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2일 목요일

김탁환, 대장 김장수에 대한 작가의 말

장편소설 <대장 김창수> 작가의 말
‘청년 김구’를 쓰고 싶었다.
탄환처럼 개화기를 질주한 문제적 인간. 새 세상을 만들려는 거의 모든 사상을 섭렵하며, 불의와 부당과 불공평에 맞서 싸웠다. 내일 따윈 없다는 듯 온몸을 던졌다.
임시정부를 지키며 바위처럼 버틴 상해 이후의 백범도 자랑스럽지만, 좌충우돌하며 광막한 들판에서 길을 만들고 스스로 길이 되어 하염없이 달린 청년 김창수는 매혹적이다. 이 용기는 어디서부터 왔나? 이 날쌔고 예리한 판단은 누구에게서 배웠나? 좌절을 견딜 땐 어떻게 했고, 울분을 달랠 땐 무엇에 기대었던가?
열혈남아의 핵심에 인천 감옥소가 있다. 감옥소는 그 자체로 강력한 적(敵)이다. 당연한 듯 누리던 자유가 사라지고 수인(囚人), 갇힌 자로 전락한 것이다. 한 마리 짐승을 강요하는 감옥소에서 사람답게 시시각각 살고자 몸부림쳤다. 동학군 선봉을 맡았던 해주성, 의병이 되어 건넌 겨울 압록강보다 치명적이고 비열하며 악랄한 전쟁터가 바로 감옥소였다. 그곳에서 청년 김창수는 더 높이 바라보고 더 깊이 가라앉았다. 반성하고 깨달은 삶의 지혜들을 감옥소에서부터 실천해나갔다.
이 아름다운 청년의 특별한 언행을 ‘감옥소 이야기’라는 장르에 녹였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에 두되, 등장 시간과 등장 공간 그리고 등장 인물을 장르 문법에 어울리도록 고치고 다듬었다. 구상부터 퇴고까지 소설 창작의 원칙은 하나였다. 수인 김창수의 고통과 열망을 생생하게 드러낼 것!
도진순 선생님의 <백범일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상의 나래를 폈다. 감사드린다. 곁에 두고 참고한 중요 도서는 아래와 같다.
김구 저, 도진순 역, <백범일지>(돌베개)
김구 저, 도진순 탈초 교감, <정본 백범일지>(돌베개)
백범김구선생전집편찬위원회 편, <백범김구전집 3>(대한매일신보사)
손세일, <이승만과 김구>(나남)
백범 김구 선생님의 거대한 생애를 장편소설 한 권에 전부 담긴 어렵다. 상해 이후의 파란만장한 나날을 늘 공부하며 가슴에 품겠다.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으로 잘 살려고 노력하겠다.
감옥소에서 벗어난 첫날, 청년 김창수의 눈망울을 그려본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의 눈망울도 굳은 의지와 따듯한 설렘으로 가득 찼으면 싶다.
김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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