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일 수요일

‘코로나 이후의 세계’ 그리고 한국 / 신진욱(중앙대 사회학)

1. 지금은 코로나 이후 세계의 윤곽이 만들어지는 압축적 시간이다. 옛 건물로 견딜 수 없는 폭풍이 몰아쳤을 때 제대로 재건축을 한다면 이전보다 더 튼튼한 집을 갖게 되지만, 만약 부분적 보수로 때우려 한다면 이후 오랫동안 불안 속에 살아가야 한다.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인 것이다.
 
2-1.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각국의 대응 차이가 이후의 장기적 발전 경로를 좌우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역사적 사례는 바로 1920~30년대 대공황이다. 이때 세계의 모든 산업국가는 총체적 위기에 빠졌지만, 그에 대한 대응은 몇가지 대조되는 유형으로 갈라졌고 그 차이는 긴 미래의 차이로 이어졌다.
 
2-3. 첫째는 파시즘의 길이다. 독일에선 나치당이 1932년 선거에서 승리하여 독재체제를 수립했고 전쟁과 대량학살을 자행하다 민족적 파탄으로 귀결됐다. 둘째는 제도적 관성이다. 당시 선진 복지국가였던 영국은 기존의 복지제도를 더 관대하게 하는 등 국부적 위기대응에 그쳤다. 셋째는 한시적 혁신이다. 1933년 시작된 미국의 뉴딜 정책은 소득 보장, 일자리 안정, 노사관계 개혁 등 많은 혁신정책을 포함했지만 구조 개혁에 실패했다. 넷째가 국가 대개혁의 사례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1932년에 집권하여 이후 44년 동안 실용적 포용정책을 펼쳐 복지국가, 노사 협력, 경제 번영이 함께 가는 세계의 모범을 만들어냈다.
 
3. 대한민국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우리 정부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서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대응으로 세계의 모범을 창출했듯이, 그보다 더 장기적인 발전 경로를 좌우할 사회경제정책에서도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선도하길 기대한다. 모든 계층의 국민을 포용하는 국가를 통해 국민적 연대의 힘과 가치를 몸소 경험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창안해낼 때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그리고 한국 / 신진욱(중앙대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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