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2일 목요일

김옥란 연극평론가의 세번째 평론집, 레드와 블랙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연극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연극인들 사이에서 ‘세월호 이후의 연극은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빈번이 오르내리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리는 연극인들은 많지 않았다. 그 질문과 대답 사이에 김옥란 연극 평론가의 평론집 ‘레드와 블랙’이 있다.
‘레드와 블랙’은 김옥란 연극 평론가의 세 번째 평론집이다. 김 평론가는 이번 평론집이 2013년~2015년 사이의 연극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레드와 블랙’은 세월호 이전의 연극과 이후의 연극들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평론집이 앞서 언급했던 연극인들의 질문에 명징한 해답을 내려줄 것인가에 대한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레드와 블랙’이 가장 가까운 과거와 현재의 연극을 진단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연극인 스스로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다. 결국 세월호 이후의 연극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공연예술인이라면 꼭 필독해야 할 책이다. 더 나아가 김 평론가는 연극 속에서 한국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환기시키고 있는데 이 때문에 독자층은 일반 관객층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평론집 ‘레드와 블랙’은 △1부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한국연극, 정치성과 공공성 △2부 한국연극의 새로운 문턱, 미학적 정치극의 부활 △3부 고전과 새로운 글쓰기의 자극 △4부 한국연극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드라마투르그 작업노트 등으로 나눠져 있다. 그리고 1~4부는 각각 1장과 2장으로 나눠서 구체적인 작품과 평을 곁들였다.
‘레드와 블랙’은 세월호 이전인 2013년 연극 ‘개구리’와 ‘알리바이 연대기’ 등의 연극을 시작으로, ‘개구리’ 이후의 연극들을 관통해, 세월호 참사를 거쳐 그 이후의 연극까지 나아간다.
‘알리바이 연대기’를 통해서 김재엽 연출가의 개인 가족사를 너머 씨실과 날실처럼 얽힌 한국 역사의 아픈 연대기를 읽어내고, 극단 동의 연극 ‘게공선’을 통해서 과거와 달라진 것 없는 현대의 비정한 자본주의를 집어내며,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 속에서 죽음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데려오는 식이다. 이처럼 평론집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라는 짧고도 긴 연극역사 속에서 크고 작은 연극 물줄기를 데려와 우리시대의 공연의 의미를 집어내고, 한국사회의 본질적 문제도 집어낸다.
평론집은 단순히 이러한 연극들의 평론을 나열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중견 연극인들(정복근, 김광림, 배삼식, 이상우, 윤시중)의 작가론, 연출론을 통해서 세월호 이전보다 이전의 연극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독자가 지금 현재 연극을 좀 더 뚜렷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도 해주고 있다.
또한 국공립 제작극장 시대에 대한 언급도 놓치지 않고 부족한 점은 과감하게, 칭찬은 시원하게, 전망은 예리하게 언급함으로써 연극인과 연극기관이 나아가야 할 행보도 관철시킨다. 여러 민간 극단, 명동예술극장, 남산예술센터, 두산아트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작업에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한 현장 평론가로서의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평론집에 새겨진 작품들은 우리 시대를 담고 있어서, 마음을 아프게도 불편하게도 만든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연극, 그리고 우리 시대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는 평론집이다. 넓게는 동시대를 아우르는, 좁게는 3여년간의 연극역사를 깊게 고찰할 수 있는 책이다.
소명출판. 가격2만3천원. 김옥란 지음.
출처 http://www.vop.co.kr/A000012104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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