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2일 월요일

이매뉴얼 월러스틴 인터뷰,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좋은 삶, buen vivir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73081.html


“미국 패권 파국적 붕괴중…자본주의 대안 새로운 실험해야”


등록 : 2015.01.11 19:29수정 : 2015.01.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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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본주의의 위기와 미래,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에 듣는다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 ‘위기’라는 말이 일상화될 정도로 지금 자본주의체제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고 대안 모색 논의는 절박감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같은 질문을 제목으로 단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이매뉴얼 월러스틴, 랜들 콜린스, 마이클 맨, 게오르기 데를루기얀, 크레이그 캘훈 지음, 성백용 옮김. 2014, 창비) 번역 출간을 계기로 공저자인 세계체제 분석가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명예교수와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의 대담을 추진했다. 두 사람이 서면으로 주고받은 대담을 발췌 요약한다.
월러스틴은 대담에서 자본주의의 최근 위기는 국가의 개입을 확대하는 케인스주의적 접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 관심을 모은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역시 현 세계체제의 심화되는 불평등에 관한 대중적 논쟁을 유발하는 데 기여했지만 다른 주류경제학자들과 똑같은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러스틴은 미국의 헤게모니가 파국적으로 붕괴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이 그것을 대체할 수도 있지만 중국 중산층 소비자의 증대는 세계경제에 또 다른 짐이 돼 지금의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공동체적인 우애와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자연친화적인 생활방식의 창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월러스틴은 경제적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의 성패는 동북아 지역통합 여부에 달려 있으며, 그 통합 작업에 한국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남북 통합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본주의체제 위기 맞아
자본축적 자본가 위해 작동 안해
그들 또한 대안 찾아 나설 것

중국 중산층 증가는
세계경제에 또 다른 제약 가해
자본주의 위기 악화 시킬 것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이후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명예교수
이강국(이) 위기 이후 케인스주의가 복귀했고 지배적이 되었습니다. 국가가 성공적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당신은 매우 비판적일 텐데요.
월러스틴 이 문제는 우리 5명의 공저자가 똑같이 동의하지는 않는 부분입니다. 그중 둘은 케인스주의적 접근이 성공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나를 포함한 다른 셋은 현재의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케인스주의적 접근에 공감하는 저자들도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위기와 그 함의는 무엇이며, 당신의 입장은 다른 좌파들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당신의 관점에서 보면, 이 위기는 (경기의 장기변동을 나타내는) 콘드라티예프 순환의 B국면에서 나타나는 금융화의 특수한 위기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이 주장하듯 500년에 한번 나타나는 구조적 위기의 일부인지 분명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월러스틴 위기에 관한 나의 관점과 아마도 다른 대부분의 좌파들의 차이점은 그들은 악화되는 상황에 대한 대중적인 저항의 힘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내가 보기에 대중적 저항은 장기적으로 (언제나 있어왔던) 불변의 상수입니다. 현재의 상황에 추가적인 사실은 시장 과정을 통한 자본주의적 축적이 자본가들을 위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취약한 계급과 자본가들 모두가 그들의 부를 보전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이제는 주류경제학 내에서도 자본주의의 어두운 미래에 관한 예측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월러스틴 그런 주류경제학의 비관적 예측에는 언제나 면책조항(escape clause)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x나 y를 하지 않으면 미래는 비관적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x나 y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와 이행 전망
이 당신은 현재의 체제가 종말을 고하는 근본적 이유는 노동, 투입요소/인프라, 그리고 세금 등을 포함한 생산의 비용이 수백년 동안 계속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당신의 설명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로 인한 이윤율 하락을 제시한 마르크스의 주장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만, 현실에서 비용의 상승 추세는 그리 뚜렷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적어도 생산성과 비교할 때 임금은 1980년대 이후에 정체되었고, 따라서 노동몫은 하락했습니다.
월러스틴 생산비용은 언제나 2보 전진 1보 후퇴의 패턴으로 상승해 왔습니다. 임금에 관한 그러한 지적은 1보 후퇴의 측면을 지적하고 있지만, 2보 전진의 측면은 간과하는 것입니다. 500년 동안의 이러한 패턴은 이제 비용을 너무 높은 수준으로 상승시켜, 점근선 수준에 다가가게 만들었으며 제품을 생산하는 데 가능한 최대한의 수준으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시스템은 진동하고 무질서하고 맹렬한 변동에 빠져 있습니다.
 당신은 신자유주의하의 미국 헤게모니가 쇠퇴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 여전히 군사적 수단, 동맹, 경제적 수단 등을 통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헤게모니의 변화가 꼭 자본주의의 붕괴를 심화시킬지도 의문입니다. 자본주의의 종말이 아니라 재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러스틴 미국의 헤게모니는 쇠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파국적으로 붕괴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로 인해 체제 내에서 미국의 역할과 체제 전체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미국의 역할 모두가 끝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세계체제가 구조적 위기에 빠져 있지 않다면, 다른 국가들(동북아시아 블록과 같은)이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렇게 되기 훨씬 전에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를 벗어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크레이그 캘훈도 “중국식의 국가자본주의”가 자본주의의 미래 형태로서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말합니다만, 중국의 현재 성장과 중국식의 국가자본주의가 지배적이 될 가능성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월러스틴 지난 20여년 동안의 중국의 성장은 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이미 느려지고 있지요. 그리고 중국은 세계의 다른 대부분의 지역과 똑같은 딜레마에 직면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엄청난 수의 중국 ‘중산층’ 소비자의 증가는 세계경제에 또다른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자본주의 이후’ 예측할 수 없어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자연친화적 생활로 나아가야

