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6일 월요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신종’이지만 (문화예술)정책은 낡은 것을 꺼내놓고 있다./ 김소연, 한상훈, 염신규

바이러스는 신종이지만 (문화예술)정책은 낡은 것을 꺼내놓고 있다.
 
안전하게 그리고 책임을 함께 나누며
김소연: [문화정책리뷰편집장.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편집장을 지냈다.

(공백상태인 문화정책)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정책적 판단과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염병 위기 이후 문화정책은 공백상태다......전염병 위기 이후 공공극장 폐쇄 등 공적 영역은 잠시 멈춤이 아닌 완전 멈춤의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도 민간은 위기에 대응하고자 노력해왔다. 노력은 단지 공연을 강행한다 아니다만의 문제가 아닌 창작활동 전반에 걸친 것이다. 그 노력의 과정에서 정책은 공백에 가까웠다.
 
(이후의 정책이 아닌 현재의 정책이 필요) 정부는 어떤가. 지난 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코로나19 피해대책은 소극장제작지원과 관객지원이다. 관객지원은 메르스 피해지원을 그대로 베꼈다. 당시 메르스 피해 지원으로 시행된 1+1 티켓 지원은 횡령 등등 부작용을 낳았고, 창작현장으로 제대로 흘러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대책은 이후의 정책이지 현재의 정책은 아니다.......바이러스는 신종이지만 (문화예술)정책은 낡은 것을 꺼내놓고 있다.
 
(창작환경의 토대 지키기) 감염병 위기에 대한 대응이 피해에 따른 경제적 빈곤을 증명하는 생계지원에만 머물지 않고 예술활동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고민은 이해된다. 생계지원도 필요하지만 현저히 위축된 예술활동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물론 감염병 이전과 같은 활동은 불가능하겠지만, 감염병예방수칙을 지키면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창작환경의 토대가 붕괴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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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멈췄고, 예술가들은 유령이 되었다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 ()스트릿컬쳐팩토리 이사.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 이사.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정책네트워크 대표.
 
(예술행정의 실태)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구시 문화정책과, 예술인지원센터 등과 크고 작은 서너 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놀랍게도 대구의 예술행정은 어떤 예술가들이 어떤 군락을 이루어 이 도시에 분포되어 있는지, 예술가들이 어떻게 경제적 대안을 만들고 생존해왔는지 거의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예술행정이 민간을 파악하고 소통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예총으로 대변되는 거대예술조직으로 일방통행하고 있었다. 근대화 이후에 설정되어 예술대학에 의해 권력화된 장르와 단체들에 대한 소극적 대응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했다.
 
예술행정은 그동안 수많은 정책을 개발하는 듯하였으나 유네스코지정 음악도시와 같은 화려한 타이틀 수집과 국비 매칭을 통한 각종 시설과 기관유치 외에는 보조금을 나눠주거나, 대구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대중적인 대형이벤트를 계획하는 활동 이외의 영역으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으로 문화예술과 관련된 부서에 배치되었지만 그들이 예술가들의 입장에 서서 적극적으로 예술가들을 대변하리라는 기대조차 서지 않았다. 슬프게도 국비 확보를 위한 각종 계획서에 그들이 남발하던 예술생태계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조사되거나 연구된 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응) 그렇다면 우리는 지속가능한 예술활동을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비정기적 스토브리그, 더 나은 창작의 추진력을 얻기 위한 한껏 웅크림
비대면 결과물, 예술협업으로 새로운 모색
상호부조, 예술인으로 등록되지 못한 예술가들을 위한 최소한의 연대
예술생태계의 정기적 조사와 다면적 가치연구
예술의 사회적 가치 재고, 예술가들의 의견그룹
전염병시대 증언으로서의 예술
 
https://culture-policy-review.tistory.com/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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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7 보충)

통찰의 시간이 왔다
염신규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 겸임교수.

(바이러스는 사회 심층의 기저질환을 노출시킨다) 누군가들은 한국 사회가 IMF라는 국난을 극복했다고 주장해왔지만 실제 IMF가 강제한 질서에 민중들이 종속되어왔을 뿐이다. 이런 질서 아래서 일이 사라지는 위협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들은 매우 역설적으로 끔찍하게 불평등한 임금 구조와 각종 사회적 갑질 속에서도 기층 노동자들이 순응하게 만든 살벌한 자본축적 구조의 이데올로기 엔진이었다. 바이러스 상황은 바로 그런 사회 심층의 기저질환을 순간적으로 노출시킨다.
 
(판데믹에 따른 통찰은?) 어쩔 수 없이 손발이 묶인 문화예술계도 다양한 방향으로의 모색이 필요한 시기이다. 문화정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발 묶인 예술계의 배고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고 취소된 축제와 관광이 이 업계에 끼칠 영향에 대한 고민도 물론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문화정책이 판데믹의 강제된 휴가를 겪으며 도달할 통찰의 전부는 아니다.
 
(기존의 공공 문화정책은 문제해결을 위해 작동하고 있는가?) 바이러스의 공포와 고통은 실상 이 사회 심층까지 퍼져있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착취구조를 끄집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회통합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 기존 공공 문화정책의 가치들은 또다시 의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공공 문화정책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조리를 은폐하거나 갈등을 적당한 선에서 봉합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실제는 대부분의 민중들이 어떤 선택의 가능성이 봉쇄된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세상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가 모든 것이 허용된 세상에서 새롭고 가치 있는 것을 상상하며 그것을 통해서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착시현상을 하게 만들기 위해 문화정책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극단적 의심들 말이다.
 
(문화국가론과 국민들의 문화적 일상) 바이마르 헌법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은 우리의 법 체계는 형식적이건 아니건 제헌헌법 시절부터 줄곧 문화국가론을 요체로 삼아왔다. 즉 국민들의 문화적인 권리를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주고 그것을 통해 국가의 문화를 성장시키는 나라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를 중심으로 한 공공의 문화정책에는 반드시 대다수 국민의 문화적 권리와의 관련성을 단서조항으로 붙이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국가에서 국가 운영의 원리로 주장하는 만큼 국민들의 문화적 일상을 관리해주고 있는가?
 
(착각: 정부가 문화국가의 원리를 실현하고 있다는 착각) 이런 국면에서 문화정책이 실체 없는 수사학으로 떠돌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단편적인 예를 들어, 실제 사회적 다양성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나 다양성에 대한 문화정책 사업을 하는 것을 통해 정부가 문화국가의 원리를 실현하고 있다는 착각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권력 바깥에서 작동하고 발화하는 연대와 운동과 활동) 민간이건 시민이건 백성이건 민중이건 다중이건, 그 어떤 표현이라도 상관없지만 권력 바깥에서 작동하고 발화하는 연대와 운동, 혹은 활동을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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