 발견과 깨어나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반면 한국 엄마들의 발견과 깨어나기에는 상위 목적이 하나 있다. 바로 '공부'. 아이가 커서 공부를 잘하기 위해 인지 발달도 자극해야 하고, 창의성도 깨워야 한다고 믿는다. '학습'이라는 목적의식이 확실한 한국 엄마들과 '즐거우면 된다'며 별 다른 꿍꿍이가 없는 프랑스 엄마들. 이 태도의 차이가 어떤 문화적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

한국 엄마들도 발견과 깨어나기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인지 발달에 좋다는 각종 교구와 놀잇감을 그토록 사들이는 것 아닌가. 차이는 마지막 단어에 있었다. 프랑스 엄마들에게 발견과 깨어나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반면 한국 엄마들의 발견과 깨어나기에는 상위 목적이 하나 있다.

바로 '공부'. 아이가 커서 공부를 잘하기 위해 인지 발달도 자극해야 하고, 창의성도 깨워야 한다고 믿는다. '학습'이라는 목적의식이 확실한 한국 엄마들과 '즐거우면 된다'며 별 다른 꿍꿍이가 없는 프랑스 엄마들. 이 태도의 차이가 어떤 문화적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

mini interview

소피 반 데 린덴(그림책 비평가)

"그림책은 아이들의 불안에 답해주는 선생님이죠"

프랑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림책 비평가 소피 반 데 린덴(Sophie Van der Linden)을 몽트뢰유 아동도서전에서 만났다. 2000년 프랑스 거장 작가 클로드 퐁티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Lire l'album 그림책 읽기』 『Je cherche un livre pour un enfant 아이를 위한 책을 찾고 있어요』『L'album[s] 그림책』 등 부모의 책 선택을 돕는 저서들을 써온 작가. 그림책 비평 잡지『Hors-Cadre[s]』의 편집장으로 일하며 개인 블로그(www.svdl.fr)에 꾸준히 좋은 그림책을 선별해 소개하고 있다.

Q 그림책 전문가이지만 동시에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왜 아이에게 그림책을 보여주십니까

아이들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봅시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설고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에 도착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로 배워야 할 대상이죠. 때문에 아이들 마음은 불안과 질문으로 가득 차 있어요. 아이의 내면이 성장하기 위해선 그 불안과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이야기, 그러니까 문학이 필요합니다. 이 세상에 대해 안심하도록, 그래서 성장할 용기를 내도록 말이죠.

Q 죽음이나 공포, 성, 폭력 등 어두운 주제를 다루는 그림책을 아이에게 보여줘도 될까요

어린이 책을 만들 때 숙련된 편집자들이 아이의 성장 단계를 고려한 많은 원칙을 가지고 일합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자주 다루는 거장 작가 엘즈비에타(Elzbieta)의 책들이 예가 될 수 있겠네요. 아이가 충격을 받을까 봐, 무서울까 봐 무거운 주제를 담은 책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사실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주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Q 서점이나 도서관 어린이 코너에 가면 막막해지는 부모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어차피 우리는 그 많은 책을 다 보고 다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의 느낌을 믿고 각자의 길을 만들어가는 거지요. 한 권의 책에서 다른 책으로 이어지는 식의 독서 방식이 좋아요. 예를 들어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그 작가나 그 출판사의 다른 작품을 보는 식이죠. 엄마가 아이와 함께 그림책에 푹 빠진다고 돈벌이가 되는 건 아닙니다만, 곧 큰 보상을 받게 될 겁니다. 바로 아이와 행복을 나누고 있다는 기쁨과 뿌듯함 말입니다.

뮤리엘 블로크는 프랑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 구연가로 꼽힌다.

Part 2 책을 넘어 문화로, 동화 구연가 뮤리엘 블로크

프랑스에선 그림책을 향한 엄마들의 비장한 목표 의식이 없기 때문에 책을 둘러싼 다양한 장르 실험이 벌어진다. 그림책이 일러스트 콘서트로 발전하거나 고급스러운 퍼포먼스 작품으로 변모할 때도 있다.

뮤리엘 블로크(Muriel Bloch)는 프랑스에서 동화 구연가라는 직업을 예술가의 반열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1979년 퐁피두센터에서 동화 구연 아틀리에를 시작한 이래 30여 년 넘게 프랑스 전 지역은 물론 세계 각국을 돌며 점점 사라져가는 구전 동화를 수집하고 연구해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Q 동화 구연가라는 직업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전 세계 각 지방에서 작가 미상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수집하기도 하고, 인용할 가치가 있는 문학 작품을 수집해 그것을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일을 하죠. 제가 하는 구연은 책을 보면서 읽어주는 행위와는 다릅니다. 모든 줄거리가 이미 제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목소리, 몸짓, 눈빛 등을 활용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굉장히 직접적인 소통이죠. 아이들은 그걸 들으면서 저마다 머릿속에 자기만의 이미지를 자유롭게 그려냅니다.

