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30일 금요일

[분석] "낙수효과 없었다"...노동자간 양극화 심화, 고소득자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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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50위권 민낯 공개
김상조, 초이노믹스에 한방 날리다

[분석] "낙수효과 없었다"...노동자간 양극화 심화, 고소득자 혜택
15.01.28 18:17l최종 업데이트 15.01.28 18:17l




지난 26일 저녁 서울 마포의 한 맥줏집.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대학생들이 만났다. '호프 톡'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모임의 화제는 단연 '일자리'였다. 특히 심각한 청년실업에 최 부총리는 스스로 "늘 미안하고 안쓰럽다"라고 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주기 위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업들이)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니까,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개혁도 기업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들의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힘 써왔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 이후 기업들에게 대규모 감세와 규제완화가 이뤄졌다. 

이같은 방향은 최경환 경제팀에서도 여전하다. 게다가 기업들의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임금과 투자, 배당 등으로 돌리기 위한 정책(기업소득 환류세제)도 내놨다. 이른바 '낙수효과'(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국가적인 경기부양효과로 나타나는 현상)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투자로 경제성장한다고? 현실은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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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성대 교수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사뭇 달랐다. 27일 오후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이 공개한 보고서는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현실에선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 대표기업들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김 소장은 최경환 경제팀의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자간 임금 격차를 벌리고, 고액 금융자산가 등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것. 김 소장은 "지금같은 상황에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으로 대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이게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왜 이런 의문을 갖게 됐을까. 해답은 뭘까. 그가 낸 보고서 제목은 '50대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 및 분배에 관한 분석'이다. 지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조사,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의미있는 것은 바로 '기업의 부가가치'를 토대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벌의 경제력 집중 등 각종 기업 연구는 대체로 매출액이나 자산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기업의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부가가치는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관심으로 떠오른 고용과 소득, 임금과 이자, 배당 등 분배구조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기업 지표다. 

법인세 내는 국내 기업 가운데 0.01%가 기업 총 부가가치 18% 담당

우선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국세청에 법인세를 신고하는 기업수는 모두 49만2288개 사다. 이들이 생산한 부가가치는 2013년 말 기준으로 913조4000억 원이었다. 김 소장이 분석한 50대 기업은 이들 기업의 0.01%에 해당한다.

이들 50대 기업의 부가가치 합계는 2011년 149조7000억 원에서 157조1000억 원(2012년)으로, 2013년에 169조4000억 원이었다. 이들이 세금을 내는 기업들의 총 부가가치 가운데 18.54%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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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기업의 기업집단별 부가가치 규모 및 비중(단위:조원, %)
ⓒ 경제개혁연대

좀 더 좁혀서 보면 이들 50대 기업 내부에서도 격차는 커지고 있다. 50대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액 가운데 삼성전자 등 최상위 5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4.1%(2013년 말 기준)나 됐다. 특히 삼성전자의 부가가치 비중은 18.9%(2011년)에서 25.2%(2013년)로 급증했다. 

김 소장은 "2013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회사 하나의 부가가치 비중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99%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신 2위 기업인 현대차의 경우 부가가치 규모가 정체됐고, 10위권 미만의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하락 추세였다"고 덧붙였다. 결국 50대 기업의 부가가치가 최근 3년새 늘어난 이유는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 9개 회사의 성과 때문이라는 것.

삼성전자 한 개 회사의 부가가치 비중, 국내 GDP의 2.99%에 달해

또 이들 기업의 부가가치 내용도 그리 좋지 않다. 주로 회사와 주주로 돌아가는 영업 잉여(영업손실과 대손상각 등)와 감가상각비의 비중이 매우 높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56.4%나 됐다. 대신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인건비 비중은 39.1%로 낮다. 특히 최상위 기업들의 경우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하다. 영업잉여와 감가상각비 비중이 4대그룹 소속의 경우 61.03%에 달한다. 대신 인건비 비중은 37.31%로 더 낮다.

김 소장은 "영업잉여와 감가상각비는 대부분 기업 내부에 유보된다"면서 "대신 가계소득의 원천이 되는 인건비 비중이 낮다는 것은 기업성과가 그만큼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낙수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50대 기업의 사내유보율은 2013년 기준으로 88.8%에 달한다. 반면에 당기순이익에 대비해 배당금을 얼마나 주는지를 볼 수 있는 배당성향은 25.7%에 그쳤다. 

보고서는 최경환 경제팀이 추진중인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이 이익의 일정부분을 임금이나 투자, 배당에 사용하지 않을 경우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오히려 소득양극화 초래... 법인세 증세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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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기업의 기업집단별 부가가치 구성비(단위, %)
ⓒ 경제개혁연대

보고서는 이같은 정책이 오히려 노동자간 소득격차와 고액자산가 등에게 이익을 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들의 실질적인 대상 자체가 상장기업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들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대기업 노동자에게 임금인상에 따른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결국 노동자간 소득격차를 확대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배당 등도 마찬가지인데, 상장기업 주주에는 고액 금융자산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보고서는 현 정부의 정책 수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업 지출에 세금혜택을 주는 것만으로는 과도한 사내 유보금을 외부로 되돌리는 효과가 미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소장은 "복잡한 세제보다는 법인세를 올려서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정부가 환수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사회보장 지출 확대나 최저임금 인상,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 직접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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