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9일 목요일

[사설]정권 입맛대로 문학의 가치 재단하겠다는 건가/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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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권 입맛대로 문학의 가치 재단하겠다
그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 문학분야 장관 상장 심사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줄곧 문화부 장관 상장이 수여돼온 ‘전태일청소년문학상’과 ‘근로자문화예술제’ 중 문학 부문이 수여 대상에서 빠졌다고 한다. 올해부터 내부 기준을 강화해 문학인 기념과 문학 창작이 주가 아니거나, 타 부처 소관 행사를 제외하기로 했다는 게 문화부 설명이다. 이로써 올해 10회째를 맞는 전태일청소년문학상과 지난 5년간 이어진 근로자문화예술제의 문학제 부문에서 문화부 장관상이 사라지게 됐다.

문화부의 이런 기준 변경은 문학에 대한 사상·이념적 검증을 강화하려는 문화부의 최근 행태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문화부는 얼마 전에도 우수문학도서 선정 기준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같은 시대착오적이고 비상식적인 항목을 포함시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문화부가 이들 행사 주관 단체에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행정자치부에, 근로자문화예술제 문학 부문은 고용노동부에 관련 상장을 신청하라”고 통보한 것도 황당하고 뜬금없다. 문화부가 문화 혹은 문학의 의미를 이처럼 협소하게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장관상 수여 대상의 심사 기준 또한 형평성을 잃었다. 올해 장관 상장이 주어지는 백일장 등 28개 행사에는 ‘효녀심청 전국 어린이 예술 공모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행사들은 문학인을 기념하거나 다른 부처 소관 행사는 제외한다는 조건에 맞는다는 건가. 내용이 이렇다 보니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의 장관상 배제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2012년 8월 이 상을 주관하는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려다 유족 반대로 무산되고, 전태일 동상에 헌화하려다 노동계의 반발로 차질을 빚은 것에 대한 보복성 조처가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릇 문화정책이란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국가 공동체 문화를 키우는 일일 것이다. 전태일청소년문학상과 근로자문화예술제는 우리 시대 문화행정의 영역에서 기꺼이 지원하고 키워나가야 할 문화행사다. 문화부 장관상을 배제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문화부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념적 편 가르기와 편협한 잣대로 문화예술을 재단하고 문학의 가치마저 훼손시키려 한다는 비난을 사는 일을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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