Q 볼 것 많은 시대에 오로지 말로만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게 쉽진 않을 텐데요

'듣고 상상하는 능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요즘처럼 시선을 잡아당기는 것이 많을 때에도 '말'이라는 무기 하나만으로 아이들을 매료시킬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이 지금 나에게 말하고 있다. 자기의 진심을 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아이들은 집중합니다. 이야기를 들려줄 때, 저는 그 이야기 안에 있습니다. 딴생각을 하거나 감정을 속이지 않아요. 저부터 이야기 안에 완전히 빠져드는 거죠.

Q 인도, 남미, 포르투갈, 아프리카, 러시아 등등 전 세계 여러 나라 아이들과 그 지역의 동화를 만났고, 2009년엔 프랑스 대사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죠. 다국적의 동화에서 혹시 어떤 공통점이 발견되는지요

유럽권 국가든 비유럽권 국가든 동화는 굉장히 유사한 면이 많습니다.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삶의 장애물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고 다시 행복해질 것인가, 가족의 일원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사랑하고 사랑받을 것인가, 죽음과 상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동화가 던지는 질문은 인류 보편의 진리에 대한 질문이자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맞닥뜨리는 질문들입니다.

Q 동화를 읽어주는 것이 아이의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공짜로 얻는 창의성을 불신합니다. 공짜로 얻는 창의성이란, 아이들이 마음을 다해 집중하지 않아도 자극을 통해 얻게 되는 효과입니다. 예를 들면 스토리에 기반을 둔 '롤 플레잉' 게임을 통해서도 아이들은 이야기를 흡수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해석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 누군가 동화를 읽어줄 때, 그 이야기를 귀로 듣고, 소화하고, 머릿속에 장면을 그려내고, 더 나아가 다음 줄거리를 점쳐보는 행위는 상당히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창작입니다. 그냥 거저 얻어지는 창의성이 아니기에 평생의 자산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설문 결과

46%

3세 미만 자녀를 둔 프랑스 부모의 46%가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79%

부모들은 가장 즐겨 읽어주는 책으로 일러스트가 강조된 그림책을 꼽았다.

99%

99%가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이의 감각 깨우기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7%

생후 4개월 정도의 신생아에게 책을 읽어줄 필요는 없다고 대답한 부모는 전체의 7%에 불과하다.

40%

11세 미만 프랑스 아동의 40%가 일주일에 3권 이상, 24%가 일주일에 1권의 책을 읽는다.

22.8%

11세 미만 프랑스 아동들이 꼽은 독서의 동기

1

기쁨을 위해 (22.8%)

2

기분 전환이 되니까 (20.7%)

3

배우는 것이 있으니까(19%)

4

상상할 수 있어서 (14.8%)

50%

11세 미만 아동은 가장 좋아하는 장르 1위로 만화를 꼽았고, 11세 이상 아동은 소설을 꼽았다. 좋아하는 주제는 어드벤처와 판타지로 50%가 이를 선택했다.

60%

60%의 아동이 책을 읽고 난 뒤 부모와 책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다고 답했다.

93%

93%의 아동이 자신이 읽을 책을 직접 고른다고 답했다.

출처

프랑스 문화부 산하 Ipsos에서 작성한 3세 미만 아이를 둔 부모 602명 설문 보고서(2009), 파리13대학 사회과학연구소 LabSIC에서 몽트뢰유 아동 도서전을 찾은 500명의 아동과 500명의 부모 독서 행태 설문 보고서(2013)

미테랑 국립도서관 내 어린이 도서 열람실. 국립어린이도서센터에서는 매해 선정한 좋은 책 연감을 미니북으로 만들어 전국 도서관, 학교, 서점 등에 2만부 정도를 배포한다.

Part 3 프랑스 상상 교육의 바탕이 된 정부의 아동 도서 정책

파리 미테랑 국립도서관(BnF) 산하 국립어린이도서센터(Centre National de la Litterature pour la Jeunesse)의 슬로건은 'La joie par les livres', 책을 통한 환희다.

3000개에 이르는 프랑스 전국 국공립도서관의 사서 교육과 아동 도서 분석, 조사, 연구를 진두지휘하는 사령부 같은 곳. 이곳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총책임지고 있는 클로딘 에르부에(Claudine Hervouet)를 만났다.

