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일 목요일

연구도 1등 독서도 1등…ETRI '책읽기'로 전국 제패


연구도 1등 독서도 1등…ETRI '책읽기'로 전국 제패 


 ▲ ETRI독서동아리 '책 좀 잘 읽어보자는 식사 모임'이 전국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사진=ETRI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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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는 책을 통해 세상을 확장해 나가는 모임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어떻게 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고민하고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친목도 중요하지만 '책'이 본질이죠."

대덕특구 한 출연연의 독서동아리가 지난 주말 열린 전국 독서동아리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해 화제다.

지난 27일 '제1회 전국 독서동아리 축제'가 파주출판도시 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렸다. 독서의 해를 맞아 책 읽는 사회풍토를 조성하고 국민의 독서력 향상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이번 축제에는 전국의 독서동아리가 한자리에 모였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독서동아리 'ETRI(Eating Table for Reading Innovations)'가 이번 축제의 경쟁부분인 '독서동아리 운영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대회는 전국에서 참가한 43개 팀 중 결선에 오른 3개 팀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심사위원들과 청중평가단의 점수를 합산해 우승팀을 선정했다.

ETRI는 우리말로 소개하면 '책 좀 잘 읽어보자는 식사 모임'이 되겠다. 지난 2009년 1월 첫모임을 시작해 매주 1차례 연구원 구내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은 지 햇수로 4년, 횟수로는 95번의 만남이 있었다. 이달 말이면 100번째 모임을 갖게 된다. 한 기관에 있지만 각자 다른 부서에서 바쁘게 활동하는 만큼 페이스북을 통해 수시로 소통한다.

대회에 참여한 다른 팀보다 역사도 짧고 규모는 작지만 독서의 내공은 깊다. 독서가 취미인 사람은 책 전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내적으로 성장하는데 목표를 두고 팀을 운영했다. 이 점이 평가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1회 전국 독서동아리 축제'에서 이정원 연구원이 ETRI 독서네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축제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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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네비는 완결 아닌 현재진행형, 꾸준히 업데이트 할게요"
"2004년부터 꾸준히 자기계발 분야의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렸어요. 읽은 책은 연구원 게시판에 올려 판매하기도 했죠. 책은 엄청 많이 읽었는데 어느 순간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독서의 즐거움도 느낄 수 없었죠.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있을지 궁금했어요."

모임의 시작은 소박했다. 현재 ETRI 회장을 맡고 있는 김승현 연구원(인증기술연구팀)이 궁금증을 던지자 나름 독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이정원 연구원(생체정보연구팀), 김주엽 연구원(통방융합SoC연구팀)을 비롯 현재 총 9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프리젠테이션을 담당한 이정원 연구원은 학습도서로 유명한 '백북스 학습독서공동체(www.100boosk.kr)'에서도 열성회원으로 꼽힌다. 다른 팀원들도 독서로는 둘째가라면 서운할 애독가들이다.

바쁜 직장생활에 육아에 가사에 책 읽을 시간 내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실에 문제가 있고 해결해야할 궁금증이 있는데 그 답이 나와 있는 책을 보는 것은 어려움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틈날 때마다 보고 싶은데 어떻게 참느냐"고 반문한다.

ETRI의 운영방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초기에는 관심 분야를 넓히자는 생각으로 모임을 운영했다. 회원 각자가 읽은 책 중 좋은 책을 소개했다. 하지만 각자 관심분야도 다르고 독서 난이도도 달라 흥미가 떨어지자 목적 있는 독서로 방향을 바꿨다. 고전과 인문서를 중심으로 운영하다보니 회원들의 참여율이 떨어졌다. 그러다 찾은 방법이 '독서지도 프로젝트'다.

많은 독서모임이 회원들이 함께 책을 읽고 내용과 느낌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ETRI는 회원 개개인의 관심을 끄집어내 모두와 공유할 수 있는 협동작업을 시작했다.

회원들은 지도 제작의 1단계로 공통의 관심분야를 선정했다. 음악, 미술, 건축…. 우선순위를 정했다. 이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음악분야의 독서지도로 시작했다.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는 문외한이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입문서부터 종합안내서, 전문서까지 단계별로 지도를 그렸다.

이정원 연구원은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부분에 대한 해답을 책을 통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독서지도, 네비게이션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은 팀장으로 승진하면 리더십에 관심을 갖는다. 대부분이 리더십에 대한 책을 보지 않고 막연히 자신의 경험과 주변의 조언만으로 리더십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세상에는 안 읽어도 되는 책이 훨씬 많다. 예를 들어 클래식 입문서 중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A와 B가 있는데 어느 것이 좋은지 몰라 도서선정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독서지도를 따라오면 이런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김승현 연구원은 "음악, 미술, 건축, 경영, 자기계발 등 어떤 분야라도 책을 통해 가는 길만 알면, 언제든지 쉽게 접근하고 적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의 지도는 완결형이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외부에 공개한 것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의견을 보태면서 더욱 상세하고 정밀한 지도를 만들기 위함이다. 초보자에게는 길안내를 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는 도움을 받아 지도를 계속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이들은 독서초보자를 위한 독서방법으로 "어느 분야를 시작할 때는 먼저 그 분야의 용어와 익숙해지고 전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큰 그림을 바탕으로 읽어 나가는 책은 한 권 한 권이 징검다리가 된다. 큰 그림이 없다면 지금의 경험과 나중의 경험이 연결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독서지도를 정복해 나가면서 내가 노력한 만큼 독서가 효과가 있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며 "많은 분들이 ETRI와 함께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TRI가 작성한 음악분야 독서네비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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