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6일 금요일

어떤 나라 이야기

어떤 나라 이야기

경향신문 1960.05.04

 

어떤 나라 이야기

박홍근

 

방 하나를 혼자서 쓰고 있는 젊은 아저씨가 커다란 책상 저쪽에 앉아 있습니다. 그 앞에는 마흔살을 넘어 보이는 아저씨 두 분이 앉고 있습니다.

 

"이런 데서 좀 보조를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한번 좀 생각해 주십시오. 많이 달란 것은 아닙니다. 이삼만 환쯤이야 어떻게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두 아저씨는 얼만 전에 했던 말을 다시 되풀이를 합니다. 그 말소리는 애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국장이라고 하는 젊은 관리 아저씨는 바깥을 내다보면서, "글쎄 예산이 있어야죠. 정말 어쩔 수 없습니다."

 

두 아저씨의 얼굴빛이 흐려집니다. 누가 봐도 실망한 얼굴빛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할수없이 두 아저씨는 그 국장실을 나왔습니다. 두 아저씨는 여간 불쾌한 것이 아닙니다.

 

"할수없지 이제 민중출판사에나 가봐야지 어떻게 되겠지!" 키가 몹시 큰 아저씨의 말입니다.

 

두 아저씨는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와 동요를 쓰시는 아동문학가입니다. 이 아저씨들은 어린이날에 하게 되어 있는 어린이 예술제 찬조금을 얻으려 다니는 것입니다.

 

부끄러움도 무릅쓰고 남에게 머리를 숙이며 애원하듯이 찬조금을 모으러 다니는 것입니다. 두 아저씨나 그리고 다른 아동문학가 아저씨들도 그 관청에서는 틀림없이 많은 찬조금을 낼 것으로 믿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관청서는 한푼도 얻지를 못한 것입니다.

 

그 나라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공원도 없으며 어린들을 위한 아동도서관이나 아동극장 하나도 없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것은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었습니다.

 

억지로 있다고 하면 국민학교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그 나라 아동문학가 아저씨들은 어린이들을 위해서 해마다 어린이날이 되면 재미있는 예술제를 열어왔습니다. 이것은 아동문학을 하시는 아저씨들의 성의였습니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 있는 관리들은 어린이들쯤은 문제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것은 자기들이 할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관리들은 나쁜 것을 해서 돈을 마구 모은다는 소문도 떠돌았습니다.

 

두 아저씨는 출판사며 또 다른사람들에게서 돈을 모아 그해에도 성대하게 어린이 예술제를 올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동문학가 아저씨들은 극장에 꽉 들어찬 어린이들 그리고 노래와 춤으로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어린이들을 보며 기뻐했습니다.

 

그 나라는 4.19 데모가 있기 전의 우리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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