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추락은 문화국가의 동력 파괴
‘소설’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2012 문예연감>에 따르면 2011년 발간된 소설 종류가 1814종에 그쳐 2010년 2231종에 비해 1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에도 2231종의 소설이 발간돼 2010년의 발간 종수와 변동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히 줄어든 수치다. 한국어로 번역된 외국 문학의 실정도 같다. 2011년 1756종이 발간돼 2010년의 2030종보다 14% 줄어들었다. 소설을 비롯해 시, 희곡, 평론 등 전체적인 문학 신간도 지난해 7339종으로 2010년 7737종보다 5% 감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문학 신간은 2010년에 2009년(8192종) 대비 약 10%가 줄었고, 2009년에는 2008년(8718종)에 비해 6% 적게 발간되는 등 계속 감소추세다.
소설의 ‘19%’ 추락은 불황에 따른 도서유통업체들의 부도, 문학도서 보급지원제도의 변형, 전자책과 인터넷 소설 확산 등 구조적인 현상에서 비롯됐다. 도서유통업계에선 종이책을 구입하는 독자층이 줄어들면서 지난 1월 국내 최대 도서총판업체인 수송사가 부도를 냈다. 또한 지난해 KG 북플러스 부도, 최근 웅진그룹 계열사인 북센의 위기 등 몇 군데의 대규모 출판도매상이 흔들리면서 문학은 위기를 직면했다. 지난 7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후신으로 출범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도서유통구조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지만, 아직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수문학도서보급사업의 경우 도서선정의 주체를 둘러싼 문단의 우려가 크다. 현행 전문가 위주의 선정제도가 수요자인 독자들의 설문에 의한 선정제로 바뀔 경우 베스트셀러 위주의 편향성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도서관협회는 40억원 예산으로 전국의 오지 도서관과 교도소 등 3000군데의 소외지역 계층을 위해 1년에 4차례 우수문학도서를 선정해 보급하고 있다. 14명의 전문가와 1명의 시민평가단이 선정에 참여하지만 향후 수요자 위주의 도서 선정이 이뤄질 경우 유명작가의 책만 보급되어 또 다른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소설가 고 이청준은 “소설이란 귀항지 없는 항로에서 헤맴의 과정을 통해 길어올린 상상력의 소산”이라고 했다. 인문학의 뿌리인 소설이나 시 등 문학의 부활을 위해선 작가와 출판인들의 분발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가 내년도 한류예산으로 5000억원을 책정했다지만 시대와 소통하는 문학 콘텐츠야말로 진정한 한류의 인프라임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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