경제 역동성 잃은 한국 대안은
남북 관계개선 통한 통합경제
중·일 사이 주도적 역할 가능

세계체제 속 한국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한국은 주변부에서 반주변부 그리고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체제에서 매우 드문 케이스입니다. 그러나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경제구조조정과 개방과 함께 경제적 역동성을 잃었고 많은 이들이 저출산과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세계체제론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경제적 성공과 미래의 전망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월러스틴 한국의 발전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리적 위치를 배경으로 국가의 발전주의적 정책이 성공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지적한 바와 같이 오늘날 한국은 경제적 역동성을 잃었습니다. 한국의 미래는 좀 더 통합된 동북아시아의 지역구조 형성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통합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당신은 중국, 일본, 한국이 미래에 일종의 지역블록을 형성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상황은 이와는 달라서, 이들 국가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적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월러스틴 한국에 가장 우선적이고 어려운 문제는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고 회복하여 일종의 통일된 구조를 만들어내는가 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실현된다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딜을 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짧게 말해서, 나는 한국이 비록 이 세 국가들 중 가장 작지만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
 많은 이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이 무엇일 수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이 책에서 랜들 콜린스는 자본주의 미래가 “사회주의적인 소유와 강력한 중앙적 규제와 계획을 의미하는 비자본주의 시스템”이라고 말합니다.
월러스틴 일반적으로 이야기할 때, 나는 우리가 어떤 종류의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질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15세기 말에 유럽에서 붕괴하는 봉건주의 시스템을 대신해 어떤 체제가 등장할 것인지 학자들이 토론한다면, 과연 누가 20세기에 자본주의가 어떤 모습을 띠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랜들의 예측은 약간 성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논지는 매우 잘 이해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어떠한 대안적 원칙도 없다면,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운동을 결집해내기가 힘들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볼 때 진보적 사회과학과 진보적 정치운동 사이에 긍정적인 피드백과 선순환이 있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월러스틴 우리는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평판과 성과에 대한 자기만족이라는 형태의 보상을 실험해 보아야만 합니다. 지난 50년 동안 상품화되기는 했지만 교육과 의료 부문에서 그런 형태의 보상이 오랫동안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보상은 수천년은 아닐지라도 수백년 동안 잘 작동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계속 사람들이 자본주의에 대항하여 싸우도록 결집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라틴아메리카에서 ‘좋은 삶’ (buen vivir)-공동체적인 우애와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자연친화적인 생활방식-이라고 불리는 삶을 중요시하는 문명의 변화를 위해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우리 모두, 특히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보상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 기술로 인해 중산층이 사라질 것이라는 콜린스의 예측은 매우 놀랍습니다. 많은 이들이 기술혁신이 대량실업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콜린스와 같이 노동인구의 50% 혹은 70%가 실업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믿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세계경제가 그러한 대량실업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사실 마이클 맨이 쓰듯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경제성장, 기술발전과 함께 수많은 직업들이 생겨났습니다.
월러스틴 과거의 역사에 관해서는 맨이 맞습니다. 그러나 현재 나는 우리가 왜 대량실업을 피할 수 없는지 그 이유에 관해서는 콜린스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사실 기술은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아니라 종속변수입니다.
정리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장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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