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1일 월요일

<어떻게 생각합니까> ①도서정가제 재개정 필요(백원근 출판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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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첫날, 사라진 할인안내문(자료사진)
도서정가제 첫날, 사라진 할인안내문(자료사진)
"할인 못하도록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시행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도서정가제가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최대 할인율을 15%로 제한한 개정 도서정가제가 출판사나 유통업체의 편법적 할인으로 무력화되고 있어 추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원근 한국출판학회 연구이사는 11일 "현행 도서정가제는 15% 기본 할인율을 규정해 구조적인 거품가를 만들고 있다"며 "할인을 못 하도록 하는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백 이사의 도서정가제 보완 필요성에 대한 입장이다.
▲ 백원근 한국출판학회 연구이사
지난 3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100일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는 새 도서정가제가 일단 연착륙하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거시적으로 보면 문화부가 언급한 성과는 부분적으로 타당하다. 무엇보다 반값 할인을 예사로 하던 '광폭할인 전쟁'이 멈췄고 할인율 축소(신간 19% 한도→15% 한도)가 정가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성공하기 위해선 아직 멀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15% 기본 할인율을 규정해 구조적인 거품가를 만들고 있다. 출판사들이 15% 할인율을 염두에 두고 정가를 매기도록 하고 판매업체는 15% 할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15% 눈속임 거품 가격법'이다.
정부의 모니터링 결과 도서정가제 시행 후 신간의 도서 가격이 4.2% 빠졌는데 이는 놀랍게도 할인율 축소분(4%)과 거의 일치한다.
이는 현행 15% 할인율(10%까지 가격 할인 뒤 마일리지 등 경제상의 이익) 한도를 완전 정가제로 바꿀 경우, 즉 할인을 금지할 경우 판매가 역시 15% 하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출간된 지 18개월이 지난 구간 도서에 대해 출판사가 정가를 낮추는 '재정가 책정' 도서들이 마치 일반 할인판매와 똑같이 홍보되는 점도 문제다.
인터넷 서점에 가보면 89% 인하된 아동서 전집부터 30∼70% 인하된 가격의 단행본에 이르기까지 책값이 대폭 인하된 목록이 즐비하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평균 50% 이상 인하한 재정가 책정 도서가 연간 약 1만종 이상의 시장을 만드는 새로운 합법적 할인 통로가 될 것이다.
이미 390개 출판사가 재정가 책정에 참여했고, 이름난 출판사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출판 시장이 경색될수록 재정가 책정에 참여하는 출판사 수나 도서 종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예측이 빗나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가나 책값 전반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기 어렵다. '가격(할인) 경쟁 대신 가치 경쟁'을 지향하자는 도서정가제 시행 철학과도 배치된다.
제휴카드에 의한 불법 할인도 문제다. 현행법은 이를 규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인터넷 서점들은 제휴카드를 통해 판매가격의 40%까지 추가로 청구할인을 해준다. 10% 직접할인에 5% 마일리지 적립, 그리고 제휴카드를 통한 추가할인 40%를 더하면 반값 할인이나 마찬가지다.
제휴카드 할인이나 제한 없는 경품 제공, 무료 배송 등을 추가적인 경제상의 이익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인터넷 서점에만 유리한 조치다.
특히 '일물일가'(一物一價)의 15% 할인 한도를 명시한 정가제 범위를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3년마다 도서정가제를 재검토하도록 한 조항도 문제다. 장관의 철학이나 소신에 따라 도서정가제가 중단되거나 변질될 소지가 있다. 이는 제도의 착근과 안정적 시행을 가로막는다.
도서정가제 규정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규제가 아니므로 '3년 후 재검토' 조항을 빨리 삭제해야 한다.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소비자 판매가격을 낮추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가격 인하 효과는 도서정가제가 소비자에게 이익이란 걸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지표 중 하나일 뿐이다. 문화의 다양성 확보와 출판산업 진흥이 법 개정 취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저자, 자본력이 취약한 절대다수의 출판사와 서점이 공존 가능한 터전을 마련해 모국어 책 문화의 풍요로움과 독자가 누려야 할 문화적 기반을 공고히 다지자는 게 도서정가제다.
편법적인 할인의 여지까지 제거한 '완전 도서정가제' 구조라면 자연스럽게 다수 출판사 간 견제와 경쟁에 의해 '착한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할인 금지가 건전한 가격 경쟁을 제한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완전 도서정가제는 유통 단계에서의 할인 금지를 가리킬 뿐이다. 출판사가 책값을 매기는 단계에서 이미 가격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개정된 도서정가제 시행 후 소비자 할인이 축소돼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들의 이익률이 개선된 만큼 이들 서점에 대한 도서 공급률(정가 대비 공급가격의 비율)은 비례적으로 올려야 한다. 
반면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보다 15∼20% 정도 비싼 값에 책을 공급받아온 중소서점의 공급률은 내리는 것이 순리다. 
출판 시장의 '생산-유통-소비'에서 이익의 순환 구조를 마련하지 않고는 출판산업 생태계 전반의 공생이 어렵다는 점을 직시해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전히 할인 마케팅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출판 시장의 현상을 개혁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완전 도서정가제로 재개정하는 길뿐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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