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7일 토요일

도서관은 혁신될 것인가?

도서관은 혁신될 것인가

동아일보 1960.10.21 기사(칼럼/논단)

 

도서관은 혁신될 것인가

독서주간에 즈음하여

 

엄대섭

 

방금 국회에 제출되고 있는 명년도 예산안을 보면 제2공화국 문교부가 도서관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국립도서관 예산이 현연도의 5천9백만환에서 1억3백만환으로(기중 도서구입비는 8백만환에서 2천5백만환)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예산이 현연도의 1천3백만환에서 4천7백만환으로(기중 도서구입비는 3백만환에서 3천3백만환) 경북 전북 전남 부산의 4개 국립종합대학의 도서관 예산이 현연도 평균 2백7십만환에서 7천7십만환으로(기중 도서구입비는 평균 5십만환에서 5백만환) 각각 대폭 인상되어 있다. 이는 특례에 속하는 일로서 문교부와 예산 당국자의 이해와 용단에는 경의를 표하는 바이나 과거 이정권(李 政權) 하에서도 연간 1천만환 내지 3천만환의 도서를 구입해온 일부 건전한 사립대학을 추급하려면 전도요원한 감이 있다.

 

그리고 도서관 예산 전액을 후원회비 등에서 또는 도서관비 징수로 충당하고 있는 각종의 국립단과대학과 예산의 부족액을 전기한 방법으로 충당하고 있는 국립종합대학의 등록금 인하가 문제되고 있는 실정 하에서 어떻게 하여 도서관의 최저사명이라도 감당할 것인가는 국가적으로나 대학의 학문연구 상으로나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립대학도서관의 예산은 전술한바 소수 건전한 대학을 제하고는 대학을 영리기업체로 아는 듯한 경영자들이 적게 들이고 많이 걷겠다는 수지타산에서인지 대학설치기준령의 도서수량을 메우는 데만 관심이 있을 정도로 한심한 실정이다.

 

원래 대학은 도서관이 그 심장인지라 예산면에서도 마땅히 우대받는 것이 상식인데도 오히려 천대가 극심하다는 것은 조속히 시정을 요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입법부에는 국회도서관을, 사업부는 법원도서실을 가졌는데 절대다수의 부서를 차지하고 있는 행정부처 중에서 교통부가 경영하는 교통도서관이 예산면으로나 운영면으로 간신히 면목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외무부는 도서관에 관심이나마 가졌고 체신부는 체신도서관이라는 기구를 가졌으나 운영예산 부족으로 몇 년 간 개점휴업상태에 있고 그밖의 중앙관청에는 도서관을 찾아볼 수 없다. 현 20세기의 행정은 최신의 참고도서와 과학적인 자료에 의해서만 가능할 터인데 중앙관청과 그 관리들이 예산이 없다, 직제가 없다는 핑계로 자료 없는 행정을 한다는 것은 원시적인 주먹구구 행정에 만족하는 것인지 민족전도를 위해서 가공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어려운 예산 조건 하에서라도 중앙관청마다의 도서관 설치 문제는 긴급히 해결해야 할 화급지사이다.

 

중고등학교 도서관이 작금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것은 새 교육발전을 위하여 경하할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가 도서관이라는 형식을 갖추기에 급급할 뿐 내용면에 있어서 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전연 문제가 안된다. 학교도서관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외국과 같이 문교부에 도서관 담당 장학관을, 도 학무국에 도서관 담당 장학사를 배치하여 선도하는 것이 긴요한 일이다.

 

예산면에 있어서는 학교의 경상비로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 실정 하에서는 학생으로부터 도서관비를 징수하거나, 후원회비 사친회비 등으로 충당하는 학교가 더 충실한 것 같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의 예산에 대하여는 공사립별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할 줄로 안다.

 

끝으로 도, 시, 읍, 면립 공공도서관 예산에 관하여는 운여을 교육위원회에서 이관한 곳이 더욱 곤궁에 빠지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민중의 공동서재라 선진국에서는 인구 2천 내지 3천 명에 1개 꼴로 도서관이 있는데 한국은 인구 120만 명에 1관이라 세계에서도 가장 뒤떨어진 나라에 속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영할 경우에는 적은 예산이나마 집행이 용이한데 예산은 부담하면서 운영을 교육위원회에 이관한 것은 서로 책임 전가만 일삼고 있다. 교육위원회 자체에서 도서관 예산을 감당 못할 바에는 원래대로 환원 경영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도서관의 전문직을 사서라 부르며 외국에서는 대학 또는 대학원 과정의 도서관학과를 전공하거나 동등 이상의 검정시험으로 자격을 획득하는 고등직이라 도서관장은 물론 도서관의 전문업무는 사서직이 감당하는 것이 타당하나 한국에 있어서는 사서의 부족에도 기인하겠지만 비전문직이 도서관을 강정하는 예가 허다하다.

 

도서관은 봉사직이라 유능한 사서가 도서관의 운명을 정하는 것이니 모든 도서관은 유능한 전문직을, 중고교는 교육받는 사서교사에 그 운명을 일임하는 것이 도서관 발전의 첩경인 것이다.

 

도서관에 대하여는 현재 자유우방에서 도서관법규가 없는 곳은 한국뿐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적 근거 없는 사업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1956년 이래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서관법 제정 운동은 정부 당국과 다수 민의원의 적극적인 협조로서 국회문교위원회에서 검토하던 중 여러 가지 정치파동의 여파로 통과를 못본 채 제2공화국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정권 하의 국회의원 중에는 평생에 도서관을 이용 못해본 분이 많은 듯하여 이 분들에게 도서관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데 진땀을 흘린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도서관의 정상적인 발전은 도서관법의 제정을 기초로 하여 위정 당국자나 전국민이 도서관 사업에 적극 협조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필자: 한국도서관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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