Q 프랑스를 도서 강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매해 프랑스에선 어린이 도서만 약 9000 권의 신간이 발행되는데, 저희 도서관에선 그 책을 전부 읽고 매월 리뷰지를 냅니다. 한 해로 계산하면 약 3000 권을 골라 대중에게 소개하는 셈이죠. 매해 연말엔 다시 1000 권을 추려 '올해의 어린이 도서' 리뷰 연감을 만들어요. 그걸 보기 좋게 포켓북으로 만들어 약 2만 부 정도를 찍어 전국 서점에 비치합니다. 국가가 좋은 책을 선별하고 알림으로써 프랑스 아동 도서의 질을 높은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시킬 수 있는 거죠.

Q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보편화된 것도 부러운 풍경입니다

'어린이 독자가 없다면 어른 독자도 없다!'는 지속성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린이용 공간을 만들면서 공공 도서관 사서들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었죠. 국립어린이도서센터에서 장르별 특성, 비평법, 독서 후 체험 활동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서들이 각자 지역 도서관으로 돌아가 리뷰도 발행하고 체험 활동도 만들면서 1970년대 이후 프랑스 전체적으로 아동 도서에 대한 시선이 성숙해지고 종수, 분야, 형식 실험도 다양해질 수 있었어요.

Q 한국에는 배울 것이 많은 교육적인 책만 선호하는 엄마가 많습니다

1970년대 프랑스 부모들보다 2014년의 프랑스 부모들이 자녀 교육 문제로 더 조바심을 냅니다. 경제 위기의 영향이죠. 책을 향한 부모의 선택은 '불안감'과 직결되어 있으며, 그것은 한 사회의 정신성과 연결된 아주 근본적인 이슈입니다. 리베라시옹 신문에서 교육 섹션을 맡고 있는 저널리스트 베로니크 술레(Veronique Soule)가 프랑스 도서관 내 어린이 도서 이용 현황과 부모들의 사회적 지위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부모님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즐기기 위한 독서를 하고, 사회적 지위가 불안정할수록 교육 목적의 독서를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Q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좋은 선택은 뭘까요

취향을 믿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성에 차지 않는 책을 가져와 사 달라고 하거나 읽어 달라고 해도 '애들 취향은 원래 이렇다'라고 생각하며 존중해주는 것이요. 아이 책을 엄마가 고르지 마십시오. 또 책을 꼭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심어주지 마세요. 아이는 읽다 만 책을 통해서 자기가 싫어하는 게 뭔지를 배웁니다. 아이에게 싫어하는 게 뭔지 알 기회와 시간을 주세요. 그래야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게 되고, 평생의 자산인 '진짜 자신'을 발견합니다.

취재를 이어가며 반복해 느낀 게 있다. 바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에서 2010년에 한국의 어린이 도서 시장에 대해 한 권의 책(La revue des livres pour enfants 235호)을 냈을 정도로 한국엔 좋은 작가와 좋은 책, 열린 독자가 이미 많다.

해외 명작 그림책에도 관심이 높아서 프랑스의 아동 도서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영국의 그림책 전문가 마틴 솔즈베리는『그림책의 모든 것』이란 책에서 이렇게 쓰기도 했다.

"그림책에서 삶의 불편한 면까지 다루며 어려운 주제들을 허용하는 나라는 몇 안 된다. 프랑스, 벨기에, 독일, 스칸디나비아와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그렇다"라고. 이처럼 한국 그림책 시장은 그 성숙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좋은 것을 많이 가졌음에도 생존 논리와 가혹한 경쟁 구도 안에서 독서가 기쁨을 잃고 '학습'과 '의무'로 함몰되는 상황이 말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책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내고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일 아닐까. 상상력과 창의성은 자신을 소진시키고 밀어붙어야 얻어지는 게 아니라, 여유와 즐거움 안에서 싹트는 것이니까.

이 글을 쓴 최혜진은…

『여성중앙』과『쎄씨』에디터 시절, 누구보다 주도면밀하고 깐깐한 워커홀릭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일보다는 연애를 더 좋아했다.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유럽으로 날아가 프리랜서 글쟁이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책 『그때는 누구나 서툰 여행』을 썼다(blog.naver.com/364eve). 오는 3월부터는 여성중앙을 통해 유럽의 그림책 작가 인터뷰를 연재할 계획이다.

기획_조영재 | 사진_최혜진 | 어시스턴트_전혜란

여성중앙 2015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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