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거버넌스 : 김원수 여시재 국제자문위원장(전 UN 사무차장, 전 UN 군축고위대표)
(4F와 코로나19: G20과 새로운 리더십의 부재)
김원수 = 2008년 금융위기와 2009년 신종플루 때로 시계를 돌려보면 당시 유엔에서 ‘4F(food, fuel, flu, finance) 위기’가 왔다고 했다. 당시 신종플루는 전파력에서 지금 보다 약해 세계가 막을 수 있었다. 그때는 G20을 만들어 위기를 돌파했다. 이번에는 이 위기가 복합적으로, 훨씬 강도 높게 올 수 있다. 인과관계는 확실치 않지만 경제 대응을 잘 못하면 동시에 올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로 대처했지만 지금은 실물과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 함께 흔들리고 있다. 돈을 푸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거기에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까지 흔들리면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반구, 북반구로 다시 돌면서 나선형으로 오래 지속되면 안 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빨리 끊어야 한다. 이번 시즌에 질병 확산을 막고 나면 국제적 대처를 빨리해야 한다. 2008년에는 미국이 주도해서 G20을 만들었는데 지금 그런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
김원수 = 사이버 보안 문제를 논의할 때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우선할 거냐, 국가적 통제를 우선할 거냐, 그에 대한 세계적 합의가 없다. 국제적 가이드라인이 공백 상태다. 그 가치의 균형을 이 사태를 통해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중간에서 조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우리나라가 있다. 그 접점을 어떻게 찾는지가 국제 거버넌스 체제를 생각해 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고, 우리나라는 양쪽에서 접점을 찾는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민주적인 시스템이 시간은 걸리지만, 일방적인 방식보다는 장점이 많다. 우리나라가 그 접점 찾는데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거버넌스와 연대)
김원수: 남의 문제도 나의 문제다. 여기서 국제적 연대가 출발해야 되지 않겠는가. 바이러스 위기가 인류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그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고, 전 세계가 공동운명체라는 것이다. 이 역할을 국제기구가 해야 한다. UN이 그런 기능이 부족하다면 새로운 기구라도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도 이런 논의가 수도 없이 있었지만, 이 사태가 오니까 글로벌 거버넌스의 부족함이 드러나고 있다. WHO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어떤 문제가 감당할 수 없는 나라에서 터졌을 때 국제적 도움을 주려면 다른 기구가 이걸 해줘야 한다.
의료 :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WHO 정책자문관)
(원격의료와 커뮤니티 플랫폼 의료: 의료 시스템 문제)
홍윤철 = 이번에 서울대 병원이 경북 문경에 생활치료센터를 만들었다. 거기서 비대면으로 엑스레이를 찍고 본원에서 바로 진단하고 지침을 주고, 약 배달까지 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완전한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 보면서 기술적으로 그렇게 하면 되겠네, 그럼 왜 그 방향으로 안 가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혜자가 다 이익을 받아야지, 어느 한 그룹이 손해를 보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사회적으로도 이득이 아니다. 원격의료 반대하는 그룹은 지역사회의 개원의 중심인데, 원격이라는 말 자체가 동네병원을 바이패스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의 검별 같은 하부구조가 튼튼해야 원격의료도 가능한 거다. 그래서 나는 ‘원격 의료’는 나쁜 말이라고 주장한다. 원격의료 기술을 갖되, 지역사회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플랫폼 의료로 가야 한다. 지역사회 의사가 실력을 갖추고 환자를 잘 보면 거기서 환자가 상당 부분 걸러지는 것이다. 의료시스템에 대한 고민 없이 원격의료를 논하는 것은 실현이 불가능하다. 의료 시스템을 왜곡하는 것이다. 원격의료 주장하는 사람들이 기술적 적용을 말하지만, 의료시스템에 대한 고민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의료를 망치는 길이다.
(노인인구와 포용사회)
홍윤철 = 이번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건 가장 약한 지점이다. 환자가 많이 발생한 곳이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이다. 이는 사회와 분리된, 섞이지 않는 곳이다. 여기서 질병이 퍼졌다. 사회적으로 돌봄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 속에서 바깥으로 추방된 그런 곳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래 사회를 얘기하고 새로운 문명을 이야기할 때, 이번 사태는 인간 공동체가 어떻게 가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가 포용 사회를 이야기하는데, 노인 인구가 같이 사는 사회, 75세 이상도 커뮤니티 안에 들어 올 수 있도록 하면 이런 문제들도 이렇게 터지지 않을 것이다. 공동체 속에서 포용적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 전병조 여시재 특별연구원(전 KB증권 사장)
(기본소득과 경기 부양 정책)
전병조 = 기본소득 등의 콘셉트는 진보 논리라고 생각해왔지만 이번에 트럼프가 먼저 조치를 내놨다. 긴급 대응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걸 내내 지속할 수는 없다. 지금 금융시장은 자금 공급을 통해서 쇼크 맞은 사람을 살려 놓는 정도다. 그런 긴급 대응은 규모로 보면 커도 좋다. 사실 돈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이탈리아는 십 년째 경제가 똑같다. 성장이 없는 경제로 부채만 140% 올라갔다. 반면 한국은 41% 수준이다. 적어도 이런 사태가 상당 기간 간다고 한다면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가 왜 성장을 하는가? 왜 그동안 성장이 필요했는지,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이럴 때 보여줘야 한다. 적어도 2년 정도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취약계층이 무너지지 않도록, 극단적으로는 재정부채가 늘어나더라도 지원해야 한다. 이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방비 매년 50조 원을 쓴다. 전쟁이 발생해 사람이 죽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전쟁을 하겠는가.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걸 저소득층 지원책으로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경제정책이며 경기부양책이다. 경기 부양은 예산을 편성하거나 성장을 시키거나 세금을 감면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1년에 50조 원씩 100조 원을 쓰더라도 우리나라 부채가 2% 늘어나는 정도에 그친다.
디지털 :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장
(일하는 방식의 변화)
김희수 = 일하는 방식도 옛날로 돌아가진 않을 거다. 강력한 학습 효과를 체험했기에 과거로 돌아가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비대면 문화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비대면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환경이다. 재택근무는 아마 대기업과 화이트칼라, 전문직 중심으로 확산될 것 같다. Zoom 등을 통한 원격회의가 이뤄지고, MS 등에서 제공하는 솔루션이 많이 커졌고 개선되며 확산되고 있다. 실제 가격이나 편의성 측면에서 관련한 툴의 개발이 많아질 것이고 비대면의 활용이 촉진될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의 효율성이 높아져야 한다. 전염병에 대한 대비도 하고, 교육 과정에서도 원격교육을 정규 과정으로 수용하고, 원격 의료가 이뤄지는 등 중요한 사회 부문에서 이 같은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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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작성자 : 최원정,이윤서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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