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7일 토요일

학교도서관의 실태

학교도서관의 실태

경향신문 1962.12.22 기사(뉴스)

 

학교도서관의 실태

 

선진국엔 학교마다 완비

학교시설의 필수적인 것으로 등장

우리나라선 너무 무관심

 

흔히 외국에서는 "그 학교의 교육이 진보적인가 퇴보적인가를 알려면 우선 학교도서관이 있으냐 없느냐만 보면 된다"고 말한다. 오늘날 학교교육 방법의 새로운 전향(轉向)과 함께 학교도서관은 필수적인 학교시설의 한 가지로 등장하고 있다.

 

"좋은 학교도서관은 좋은 학교를 만든다"는 구호 아래 1930년 이래 학교도서관이 학습의 중심이 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아무리 작은 시골학교라도 도서관 없는 학교가 없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1944년 교육법을 개정하여 학교마다 반드시 학교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못을 박아 놓았으며 프랑스에선 1915년에 벌써 학교도서관 설치를 법제화하고 마을의 공공도서관으로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개교령(開校令)을 내렸으며 법률로 아동 1인당 1천원 가량의 국가보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련은 "스스로 책을 이용하고 사랑하고 아낀다"는 법령에 따라 학습연구와 과학의 기초를 닦는 곳으로 학교도서관을 국가계획으로 실행하여 독・소 전 이전에 81%에 이른 국민학교도서관을 전후에는 거의 완비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학교도서관법이 제정된 것은 1953년이었다. 15조로 된 이 학교도서관법에 의하여 모든 학교는 반드시 학교도서관을 가져야 되게 했으며 국가에서 예산의 50%, 사친회에서 50%를 부담하게 되었다. 2부 수업을 하더라도 학교도서관은 갖춰야겠다는 절실한 요구에 의해 교장실이나 직원실을 없애고 복도로 옮긴 예며, 학교도서관을 위해 토끼를 기르고 닭을 쳐서 이룩한 '양토도서관'이나 '양계도서관'이 있는가 하면 도토리를 주워 모으고 벼이삭을 주워 이룩한 시골 국민학교의 꾸준한 노력, 자모회에서 점심시간에 빵을 팔아 학교도서관을 만든 눈물 겨운 시련기를 거쳐 오늘의 완비된 학교도서관의 기틀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날 사친회비를 마음대로 거둘 때에도 교육자들은 이런 데 무관심했다. 도심지 학교들도 교장실 한 구석에 '액세서리'로 몇 권의 아동도서가 낮잠을 잘 정도이며 이것은 학교장의 개인 주택의 규모와 비교해볼 때 너무나 초라한 것이다. 작년말 문교부의 학급문고설치통첩에 따라 학교도서관에 대한 의욕이 생기긴 했으나 예산 한푼 안 주면서 '잡부금 징수 엄금'의 불호령까지 내렸기 때문에 엄두를 못낸다는 것이 교육계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그러나 예외는 더러 있었다. 인천시 창영국민학교의 별도 건물을 가진 학교도서관이나 고양군 송포국민학교의 경우가 있다. 송포교의 교장은 교장실을 비워주고 교사들은 창고에 버린 헌 책상 걸상으로 책상과 열람용 책상을 만들고 어린이들이 싸리비를 만들어 책과 교환하고 졸업생들의 "아우들을 위한 책 한 권 선사하자"는 결의 등으로 2천여 권의 도서를 마련한 얘기가 있다.

 

사전 이용법을 공부하기 위해 일부러 무거운 <국어사전>을 짊어지고 다니는 어린이들을 볼 때, 또는 만화가게에 모이는 어린이들을 볼 때, 학교도서관은 더욱 절실해진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중농정책을 부르짖으며 농촌문고 설치를 외치는 마당에서는 프랑스와 같은 지역사회의 공공도서관을 겸하는 학교도서관 설립을 서둘러야 될 것이라고 뜻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주장한다. 학교도서관은 아동의 자발적인 참여로써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교재 '센터'로서, 마음의 폭을 넓히는 독서실로서 스스로 이용하는 그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도서자료실, 열람실, 과학자료실, 실험실, 시청각교실, 작업실 등을 갖춘 규모의 학교도서관은 우리 실정에선 요원한 일일지 모른다. 다만 교실 한 칸을 이용해서라도 꾸준히 책을 수집하고 가정의 도서들을 차용한다든지 해서 어린이들의 독서지도를 하는 한편 지역사회에의 대출을 겸하면 수년 내에 우리도 새로운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정권이 몇 번 바뀌어도 여전히 햇볕을 못보는 <도서관법>이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라면 <학교도서관법>만이라도 하루빨리 제정되길 바라는 간절한 기원은 아동출판을 육성하는 길만이 아니라 장래를 위한 가장 긴박한 '투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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