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싸우려면 민주주의가 더 낫다’(천관율 기자)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562
“코로나19와의 싸움은 감염병과의 싸움 그 이상이다. 각자도생의 악순환에 맞서서 헌신과 연대의 가치를 지키는 싸움, 특정 지역에 낙인을 찍고자 하는 욕망에 맞서서 공동체에 함께 속한 고양감을 지키는 싸움, 권위주의 모델에 맞서서 민주주의 모델이 유효하다고 입증하는 싸움이라는 의미가 켜켜이 싸여 있다. 시민들은 이들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의 의미를 느끼고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다. 숭고한 싸움을 하고 있는데, 그게 왜 숭고한지 말해주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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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열 교수(서울대 사회학과)는 재난사회학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다. 그는 ‘사회의 질’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사회의 질이 높으면, 재난을 만나도 회복력(Resilience)이 높다. 같은 재난을 만나도 사회마다 회복력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사회의 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의 질이란 게 뭘까?
“사회의 질은 두 축의 긴장과 균형이 유지될 때 높아진다. 첫째, 사람들은 자유로워야 하지만 동시에 집단적 과제를 풀어내게 집합행동을 해내야 한다. 전자로 너무 가면 사회가 해체되고 후자로 너무 가면 전체주의다. 둘째, 제도와 시스템은 유능하고 규칙성이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상황 변화에 적응하도록 유연하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전자로 너무 가면 국가주의고 후자로 너무 가면 무능해진다. 개인과 제도 두 차원 모두 긴장과 균형이 잘 유지될수록 사회의 질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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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재난은, 생존자들에게 공동체적 일체감을 맛보게 해준다. 재난사회학을 개척한 연구자인 찰스 프리츠는 이렇게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위험과 상실, 박탈을 함께 겪음으로써 집단적인 연대감이 생기고, 든든한 마음과 서로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려는 의지가 샘솟는다. 개인과 집단의 목표는 서로 얽혀 있음도 깨닫는다. 얽힘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불가능했을 소속감과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다정해지고 서로를 동정하고 도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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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내전(남북전쟁)기에 대통령직을 수행한 재난 지도자다.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87년 전, 우리 선조들은 자유 속에서 잉태된, 그리고 모든 인간은 천부적으로 평등하다는 명제에 바쳐진 새로운 국가를 탄생시켰습니다. 우리는 지금 내전에 휩싸여 그 나라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시험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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