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2일 월요일

난세학 신동준 지음/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

한비자(韓非子·기원전 약 280∼233년)와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 ~1527), 그리고 이종오(李宗吾·1879∼1944). 
  
한비라는 실제 이름보다 저술한 책 『한비자』로 유명한 한비자는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사상가다. 마키아벨리는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분열의 시대에 이탈리아의 통일을 염원한 정치사상가였다. 이종오는 서구 열강의 침략과 내전이 잇따른 청말·민국시대를 살았던 사상가다. 
  
이처럼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세 사람의 대표작, 『한비자』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이종오의 『후흑학(厚黑學)』에 각각 담긴 정수를 한 꾸러미로 엮어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한 점이 이 책의 미덕이자 독창성이다. 특히 세 사상가의 책을 한데 아울러 ‘난세학(亂世學)’이라는 그럴듯한 학문 이름을 지어 붙였다. 
  
‘춘추전국시대 정치사상 비교연구’로 박사학위(서울대 정치학과)를 받은 저자는 앞서 2014년 『리더라면 한비자처럼, 참모라면 마키아벨리처럼』이란 책을 냈다. 『한비자』와 『군주론』을 섭렵한 뒤 이종오의 『후흑학』을 추가해 버무렸다. 한 권으로 세 권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언론인 출신인 저자(신동준)는 한비자·마키아벨리·이종오, 세 사상가의 정치철학을 사이부동(似而不同·유사한 듯 다름)의 관점에서 비교분석했다. 
  
셋의 공통점은 각자 처했던 난세 돌파를 위해 적극적인 구국제민(救國濟民)의 리더십을 제시했다는 점. 하지만 책은 세 사상가의 다른 점에 더 주목한다. 
  
한비자는 법가의 법치와 도가의 도치(道治), 마키아벨리는 강병에 초점을 맞춘 병가의 병치(兵治)와 종횡가의 세치(說治), 이종오는 역사의 거울을 통해 치국평천하에 임해야 한다는 사가의 사치(史治) 사상 위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미·중의 패권 다툼과 4차산업 혁명이 뒤섞인 요즘 역시 난세가 아닐까. 타개 방책을 이 책에서 가늠해보면 어떨까.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책 속으로] 한비자와 마키아벨리, 뭐가 같고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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